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는데 의사 더 뽑거나 PA합법화 대책 마련해야"...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는 반대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A대학병원 외과에는 전공의가 없다. 병원 전체가 전공의가 없는 시스템에 맞춰서 돌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종 수술실에서 수술 보조를 맡는 PA(Physician Assistant)가 전공의를 대신해주고 있다. 의료계 내에서 PA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PA 없이는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이 병원 내부에서 공존하고 있다. PA가 환자 확인이나 드레싱 등 전공의가 해야 할 일을 도맡아서 하다 보니 환자들이 몰릴 때도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A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전공의가 없고 PA도 뽑지 못한다면 의사를 더 뽑아야 한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의사를 뽑기가 어렵고 직접 수술이 아닌 수술 보조를 할 수 있는 의사를 뽑기는 더욱 어렵다”라고 말했다.
B대학병원 흉부외과도 전공의가 없다. 간혹 있을 때도 있지만 전공의가 없다는 전제에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시간 생기는 수술 보조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수술실 PA를 네다섯명 두고 있다. 이 병원은 펠로우를 더 뽑으려고 했지만 지원자가 없어 뽑지 못하고 있다. 펠로우를 더 뽑는다고 하더라도 PA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교수들이 맡은 야간당직 횟수를 줄이기 위한 이유다.
B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PA가 불법이라고만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정작 PA가 없으면 병원이 마비되고 수술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C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내과계 중환자실을 돌보면서 PA를 두고 있다. 내과 전공의들이 부족하자 이를 맡아주는 사람이 PA이기 때문이다. 전공의가 있더라도 전공의법에 맞춰 주당 80시간 근무시간을 맞춰주다 보면 일손이 부족하다. PA가 중환자 처치를 도와주고 일부 환자 관리를 맡아서 해준다. 이 병원에서 같이 일하는 PA들도 근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했다. 환자를 위해 더 중요하고 책임감 있는 일을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C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의사의 일 자체가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PA가 없으면 아예 일을 할 수가 없다"라며 "PA가 없다면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각종 동의서를 받는 등 사소한 일까지 직접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검찰이 PA의 불법 의료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형병원들의 압수수색을 잇달아 벌이면서 PA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 의료계는 PA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인 업무범위 협의체’를 가동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를 통해 PA합법화가 이뤄져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 역시 협의체에서 PA관련 논의를 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전협은 “현장에서 만연하게 벌어지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근절해야 할 대상으로 논의할 가치가 없다. 일부 단체에서 PA문제가 현장에 만연하고 있기 때문에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불법 의료행위는 명백하게 직역간 타협 대상이 아니라 처벌 대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대한병원협회는 PA의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올해 4월 병협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서울대병원 왕규창 교수는 "현재 전공의의 과다한 업무를 해소하려면 의사가 꼭 해야 할 업무에만 집중하고 저위험이나 단순 반복되는 업무는 교육을 받은 후 역량을 인정받은 전문간호사에게 이관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의사 업무가 간호사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 PA 문제의 근본원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의사 수를 증가시키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불법과 합법 사이를 오가는 PA 담당 간호사의 어려움을 조속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PA를 불법으로 몰아가려면 그만큼 의사를 더 뽑아야 한다. 수가를 인상해서 의사를 뽑을 수 있도록 하거나, 병원이 강제적으로 의사를 더 뽑을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PA를 불법으로 몰아간다면 수술이 지연되거나 인력이 부족해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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