물리치료사 단독개원 '만지작' "의사로부터 지도받은 적 없어…업무독자성 인정해야"

의협 "독자적인 물리치료는 부작용 발생 우려, 의료기사 제도 근간 흔들 수 있어"

복지부 "단독법 준비상황과 후속 방안 면밀하게 검토해야 …사회적 합의도 필요

사진: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김기송 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물리치료사들이 급격한 노인인구 증가, 질병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단독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치과의사법’, ‘한의약법’, ‘간호법’ 등 직역별 단독법 제정 움직임이 가속화한 가운데 물리치료사도 단독법 제정에 나선 것이다. 

8일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주최로 열린 '재활보건의료체계의 혁신과 변화를 위한 1차 공청회(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물리치료사법 제정)'에서는 ‘(가칭)물리치료사법’의 필요성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물리치료사법, 국민 재활 욕구 충족에 기여할 것”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김기송 부회장은 만성질환 환자의 증가, 급격한 고령화 현상 등으로 질병양상,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물리치료사 역할을 재정립한 단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노인, 장애인 등의 신체적, 정신적인 기능 장애에 대한 물리치료는 국민들의 편익을 도모할 수 있다“라며 ”전문직인 물리치료사에 의해 양질의 재활요양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들의 재활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세계물리치료연맹 회원국 107개국에서 조사된 75개국 중 58개국이 물리치료 관련 독립적 법률이 제정돼 있다”라며 “일본도 이학요법사·작업요법사법이 개별적으로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17개국만이 독립 법률이 없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리치료사법’ 주요 내용에 물리치료 면허 업무체계 재정립, 전문물리치료사 제도 도입, 물리치료사 협회·공제회 설립 등의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현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은 물리치료사의 업무독자성, 권한이 제정 당시와 거의 수정된 사항이 없다"라며 "의료기관에서 의사,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업무를 해야만 하는 문제로 업무 참여에 지금껏 배제돼왔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물리치료에 관한 사항을 환자에게 처방, 의뢰한 후 의사가 없는 공간에서 물리치료사가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안'이 제정될 시점 이전부터 배출된 물리치료사들은 현재까지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로부터 관련 내용을 지도받은 적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국민의 건강과 복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물리치료사의 역할 발전을 위한 단독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재활보건의료체계의 혁신과 변화를 위한 1차 공청회(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물리치료사법 제정)

“의료기사 제도 근간 흔들 수 있어 신중한 접근 필요”
 
대한의사협회 측은 ‘물리치료사법’ 제정이 자칫 전체 의료기사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원칙적으로 의료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으나 예외적으로 국민 건강에 위해가 적은 행위를 의사 또는 지과의사의 지도 아래 허용하는 것이 현재의 의료기사 제도 도입의 이유다”라고 언급했다.

김 법제이사는 “이를 변경하려면 물리치료사가 계속해서 의료기사의 종별에 포함되는지, 의료기사가 아닐 경우 의료인에 포함되거나 의료행위의 독자적 수행이 허용되는 제3의 직역인지 등에 대한 판단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김 법제이사는 “이에 따라 물리치료사의 권한, 책임, 업무범위, 면허 취득을 위한 자격·시험과목·합격기준·수련 등 전반적인 부분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법제이사는 “만약 물리치료사를 의료기사의 종별로 인정하면서 별도로 규정할 경우 다른 직역과의 차별이 돼 직역 간 다툼이 발생할 것이다”라며 “결과적으로 모든 의료기사의 개별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기사법은 의료기사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하에 의료행위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물리치료사법’은 ‘지도’를 ‘처방’으로 변경하고 ‘한의사’도 처방의 주체로 포함한다.

김 법제이사는 “현행 의사의 지도·감독하에서도 의학적 물리치료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물리치료사법’과 같이 의사의 처방을 받아 물리치료사가 독자적으로 물리치료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면 부작용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곤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합리적으로 단계적으로 제도적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지도’를 ‘처방’으로 변경해 의료기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부, “고려할 사항 많아 사회적 합의 필요”
 
보건복지부는 물리치료사 단독법 제정의 방향성은 이해하지만 일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 존재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은 “아직은 물리치료사법이 공식적으로 발의되지 않아 담당부처 입장에서 자세하게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며 “다만 그 제정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권 사무관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익을 얻기 위해서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필요도 있다”라며 “법 제정을 추진하기에 물리치료사협회, 의료계에서 얼마나 준비가 됐고 다른 의료기사와 독자적으로 단독법을 추진할 차별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권 사무관은 “만약 법 제정이 이뤄졌을 경우 뒤따르는 상황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라며 “현재 교육과정으로 (단독법 제정에 걸맞는) 책임을 부여할 수 있을지, 면허시험, 보수교육 등을 어떻게 개선할지 들여다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권 사무관은 “법적으로 주어지는 책임, 현재 물리치료사 정원 구조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라며 “결국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단언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물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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