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저수가와 의료사고 부담→전공의 기피→전문의 부족→응급수술 공백

외과계 수술 행위료 1조7000억원에 불과, 2차상대가치점수 개편으로 3000억원 인상

원가보전율 77%라는데 체감은 50% 이하, 100%이상 책정으로 적정진료와 적정인력 가능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외과계 진료과에 전공의 지원이 없는 이유는 고생만 하고 보람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진료과와 같은 일을 하거나 훨씬 더 고생스러운 데도 그만큼의 수가를 보상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과계 진료과는 의료분쟁 위험도 상대적으로 더 많다.”  

대한신경외과학회 장진우 이사장은 4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과연 돌파구는 없는가’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관한 외과계 학회는 대한외과학회, 대한흉부외과학회, 대한비뇨기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5개다. 공동주최한 국회의원은 김상희, 박인숙, 심상정, 양승조, 윤소하, 정춘숙, 최도자 의원 등이다. 

이들 학회가 말한 외과계 진료과의 문제는 낮은 수가 보상과 의료사고 보상 부담으로 인한 전공의 지원 미달, 전문의 근무환경 악화와 전문의 부족, 응급수술 공백에 따른 환자안전 악영향 등으로 요약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록을 종합해봤다.  

수술 행위료 1조7000억원에 불과, 고작 3000억원 인상?  

외과계 학회는 낮은 수가가 전공의 지원기피 문제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원 규모는 중진국에서 후진국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장진우 이사장은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을 통해 의료수가의 원가보전율이 77%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50%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영상 검사 등 비급여 수가로 의료기관이 생존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과학회 김형호 총무이사는 “외과계의 위기는 수가 구조의 문제다. 업무량에 대한 보상과 원가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지 못하다”라며 “의사 업무량의 비중은 낮고 장비나 재료비 비중이 높다. 외과수술은 하나의 수술에 많은 인원이 참여하고 수술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저평가돼있다”고 했다.  

김 이사는 “건강보험에서 수술에 보상하는 비용은 1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2차 상대가치 점수 개편으로 원가의 90%를 맞추고 3027억원을 더해서 2조원 정도로 보전한다고 했다"라며 "하지만 현실적인 수가 보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수술에 들어가는 정책적 파이를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보험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술 수가의 기본 자체가 미흡하고 과잉 진료와 부당진료를 부추기는 구조로 운영된다”라며 “원가보전율을 100% 이상을 맞춰야 한다. 적정진료과 진료 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수술 환자 관리를 위한 진찰료를 신설해야 한다”라며 “응급 수술이 상시 가능하도록 응급수술을 전담하는 인력 인프라에 대한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응급수술에 대비하기 위해 상시 응급수술 가능인력이 근무하고 응급수술 공백을 막아야 한다”라며 “수술실에 들어가는 의사의 개별 수가가 인정되지 않는데, 수술 지원의사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 건수와 합병증을 통해 숙련도를 만들어서 수술숙련도가 높은 의사들의 수술을 가산을 해야 한다”라며 “수술을 가산하면 전체의 자원을 감소시키면서 수술 질(質)도 향상할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시술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이사는 “미국, 일본 등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수술을 했을 때 원가의 120%에서 200%까지 보상한다”라며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면 바로 제거할 수 있는 내시경 등의 새로운 기술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건강보험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 투자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이사는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중환자실 입원료를 현실화하고 간호사 1명이 환자 1~2명을 담당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라며 “인력 투자가 이뤄져야 중환자실 등의 감염관리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환자수가 적고 행위 자체가 적은 비뇨기과 같은 진료과의 수가 구조는 더 열악하다.  전체 의료행위 수는 4880개이며, 이 중 비뇨기과 영역에 해당하는 의료행위는 221개(4.5%)에 그친다. 전체 의료행위에 대한 의료비 총액은 13조원이지만, 비뇨의학과가 가져가는 금액은 2204억원(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뇨기과학회 주관중 보험정책단위원은 “비뇨기과 진료는 매우 다양하지만 개개별 질환 환자수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많은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정해진 상대가치점수는 적다”라며 “게다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의료행위의 적자를 다른 부분으로 충분한 수익 보전이 가능하던 때 정해졌다”고 지적했다. 

주 위원은 “현재 의료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는 없고 제도상 한계로 개정도 어렵다. 진료과간 형평성, 다른 진료과의 반대 등의 이유로 상대가치점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은 "복잡 요역동학 검사를 예로 들면 해당 검사에 21만원의 비용이 산정돼 있다"라며 "여기에는 매우 다양한 1회용 재료들이 사용된다. 검사에 사용하는 1회용 재료 비용만 모두 더해도 현재 책정된 검사비보다 더 많은 재료비가 발생한다. 의사와 간호사의 인건비는 포함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 위원은 “특히 카테터를 재사용하던 과거에 상대가치점수가 정해졌다. 적게는 10회, 많게는 100회까지 재사용하던 기준으로 재료비용이 산정됐다. 이는 병원 내 낮은 수익성으로 나타나고 다시 병원에서 인력충원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은 “기본적인 원가, 재료비, 인건비 등이라도 적절하게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외과학회 김성호 수련이사는 “신경학적 검사는 시간별로 계속 확인해줘야 한다. 하지만 감시장치에 대한 실질적인 의료수가가 적게 책정돼 있다"라며 "뇌압 감시장치가 실시간으로 이뤄지지만 수가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환자가 안전한 진료 환경을 위해서는 실시간 감시를 할 수 있는 적정 인력 유지를 확보해야 한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병원당 2.7명에 불과해 각자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등을 전담하기가 어렵다”라며 “이를 위해 팀을 짜서 일할 수 있는 인력 지원이 있어야 하며, 수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료비는 건강보험, 소송 비용은 병원·의사가 부담  

외과계 진료과는 의료소송의 위험 부담도 안고 있다. 진료비는 건강보험에서 부담하지만 의료소송 비용은 민간 의료기관이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구조다.

장진우 이사장은 “건강보험에서는 수가로 100원을 받고 의료사고가 나면 1만원을 보상하게 된다”라며 “산부인과 분만 모성사망 등을 보면 의사의 잘못이 아니라 시스템의 잘못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영국 등 국가보건서비스(NHS)를 운영하는 나라는 시스템의 잘못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병원과 의사에 책임을 돌린다"라며 "지방 대학병원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담당의사에게 소송 비용을 준비하라고 할 정도다. 진료는 공공성을 따지면서 의료소송 비용은 자본주의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장 이사장은 “한 의료소송에서 뇌동맥류 수술로 환자가 17억원을 청구하고 병원이 이를 8억원을 배상하는 일이 있었다"라며 "8억원이라는 돈은 신경외과 의사가 3~4년동안 매일 수술을 해야 겨우 낼 수 있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증 환자는 자동으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의료분쟁 조정에 들어가게 돼 있다"라며 "지방의 주인 있는 병원은 이미 어려운 뇌수술 등은 못하게 한다. 분만 산부인과병원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신경외과의 또 다른 문제는 전공의의 90% 이상이 척추를 전공하려고 한다는 데 있다"라며 "뇌를 하려고 하는 전공의는 전체의 10% 이하다. 제주도 등지에서 등산객이 넘어져서 뇌를 다쳐도 빨리 수술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장 이사장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도 마찬가지다. 정책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강요하는 데 있다"라며 "라며 "보상은 적고 의료소송 위험은 많다. 전공의가 부족하고 이로인해 전임의와 교수가 번아웃됐다”고 밝혔다.   

전공의 지원 기피 꺼리고 중도포기까지 속출 

외과계 진료과의 전공의 지원이 없어서 의사 부족 현상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각 진료과의 2018년 전공의 충원율을 보면 흉부외과 57.4%, 비뇨기과 58%, 산부인과 83.1%, 외과 83.2% 등으로 나타났다. 대한의학회가 2017년 전공의 정원정책 수립을 위한 전문의 인력 수요를 추계한 결과, 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의 전문의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외과학회 김형호 총무이사는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전문의가 8만 1041명이 있으며 외과는 5952명(7.3%)에 그친다고 했다. 김 이사는 “외과는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 악성 고형암 수술을 한다. 중증 외상환자의 수술과 관리를 한다. 충수염, 담낭염 등 응급수술도 한다. 탈장, 치질, 양성 종양 등 정말 많이 발생하는 질환도 있다”라고 했다.  

김 이사는 “2016년 출생자 예측사망 나이는 82.4세이며, 국민 3명 중 한명은 암 발생자이다. 암 발생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외과의사가 모자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이사는 “외과는 2009년 이후 전체의 50~60%의 정원을 유지하고 있다. 정원 자체가 줄어서 정원 충족율은 늘었지만, 실인원은 27%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2000명 정도의 전문의가 배출되다가 1900명 수준에서 1200명대로 줄었다. 그러다가 최근 10년간 1000명 미만으로 줄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외과 수련이 힘들다는 이유로 전공의 중도 포기자마저 생기고 있다. 김 이사는 “외과 전공의 중도 포기자가 많다. 중도포기자는 전체 전공의의 16%에 이른다”라며 “지원율이 낮은데 포기자도 많다”고 했다. 

이에 따라 외과학회는 급한대로 외과 전공의 수련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고난이도 수술을 원하는 전공의는 따로 배울 수 있도록 개편하고 있다. 

비뇨기과학회 주관중 보험정책단위원은 “비뇨기과 전공의는 2016년 26% 충원을 기록했고 전공의 전체 정원을 82명에서 50명으로 줄였어도 2017년 1차로 19명만 지원했다”라며 “2018년 전공의 모집에서도 50명 정원에 1차 지원자가 25명으로 50%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라고 했다. 

주 위원은 “비뇨기과는 서울대병원만 유일하게 정원을 채우고 나머지는 미달을 면치 못했다. 지방은 더욱 심각해 지역권역별로 단 한명의 전공의도 없는 지역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지난해 3월 전국 수련병원 중 비뇨의학과 전공의가 아예 없거나 1명 뿐인 수련병원은 전체의 67.57%로 조사됐다. 

전문의 근무환경 악화로 응급수술 공백 우려 

전공의가 부족해지자 연쇄적으로 전문의들의 근무환경이 악화되고 응급실이나 외상센터 등에 파견할 수 있는 전문의가 부족한 상태다.    

흉부외과학회 신재승 기획홍보이사는 “흉부외과는 1972년에 첫 전문의를 배출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매년 60명 이상 배출하다 현재는 매년 20~30명을 배출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흉부외과는 일이 힘들다는 데서 지원 기피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흉부외과 수술을 보면 협심증, 급성심근경색증, 선천성 복잡심장기형, 대동맥박리 파열 등이 있다. 심장기능 부전, 폐기능 부전, 임박한 심정지, 혹은 심정지 후 시행 등에서 에크모 치료 등도 이뤄진다.  

신 이사는 “각 병원에서 근무하는 흉부외과 의사 수는 3~5명이다. 흉부외과 진료와 수술 외에도 응급실과 당직, 외상센터 당직 등을 동시에 하기가 어렵다. 당직비 지급 보조를 하지 않으면 전문의 자체를 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기존의 전문의가 고령화된 문제도 있다. 2018년 53~58세 정도의 교수들이 2025~2030년 275명이 정년을 맞는다”고 밝혔다.  
 
연쇄적으로 외상센터에 지원하거나 파견할 수 있는 전문의도 부족하다. 신 이사는 “현재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은퇴를 앞둔 의사의 수가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수보다 많아 외상 전담 전문의로 진로 결정이 어렵다”라며 “외상 전문의를 처우를 개선하려고 해도 다른 진료과와의 형평성 문제로 병원에서는 더 이상의 지원을 기피한다”고 했다.  

신 이사는 “전공의 부족으로 인해 전문의 업무 자체가 많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로 인한 업무 공백이 전문의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환자 안전을 위한 전문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라며 “환자 사망률이 높은 질병이라면 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력에 지원하고 의료진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최규선 교수가 전임의와 교수 243명에 대한 근무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하루 9시간 이상 근무는 94.3%이었고 14시간 이상 근무는 76.2%였다. 

비뇨기과학회 주관중 위원은 “인턴과 전문간호사가 일부를 돕고 있지만 전공의 업무를 대신할 수 없다”라며 “비뇨의학과는 많은 검사와 시술을 해야 하고 많은 의료인력이 필요한데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다”고 말했다.  

주 위원은 “지도전문의와 교수들이 진료와 수술, 전공의 업무 등까지 수행해야 한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환자까지 맡아야 한다"라며 "전문의들의 피로가 누적돼 당직 다음날 외래 진료나 수술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호소했다. 

주 위원은 “환자 안전을 위해 시행된 전공의 특별법이 환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이 다시 전공의 기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 감소는 전문의 배출 감소로 이어진다. 병원은 임상강사와 교수 부족 현상이 발생해 치료가 급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진료와 수술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외과학회 김성호 수련교육이사는 “신흥 기피과에 신경외과, 신경과, 내과 등이 있다. 다른 진료과와 같은 기준으로 바라봐선 안된다. 심뇌혈관센터, 외상센터 등 중증 질환을 많이 전담해야 하는 진료과들"이라고 했다. 

김 이사는 “신경외과 전공의를 1명만 받은 병원이 63개에 달한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다 보니 이틀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선다"라며 “신경외과는 중증 환자에 대한 수술을 하는 만큼 정부가 적절한 적절한 수련 비용을 부담하고 인력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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