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외과계 학회 수장 다 모였는데 국회의원들은 사라져…정책 제안 갈 길 멀다"

"외상센터 정치권 관심 받아도 지원책은 안드로메다로…의사들, 계속 주장하고 또 해야"

▲국회의원들이 외과계의 몰락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지만 일찍 자리를 뜬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학회들이 아무리 국회 토론회를 해도 실제 의료현장에 돌아오는 것은 별로 없다. 국회의원들이 토론회에 관심을 갖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의원들이 자리에 남아있지 않은 오늘같은  때라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끊임없이 필요한 정책을 주장해야 한다.”

대한외과학회 특임이사인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외과학회, 대한흉부외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비뇨기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등 외과계 5개 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또 공동 주최자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정춘숙, 최도자 의원과 국회 정무위원회 심상정 의원 등이 참석했으나 이들 모두 토론회 중간에 자리를 떴다. 학회 관계자들 외에 남아있던 사람은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이 유일했다. 

이 교수는 “학회 수장들이 대거 참여했는데도 남아있는 의원이 아무도 없다”라며 “이기일 정책관은 하루에 스케줄이 20개씩 있을 정도로 바쁜 분으로 알고 있다. 의원들이 남아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차라리 학회들이 세종 복지부에 발표하러 내려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외과계 학회들의 정치력과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아쉬워하며 5년간 1조원의 응급의료기금을 따낸 대한응급의학회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의원은 물론 개별 보좌관 하나하나에게 접촉하고 끊임없이 정책을 제안했다. 그래서 응급의료기금이 지정되고 복지부 응급의료과도 생겼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발표 자료는 의원들이 자리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만들었지만 발표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라며 “국회 복지위 의원들 역시 몇 시간만 투자하면 외과계 최고의 수장들로부터 정성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증외상센터는 정치권에서 많은 관심을 가졌어도 난맥상으로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의 주목을 받더라도 의료현장에 돌아오는 혜택은 현실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석해균 선장 사건 이후 2012년 정치권에서 외상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발제를 할 때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과 나경원 의원, 민주당 주승용 의원  등은 400장 이상의 슬라이드 자료를 진정성 있게 지켜봤다. 이들은 외상센터 법을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그렇게 해도 외상센터의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의료현장의 개선점을 주장했고, 앞으로도 주장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 병원은 간호사 한명당 환자수가 1대 2 이상이다. 대한간호협회가 이런 현실에 대해 머리라도 깎으면서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화물연대가 파업하는 것을 보면 목소리를 높여야 조금이나마 주장이 받아들여 진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의사들이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다"라며 "의료계의 폐습은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태우거나 때리는 데 있다. 앞으로 내부에서만 싸울 것이 아니라 의료현실의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정치권과 국민에 주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수는 “외과의사들은 핏물을 뒤집어 쓰고 노동 현장에서 일한다. 외과의사들은 화이트칼라가 아니라 블루칼라다”라며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하는 정당에 소속된 심상정 의원 등이 외과계 의사들을 노동자로 인식해 대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교수는 중증 외상환자의 생존률 향상을 진심으로 원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병원 전단계에서 여러 진료과가 같이 환자를 이송할 수 있다. 하지만 외상센터는 실제 수술을 결정하고 이를 담당하는 게이트키퍼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전체 입원환자가 아니라 외상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종 치료를 담당할 수술 의사들이 환자를 실어오는 최전선으로 나가야 한다. 외상환자의 최종 치료를 담당할 외과의사들이 현장에 가서 보고 직접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그렇게 해야 외상센터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맞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미국과 영국은 물론 가까운 일본만 가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킨다. 외과의사들이 병원 전단계를 책임지고 있다. 1년에 어떤 일본의 외과의사는 1200건이 넘는 헬기 이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의 연구용역을 제안했을 때는 6개 권역에 외상센터를 만들어 개별 센터당 800억원씩 집중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는 17개의 지정된 외상센터가 각 80억원씩 지원을 받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 교수는 “중증 외상센터 설립방안은 2004년에 미국에서 배웠던 것을 공식에 대입해서 만들었다. 이 때 복지부 용역 사업이 처음 나왔다”라며 “외상센터 10개가 설치됐지만, 10년 전과 비교해 외상환자 치료 수준이 달라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시 최소 40병상 이상의 중환자실을 갖추고 4곳의 대수술실, 2곳의 수술실 등 규모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윤정 전 민주당  전문위원은 응급의료기금을 외상센터에 지원해야 한다고 힘을 실어줬다”고 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는 지금처럼 쪼개질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거점병원 형태로 가야 한다. 2010년 복지부 연구용역에서도 또 한번 전국 6개 권역을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없이 많은 공청회를 하고 연구용역도 많이 하고 제안도 많이 했다"라며 "6개 권역을 선정하고 한 센터에 800억원을 주기로 했지만, 현재 예산 규모는 정확히 10분의 1 토막이 났다. 80억원짜리 17개로 외상센터가 쪼개졌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진 의원들이 앉아서 모든 발표를 들어도 정책이 안드로메다로 가기도 한다”라며 “하물며 이렇게 의원들이 전혀 참석하지 않고 의사들끼리 주장하면 전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다. 갈 길이 너무 멀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일부 병원장은 장관이나 정치인들을 끌어들여 정부 사업예산을 따거나 의료 행정에 깊숙이 관여한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외상환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아주대병원은 2012년 알 수 없는 이유로 외상센터 선정에서 탈락한 사례가 있다"라며 "외상센터 인건비 지원을 받아 다른 진료를 하는 등 악용하는 병원도 있다는 내용이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활성화된 외상센터는 병실이 부족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환자가 없다”라며 “정부가 환자가 많은 외상센터에 대해 확장형으로 만들고 지원을 해주기로 했는데, 이 역시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외과계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외과학회와 흉부외과학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했다. 이 교수는 “미국 사례를 보면 외과학회과 흉부외과학회가 갈라져 있지 않다"라며 "미국 사례를 대입하다 보면 한국 실정과 맞지 않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기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복지부는 흉부외과와 외과를 따로 지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 세계에 이런 전례가 없는 만큼 통합을 할 필요가 있다"라며 "학회 자체의 덩치를 키우고 한 덩어리로 가서 정부를 상대로 이야기를 한다면 힘이 실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사들이 스스로 엄청난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국회 토론회를 하더라도 반향이 없을 수 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에서 의사들의 주장과 전혀 다른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등의 진정성이 없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위해 나아가려는 방향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단 자꾸 발언할 기회를 만들고 정치권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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