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 맞은 머크, "끊임없는 호기심…화학∙의약기업에서 과학기업으로"

한국, 생물학적 제제 생산에서 주요 국가…생명과학 분야 투자도 늘릴 예정

사진: 한국머크 글렘 영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머크(Merck)는 지난 10여년 간 세로노, 밀리모아, 씨그마알드리치 등 굴직한 회사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조직과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본격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올해 창립 350년을 맞으면서 앞으로는 독일 담스타드 본사에 있는 머크혁신센터(Merck Innovation Center)를 미래 기술의 허브로 삼아 디지털화를 통한 비즈니스의 성장,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국 머크의 글렌 영(Glenn Young) 대표가 26일 취임 첫 간담회를 갖고 창립 350주년을 맞은 머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소개하고 한국 내 비즈니스 업데이트 및 미래 전략을 공유했다.

1668년 약국에서 시작한 머크는 현재 헬스케어와 생명과학, 기능성 소재 분야에서 선도적인 과학기술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66개국에서 5만 3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2017년 매출은 총 153억 유로를 기록했다. 상장회사이지만 창립가문이 회사의 주요 주주로 주식의 70% 가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영 대표는 "가족 회사로써 머크가 350년 간 발전해온 가장 중요한 비결은 장기적인 시각이자 관점이다"면서 "머크 가문에서는 배당금을 상당히 낮게 배정받으면서 상당히 많은 금액이 회사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신경써왔다. 특히 지난해 R&D에 투자한 금액은 21억 유로로 상당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매출 기준 사업 부문별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헬스케어(46%)와 생명과학(38%)이 상당히 높고, 기능성 소재가 16%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헬스케어에서는 면역항암제와 다발성경화증, 난임 등 3가지를 주력으로 하고 있고, 생명과학 사업부에서는 신약개발 영역에서 연구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연구실 물품들을 공급하고, 바이오의약품 제조생산에 필요한 공정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영 대표는 "머크는 혁신의 발전에 대해 늘 많이 관심가지고 있으며 호기심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혁신 이니셔티브,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새로운 물질, 신약 후보물질, 툴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화를 본격적으로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은 헬스케어나 디스플레이 등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고, 디지털화가 늘수록 우리의 비즈니스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인공지능(AI)이 보다 탁월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 수단이 될 수 있고, 공급 과정(supply chain)을 개선하는데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이미 사용되고 있는 것고 있다. 더불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데도 이런 기술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머크가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 독일 담스타드 본사 중심부에 있는 혁신 센터를 꼽았다.

5월 문을 연 혁신센터는 개방적인 협업과 창업 지원을 위한 공간으로, 현재 스타트업과 사내 벤처들이 입주해 있다. 기존 시설의 5배 커진 규모를 자랑하는 이 곳에서는 머크의 현 사업 분야를 초월하는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과학자들이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와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영 대표는 "혁신센터는 벤처에서 일하는 것처럼 여러 부서간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머크 입장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투자로 획기적인 미래 기술의 허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1668년부터 지금까지 과학적 성과를 돌이켜 볼 때 350년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긴 기간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혁신과 학계와의 협업을 통해 이러한 기여를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다"며 "머크는 글로벌 사업 환경 변화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앞으로의 과학 발전을 위한 기회에도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 대표는 한국 시장에 대해 "한국이 전체 글로벌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4.5~5% 가량으로 숫자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숫자가 없다면 머크는 그만큼 더 작은 회사가 될 수밖에 없어 소중하다"면서 "한국은 기능성 소재 부문인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부문에서 성공적이고, 생물학적 제제 생산에서도 주요 국가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로벌과 달리 한국은 기능성 소재 매출이 50% 정도를 상회하고 있다. 이에 한국머크는 그동안 포승의 테크니컬센터, 첨단기술센터, OLED 합성연구소, OLED 애플리케이션센터, 송도 M랩 콜라보레이션센터 등 지금까지 기능성 소재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해 왔다.

이에 대해 영 대표는 "한국에서도 최근 생명과학 관련 산업이 탄력을 받고 있어 앞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에 대해서도 새로운 근로기준법이 놀랍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 대표는 "유럽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기준과 법규들이 도입돼 있었다.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는 시점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회사들은 알아서 잘 적응해나간다"면서 "회사와 가정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이다. 이런 기준법이 없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직종도 있을 수 있어 규제당국에서 많은 고심을 하고 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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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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