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교수 "의사파업 때 국공립병원 교수들까지 적극 가담은 문제…공공의료 체질 개선해야"

경실련 토론회 "1년에 400명씩 10년간 의대정원 늘려도 의사수 부족...의사수 늘리고 의학교육 질적 변화 필요"

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사진=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대 공청회 실시간 생중계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금의 국립대병원들은 공공적이지 않고 지역, 환자, 일차의료 친화적이라고 볼 수 없다. 지난해 의사파업 사태 때 국립대병원 전공의와 전임의들도 사립대만큼이나 파업을 후원한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의대정원 확대 등 공공의료인력의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질적 성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의대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설립 등 단순히 양적인 의사 수를 늘리는데 치중하기 보다 현재 대형병원과 첨단의료 중심으로 치우쳐 있는 수련병원들의 분위기를 지역 친화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2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주최한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 공청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경실련 공청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모두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난해 정부가 밝힌 1년에 400명씩 10년간 의대정원 수를 늘리는 것은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주장에 근거로 제시된 수치는 그동안 꾸준히 의대정원 확대 찬성 측에서 언급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우리나라 의사 수가 3분의 2 수준이라는 통계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OECD 평균 수준으로 가기 위해선 면허 보유 의사수가 9만명 더 필요하고 병원급 의료기관 의사수를 비교했을 때 서울은 1.69명인데 비해 경북은 0.52명, 충남 0.59명에 불과하다. 

서울대 김진현 보건경제학·간호관리학 교수는 이날 "정부 발표대로 400명씩 10년간 의사수를 늘려도 부족하다. 또한 현재 공공의대나 국공립 의대로 한정되지 않아 자칫 사립대병원의 부족한 인력만 충원되는 편법이 될 수 있다"며 "지역 공공의료기관 10년 의무복무 규정이 필요하고 지역 공공병원 설립과 예타 면제,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에 당장 의대정원을 일괄 증원 후 수급 추이에 따라 향후 조정하는 정책이 합리적이라 게 김 교수의 견해다. 그는 권역별 4개 정도 공공의대 설립과 부속병원 설립을 함께 진행하면서 기존 의과대학은 국립대부터 순차적으로 정원을 100명 수준으로 늘리고 사립의대 정원 확대도 늘려야 한다고 봤다. 

김윤 교수는 이 같은 주장에 공감을 표하고 의사 수의 단순한 양적 증가 뿐만 아니라 기존 의학교육 시스템 자체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의학교육과 의료계 분위기 자체가 대형병원, 첨단의료, 대도시 중심으로만 흘러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역과 환자, 일차의료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김윤 교수는 "현재 지방에 있는 의과대학들도 대부분 서울 출신 학생들이 절반 정도 된다. 그 중에서도 상당 수는 강남 출신"이라며 "우리사회에서 출신 배경에 따라 의대에 들어오는 이들이 정해져 있고 의대 교육 자체도 첨단의료와 대학병원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분위기 자체가 지역과 일차의료를 열등한 분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그는 현재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국공립 의과대학 전공의과 교수들이 지난해 의사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김 교수는 "현재 국공립 의대과 병원들도 공공적이며 지역 친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앞선 의사파업 때 이들 병원들은 사립의대만큼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나서 파업을 후원했고 교수들도 전공의들에게 파업을 하라고 나섰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스템의 변화없이 양만 늘린다면 지역격차와 일차의료가 무너지는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공의 수련과정도 큰 병원 중심으로 이뤄지니 지역사회에 적합한 전문 의료인력을 길러낼 전문가도 없다. 지방에 새로운 의대를 설립하고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숫자만 늘리기 보다 교육과 수련 프로그램을 지역 친화적으로 바꿔가야 문제의 체질 자체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대 공청회 실시간 생중계

서울시립대 임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정원확대보다 공공의대 설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복지부는 정원확대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 같은데 지역 공공의대 설립이 우선돼야 한다"며 "실제 의사들의 지역 분포를 늘리기 위해선 선발과 교육, 배출이 이어지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기존 의대에서 일반 의사와 지역의사를 투트랙으로 교육하는 것은 스티그마(낙인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롭게 설립되는 지역 공공의대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라기 보다 지역에 헌실할 수 있는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해야 한다"며 "이들의 미래지향점이나 포트폴리오를 보고 선발한 후 특성화된 교육을 통해 지역거점 공공병원과 연결해 트레이닝하는 양성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정협의체를 통해 7차례 회의가 진행됐는데 지금은 논의가 중단되 상태다. 5월부터 새롭게 출범하는 의사협회 집행부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료계 요구를 귀담아 듣고 정책 개선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인력 확충과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부처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무복무를 했을 때의 실효성이나 자연스럽게 지역에 근무하면서 필수분야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관련해 복지부는 공공의료강화 기본계획과 올해 보건의료발전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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