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식 교수 "코로나 중환자 병상 2000개 중 500개는 허수…재택치료 성공이 위드코로나 관건"

오미크론 변이 전파력 강해 방역패스 등 바리케이드 필요…정부 감염병 메시지 관리 능력은 '빵점'

가천대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2022년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햇수로 3년차를 맞았다. 그러나 가천대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앞으로도 팬데믹 상황이 종식되기 위해선 적어도 5년에서 6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더딘 국가가 많고 전체적인 항체 보유 상황을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선 확진자가 줄면서 중증 환자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맞지만 미접종군을 중심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속도가 매우 빨라 소아청소년이나 임산부 등 접종을 꺼리는 집단을 대상으로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엄 교수는 논란이 뒤따르더라도 바이러스에 대한 바리케이드의 일환으로 방역패스나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수치상 중환자 병상의 허수를 줄이고 중환자 전환 비율을 줄이기 위한 재택치료 확대 방침 적절히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엄 교수는 의원급을 대상으로 한 재택치료 관련 방역 교육과 가이드라인 설정, 정확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도록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중식 교수는 “재택치료 과정에 앱 사용 등이 미숙한 70대 이상 환자는 제외하고 위급한 상황에선 스스로 격리를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 변경이 필요하다”며 “앞으론 거리두기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더 효과가 나은 백신이 개발돼야 팬데믹 상황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엄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Q. 코로나 관련해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코로나 사태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다. 코로나 종식을 언제로 예상하나?
 
바이러스 자체는 우리랑 계속 갈 것이다. 현재까지도 감기로 남아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네 가지 있다. 이 바이러스들은 이미 수만 년 전쯤에 사람에게 왔을 것이고 많은 세월이 지나면서 감기처럼 경미한 바이러스로 자리 잡은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 국한해서 보면 의료적 안정화는 적어도 5년에서 6년 정도는 필요해 보인다. 전 세계 인구의 50% 많게는 70~80% 정도가 백신을 맞든 감염이 돼서 항체가 생겨야 지금의 팬데믹 상황이 정리되기 시작할 것 같다. 그러나 아직 한참 남았다. 백신 접종은 전 세계 인구의 7분의 1 정도 밖에 안 된다.
 
100년 전 스페인 독감도 3년 동안은 엄청 심하게 돌고 풍토병처럼 자리를 잡다가 계절성 인플루엔자로 진행됐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라고 한다면 당시는 교통 시스템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해 확산 속도가 느려서 천천히 퍼져나가고 한 지역에서 굉장히 많은 사망자가 나온다는 점이다. 현재 바이러스가 도는 속도가 워낙 빠르고 우리도 백신, 치료제 등을 맞고 있으니 3년 정도가 지나면 스페인독감과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Q.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하고 난 뒤인 현 상황에 대한 평가는?
 
오미크론 변이로 절반 정도 넘어간 것 같은데 전 세계 절반 이상이 감염된 상황으로 보인다. 아마 오미크론이 항체 형성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한다. 경증에서 끝나고 중환자로 진행되는 환자들이 좀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유행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현재는 기본적으로 검사가 가능하고 역학적인 측정 자료를 낼 수 있는 국가들의 상황만 보고 있는 상태다. 즉 남미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지역의 데이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다 보니 인도에서 델타 변이, 아프리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어느 순간 튀어나 돌기 시작하는 것이다.
 
Q. 최근 코로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는 발표가 나온다. 현장에서도 체감이 되고 있나?
 
길병원도 가동률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23병상 중에 12명 정도 입원해 있다. 일단 경증 환자가 줄고 순차적으로 중등증 환자 입원이 줄었다. 이번 주부턴 중환자 숫자가 본격적으로 줄기 시작했다.
 
다만 조금 걱정되는 부분은 산모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생후 11일된 신생아의 감염 사례도 있다. 산후조리원이나 출산 병원에서 감염되는 것 같은데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 확실한 건 바이러스가 미접종자에게 더 잘 전파된다는 점이다. 사각지대를 노린다. 현재 임산부 백신 접종률은 1%도 안 되는데 얼마 전 코로나로 인한 임산부 사망사례도 있었다.
 
엄중식 교수는 세계적인 오미크론 유행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봤다. 현재는 기본적으로 검사가 가능하고 역학적인 측정 자료를 낼 수 있는 국가들의 상황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Q. 방역패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방역패스가 논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바이러스에 대한 바리케이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델타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전파력을 누르기 위해선 인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방역패스나 경구치료제 등도 그 일환이다.
 
방역패스에 대한 반대 의견을 볼 때마다 속상하다. 그들에겐 미접종자 보호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반대 의견을 잘 보면 백신 자체를 거부하는 ‘안티백서’이거나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부류, 상업적 이득을 위해 반대하는 부류로 나뉜다고 본다.
 
Q.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에 대한 의견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뉜다. 접종 여부에 대한 견해는?
 
접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미국에서도 오미크론이 돌면서 소아청소년 확진 비율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확진된 소아청소년들이 입원할 곳이 없어서 일반병동까지 사용하고 있는 상황으로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코로나 이외 다른 소아질환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입원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가 60대 이상에서만 주로 사망자가 나온다고 100% 장담할 수 있다면 고위험 연령층에서만 백신 접종을 하자는 주장에 동의하겠다.
 
Q. 해외사례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방역 강화에 이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다시 방역 강화 사이를 반복하고 있다. 향후 방역 대책의 방향성은?
 
영국이 확진자가 5만 명씩 나와도 거리두기를 안 하고 버티는 이유는 중환자 병상이 5000개씩 차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중증환자를 얼마나 받아낼 수 있으냐가 앞으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방역에 굉장한 맹점이 있는데 현장에 적용가능한 수치 계산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향후 2월~3월까지 2000병상을 만든다고 해도 그 중 가용가능한 병상은 1500병상 정도고 나머지는 허수일 것으로 보인다. 길병원에서도 코로나 중환자병상을 23개만 운영하는데도 정말 겨우 버텼는데 이제 36개로 늘어나니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큰 병원 사정도 이런데 전담병원을 신청한 중소병원들이 75병상을 중환자 병상으로 내놨다. 인력과 장비, 시스템 측면에서 말이 안 된다.
 
또한 중증환자로 진행되지 않도록 얼마나 잘 관리하는 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 때문에 재택치료 과정에서 제대로 된 코로나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갖추고 제대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동네의원이 코로나 환자를 본 적이 없다.
 
Q. 현재 동네의원으로 재택치료가 확대되려는 모양새다. 향후 재택치료 과정에서 어떤 점이 중요할 것으로 보는지?
 
재택치료 과정에서 격리된 환자가 격리를 유지하다가 상태가 나빠지면 스스로 격리를 해제하고 나올 수 있도록 지침이 변경돼야 한다. 위급상황에선 신고나 앱 사용 등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격리 때문에 모니터링이 제때 이뤄지지 못할 경우 사망자가 계속 나오게 될 것이다. 특히 앱 사용 등이 미숙한 70대 이상 환자는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군으로 재택치료를 하면 안 된다고 본다. 너무 위험하다.
 
Q. 횟수로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3년차가 됐다. 코로나로 인한 기술 변화를 예상해 본다면?

 
결국 기술에 발달이 이뤄질 것이다. 특히 좀 더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 변이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효과도 오래가는 백신이 나오게 되면 어느 정도 위험상황은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강도 높은 거리두기를 대체할 수 있는 환기 시스템이나 표면 관리 등 새로운 기술들도 도입될 것이다. 테크놀로지가 뒷받침돼야 코로나도 막아낼 수 있다고 본다.
 
Q.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의료 병상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공공의료라는 것을 어디까지로 봐야하는진 잘 모르겠지만 국공립대학병원을 포함해 공공병원들이 코로나 상황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은 맞다. 방역 완화를 결정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중환자 대응 역량인데 현재 공공병원들은 지금 보다 많은 중환자를 볼 수 없다. 국립중앙의료원 자체도 에크모(ECMO)를 들여 놓은지 얼마 안됐다.
 
더욱이 공공의료를 확대한다고 해서 당장 공공병원들의 중환자 진료 역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코로나 이전까진 공공병원이 경증환자와 취약계층을 담당하고 민간 상급종합병원들이 중환자 치료를 담당해왔다. 취약계층을 진료하던 병원이 어느 날 갑자기 신종감염병 중증 환자 진료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얘기다.
 
기본적으로 공공병원 자체를 키우자는 주장엔 동의한다. 그러나 이를 통해 중환자 진료 역량이 강화되는 시기는 10년 정도 후가 될 것이다. 10년 후를 보고 투자하자는 얘긴데 당장 코로나 유행을 막자고 공공병원에 투자하자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고 본다.
 
Q.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평가는?
 
감염병 상황에 대한 메시지 관리나 소통이 빵점이다. 정부 관계자들 입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단어 중 '이번이 마지막 고비'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마지막 고비가 벌써 몇번을 지났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니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예전에 질병관리청에서 말한 것처럼 '이제 예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가긴 어렵다'는 식으로 아예 솔직하게 얘기하고 소통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또한 질병관리청 승격은 잘한 일이지만 이에 걸맞는 예산이나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 현재는 모든 부분에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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