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여권’ 도입 논의 본격화…“효능 검증·국제 표준 논의 우선”

유럽‧미국‧아시아 등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여권에 주목…“아직 공신력 인정 어렵다” 주장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백신 상용이 현실화되면서 세계 공통으로 통용되는 '백신여권'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접종 관리와 증명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백신여권은 진단검사 결과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는 디지털 증명서다.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손쉽게 자신의 비감염 사실을 증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경간 이동과 경제활동 재개를 촉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실제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영국과 이스라엘 등 국가는 백신여권 도입이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12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백신을 접종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백신여권을 시험 도입한다.
 
이번 백신 여권 발급은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백신 여권을 활용해 백신 접종자 수를 원활히 추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의 일환으로 참가자는 수천명에 달한다. 영국 정부 혁신사업 지원기관은 이번 사업에 7만5000파운드(약 1억1200만원)를 지원했다.
 
이외 유럽 국가들도 백신여권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백신접종이 의무화된 국가로의 여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백신 여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에스토니아도 세계보건기구(WHO)와 예방접종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인증서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스위스 정부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형태 여권 개발에 착수했고 미국은 IBM이 '디지털 헬스 패스' 앱 개발 중이다.
 
현재 백신여권 도입 준비가 막바지에 이른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대가로 화이자 백신을 대량으로 확보해 대국민 접종을 진행 중이다.
 
18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코로나29 방역 책임자인 나흐만 아쉬 교수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2차 접종을 마친 이들은 1주일 후부터 모든 격리 의무가 해제된다. 이들에겐 온라인 증명서인 녹색여권(Green passport)가 발급된다"고 전했다. 해당 여권이 발급되면 현재 금지된 자국 내 대중 행사 참여도 가능해진다.
 
아시아 국가들의 백신여권 도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15일(현지시간) 백신을 맞은 필리핀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여권을 발급해 입국 관리 프로토콜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민간기업들의 자발적인 백신여권 개발 움직임도 포착된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매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세일즈포스닷컴 등으로 구성된 연합체 백신증명이니셔티브(VIC)는 백신여권 기술표준 개발에 나섰다.
 
VIC는 백신여권이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의 표준을 마련해 데이터의 글로벌 표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의 종합병원인 메이요클리닉과 미국 비영리 보안기구 마이터 코퍼레이션도 참여한다.
 
세계적으로 백신여권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우리나라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 발급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국가예방접종 시행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입학이나 출국 등의 증명을 위해 백신 증명서 발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 완료 시 증명서 발급 방법과 대상 등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질병관리청 이선규 예방접종관리과장은 브리핑에서 "학교 입학 전이나 해외 출국을 위해 예방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코로나19 백신은 다른 일반 예방접종과 다른 측면이 있어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백신여권과의 연계는 아니다"라고 일축하면서도 "백신여권 활용과 관련해서는 요구가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백신 전문가들은 아직 백신의 대량 사용에 따른 효능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여권 도입이 아직 시기상조라고 견해도 나온다. 또한 국제 표준 양식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사실상 백신여권의 공신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아직 검사방법과 항체가가 정해지지 않아 백신에 따른 코로나바이러스 항체가 면역계에 작용한다는 해석은 불가하다"며 "많은 연구를 통해 항체 조사방법과 방어력을 가지는 항체가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감 백신 접종 3개월 후에 대한 영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효과가 12%에 불과했다. 이는 백신 접종 효과가 3개월이 지나면 거의 없다는 결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백신 대량 사용에 따른 백신 접종군과 비접종군의 시간대별 조사가 이뤄지기 전엔 백신여권 도입은 시기상조다. 특히 관련해 아직 국제적 표준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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