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의사들 "믿었던 국힘에 배신, 총선서 심판하자"…야당 아닌 신당 창당 논의까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참패 이후 의대 정원 확대 정책 급물살…정권 위기 타개 위해 의사 '제물'로 비판까지

사진=챗GPT가 그려준 한국 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시위하는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개원의들은 물론 대학병원 전공의와 전임의, 교수들과 병원장 그리고 의대생까지 문제를 제기하며 파업 등 집단 행동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업을 넘어 4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도 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의대 정원에 찬성해 왔던 만큼 대안 신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대선 당시 의료계로부터 지지 받았던 윤 대통령…정권 위기 몰리자 '의사 때리기' 시작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사회 전반으로 현 정권에 대한 배신감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의사 사회가 현 정권에 분노를 표하는 것은 '믿었던 도끼'이기 때문이다.

앞서 의료계는 전 정권인 문재인 대통령 재임 당시 2020년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및 집단 휴진,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등을 통해 어렵사리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등 4대 악법을 저지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의료계는 정부와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9.4 의정, 의당합의를 통해 의료계가 반대하는 의대 정원 등 정부 추진 과제를 '코로나19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전 정권은 해당 사건 외에도 의료계가 반대해 온 '문재인 케어'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며 의료계와 사사건건 부딪혔고, 그 악연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대선 당시 의료계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열렬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관련 기사: 전의총,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대구·경북 의사 300여 명,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

하지만 의료계의 기대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 재임 이후 재차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재개됐고, 겉으로는 의료계와 소통한다고 했으나 결론적으로 현 정부역시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간호법을 추진할 당시 유일하게 의료계의 편이 됐던 국민의힘 역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정부와 뜻을 함께했고, 총선을 앞두고 지역 의대 신설 등을 함께 추진하는 등 그야말로 의료계의 뒤통수를 때리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현 정권에 대한 의료계의 믿음이 완전히 배신당했다. 정권 초반 의사 출신 복지부 장관을 임명하고,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전 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위기 타파를 위해 '의사 때리기'를 지속하는 모습에 실망감은 분노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윤 정부가 최초로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가지고 온 것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무렵이다.

취임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는 지지율로 입지가 위태로운 윤 대통령과 함께 국민의힘마저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국면 전환용으로 의대정원 확대카드를 갑작스럽게 꺼내든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그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대정원 확대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야당으로부터 "선거패배 무마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렇게 시작된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지난해 10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급속도로 진행됐고, 4월 총선 전까지라는 숨 가쁜 타임라인에 맞춰 올해 설 전에 의대정원 확대 최종 규모까지 발표된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처가 리스크'를 무마하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의사들을 제물로 받치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며 "단순히 복지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한 반대를 넘어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도 '의대정원 찬성'에 대안 찾는 의료계…의료계 인사들의 신당 창당 논의 급물살

의료계의 격앙된 분위기 속에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낙선운동과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운동까지 해야한다는 격앙된 반응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대안이 필요한데, 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6일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발표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반년 이상 시간을 끌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정부당국이 이제야 정원 확대를 발표한 것은 유감이지만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 방안을 확정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고 전했다.

나아가 최 원내대변인은 "그러나 단순히 의사의 수를 늘리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해답은 아니다. 지역의대 및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병행해 공공·필수·지역의료를 확충하고 국민께서 전국 어디에서나 제대로 안전하게 진료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여당도 지역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을 공약했다"며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김민정 대변인은 7일 "의대 정원 확대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의사단체가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의대 정원 확대는 흔들림 없이 추진 되어야하는 시대적 과제"라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의대 정원을 확대해서 의사가 2천 명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지역 소멸위기 속에서 지역에 사는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이 반드시 보장되리라 확신할 수 없다"며 지역의사제 도입, 선진국형 공공병원 설립, 국립의전원 설립 등 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과 정의당이 의대 정원 확대에서 더 나아가 지역의대와 공공의대 설립, 의료계가 반대하는 지역의사제까지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의료계는 차라리 대안 신당을 창당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미 '정권퇴진당(가칭)' 창당을 선언하고 발기인을 모집하고 있다.

최 전 회장은 "거짓을 일삼고,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권의 명줄이 근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대한민국은 급격하게 쇠락의 길을 가고 있다.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며 "정권퇴진당은 올해 4월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해 윤석열 정권 조기 퇴진을 관철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서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하고 윤석열 정권 조기 퇴진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특별법과 특별사법재판소를 통해 첫째, 윤석열 정권 비리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둘째, 윤석열 정권에서 새롭게 입안된 외교, 안보, 국방, 경제, 복지, 의료 정책 등 모든 정책을 전면 무효화하고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 셋째. 혁명적 수준의 검찰 개혁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내에서도 최 전 회장의 창당 추진이 알려지며 적극적인 참여 독려가 이뤄지고 있다.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박인숙 전 국회의원은 '의사를 위한 의사당(가칭)' 창당을 공약으로 제안했다. 

박 전 의원은 "정부가 이성을 잃었다. 선거를 앞두고 표 때문이라고 보인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정책과 필수의료 패키지에 분노를 표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처럼 의사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며 단결할 계기가 마련됐다. 이번 기회에 의사들의 정당인 가칭 의사당, 또는 국민건강당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 지형상 지금이 정당 창당의 최적기"라고 주장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1만 5000명 의사들과 그 가족, 의대생과 의대생의 학부모 등이 힘을 합친다면 창당을 통해 비례대표들을 선출할 수 있다"며 "이제는 의료계가 직접 정치에 참여해 올바른 정책 추진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전문가를 무시한 채 추진되는 각종 정책에 신물이 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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