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치매 뇌 비정상적 별아교세포 '아프다(APDA)' 발견

KAIST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팀, 새로운 별아교세포 발견과 단백질 항상성 이상 기인 규명

국내 연구진이 노화와 치매 환자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에서 특이적으로 비정상적 별아교세포가 생겨나는 것을 관찰하고 그 원인을 규명했다.

KAIST(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와 이은별 박사, 정연주 박사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별아교세포를 발견했으며, 세포 내 단백질 항상성 손상으로 시냅스 생성·제거 등 기본적 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8일 밝혔다.

정원석 교수 연구팀은 이전 연구를 통해 비신경세포인 별아교세포가 신경세포의 시냅스를 만들 수도 또는 제거할 수도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별아교세포의 기능이 노화 과정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노화된 뇌에서 별아교세포의 기능 변화를 이해하고자 단일 세포RNA 시퀀싱을 수행했고, 그 결과 기존에 노화된 뇌에서 존재한다고 알려진 염증성 별아교세포가 아닌 새로운 종류의 별아교세포가 존재함을 발견했다.
 
사진 = APDA 세포를 3D 형상화한 이미지. 왼쪽의 APDA세포들은 오른쪽 정상 별아교세포에 비해 오토파고좀이 세포체와 잔가지 등에 축적돼 있다(카이스트 제공).

이들은 뇌에서 단기 기억을 저장한다고 알려진 해마에서만 노화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생겨났으며, 이들 세포 내에는 불필요한 단백질을 제거하는 기전으로 알려진 자가포식(autophagy) 과정에서 생겨나는 오토파고좀(autophagosome)이 무분별하게 축적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파고좀은 자가포식 과정에서 생겨나는 주머니 형태의 세포 소기관으로 세포내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자가포식소체를 일컫는다. 

이 같은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서 연구진들은 중의적인 표현으로 새로 발견한 별아교세포를 '아프다(APDA: AutoPhagy-Dysregulated Astrocyte)' 세포로 명명했다.

별아교세포는 미세한 잔가지들을 통해서 수만 개의 시냅스를 감싸고 있으며, 글루타메이트(glutamate), 가바(GABA)와 같은 신경 전달 물질과 다양한 이온들의 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APDA 세포들에서는 다양한 단백질들이 본래 위치에서 벗어나 오토파고좀에 갇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만들거나 제거하는 능력이 모두 상실된 것이다.

연구팀은 자가포식 작용이 비정상적으로 조절되고 있음에 착안해 자가포식 작용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기전을 연구한 결과, 노화가 진행될수록 해마에 존재하는 별아교세포에서만 엠토르(mTOR: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단백질 합성의 신호체계)와 프로테아좀(proteasome: 단백질 분해 효소 복합체) 활성도가 크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두 기전은 원래 자가포식 작용을 제어하는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다른 세포보다도 별아교세포에서 엠토르와 프로테아좀 기능이 감소함에 따라 자가포식 작용이 무분별하게 발생함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진 오토파고좀들이 원래는 리소좀(lysosome)에 의해 분해돼 제거되나, APDA 세포들은 리소좀의 활성마저도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연구팀은 세포 내 단백질 항상성을 조절하는 중요한 세 가지 기전인 엠토르, 프로테아좀, 리소좀 등이 모두 해마에 존재하는 별아교세포에서 노화에 따라 선택적으로 감소해 APDA 세포가 생겨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실제 노화가 일어나지 않은 9개월령 쥐에게서도 엠토르와 프로테아좀을 약물로써 감소시켰을 때 인위적으로 노화된 뇌에서 발견되는 APDA 세포를 만들 수 있는 것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비정상적인 APDA 세포의 주변에 있는 시냅스들이 제대로 배열돼 있지 못하고 또한 그 숫자가 감소했다. 노화된 뇌에서 발생하는 시냅스 손상과 뇌인지 기능 저하가 비정상적인 기능을 가진 APDA 세포에서 기인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치매 모델 쥐에서는 이 같은 APDA 세포가 정상 쥐의 노화 과정에서 보다 훨씬 더 빨리 해마에서 생겨났는데, 이는 치매에서 나타나는 인지 기능 저하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노화된 뇌나 퇴행성 뇌 질환에서 교세포의 연구는 주로 염증성 교세포와 이들의 역할에 집중돼왔다. 연구팀의 이번 발견은 노화와 치매 뇌에서 염증성 별아교세포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비정상적 별아교세포가 존재함을 밝힌 첫 번째 연구 결과로, 이들이 시냅스의 항상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노화에 따른 인지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새로운 원인을 제시한만큼 뇌 기능 회복에 대한 활용이 이어질 전망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현재 노화를 극복하기 위해 엠토르를 전체적으로 억제하려는 현재 패러다임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APDA 세포의 생성을 촉진할 수도 있다"며 "향후 연구에서는 노화 극복 방안이 세포 특이적으로 세분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KAIST 생명과학과 이은별 박사과정 학생과 정연주 박사 후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하고, 정원석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쳐 에이징(Nature Aging)'에 지난 8월 1일자로 온라인에 공개됐으며(논문명 A distinct astrocyte subtype in the aging mouse brain characterized by impaired protein homeostasis), 같은 저널 News&Views(Astrocytic traffiic jams in the aging brain)에도 소개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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