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의약품 99%는 제네릭...정부, "건보재정 절감하는 값싸고 좋은 제네릭 필요"

[제네릭 약가정책 변화에 따른 제약업계 대비책은①] 제네릭 약가.목록 관리 의지 피력한 정부·공단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 생산 의약품의 99%가 제네릭 제품인 가운데, 비용과 품질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가 본격적으로 메스를 댈 방침이다.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관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동시에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제네릭에 대한 품질향상과 비용절감, 품목정리 등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더 나와야 하지만, 정부는 올해 상반기 본격적인 제네릭 가격 조정을 논의하고 올해 7월부터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를 차등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네릭 난립으로 품질↓·가격↑ 상황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제약계에 따르면, 제네릭 난립으로 인한 비용 증가와 품질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건보공단에서 시행한 의약품 공급 연구(연구책임자 성균관대 약대 이상원 교수) 결과, 지난 10년간 의약품 수출이 연평균 13.4%씩 성장해왔으나 여전히 국내 제조 의약품의 약80%는 내수용이다. 해외에서 성공했다는 카나브조차 2017년까지 누적 수출액이 150억원에 그쳤다.

국내 제약기업 1개소당 평균 청구액은 연간 342억원이었으며, 국내 개발신약 중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품목은 5개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은 제네릭 난립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제네릭이 극도로 많은 걸까.

이는 동일성분 의약품 간 가격경쟁의 제한 때문이다. 2012년 오리지널과 제네릭 동일가 정책이 시행돼 제네릭 의약품의 보험등재 상한가격이 최초 오리지널 약가 대비 초기 1년은 59%, 2년차부터는 53.55%로 설정되고 그 이후에는 경쟁기전이 부재해 지속적으로 제네릭이 유입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의약품 가격이 원료 가격 혹은 시장경쟁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단일 공보험 등재를 통한 상한가에 의해 결정되면 한 번 결정된 약가는 큰 변동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공동생동과 위탁생산 정책의 결합으로 품목허가 취득이 매우 용이해진데다, 제네릭 약가가 53.55%로 확보돼 과도한 제네릭 품목 양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요인도 작용한다. 실제 2017년 상반기 제네릭 허가를 위한 생물학적동등성 시행 계획 승인건수는 70건으로, 전년대비 49% 증가했다.

제네릭 품목 난립으로 인해 과당경쟁이 발생하면서 리베이트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반복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품질관리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림 = 제네릭 약가 관련 정책 변화.

워낙 제네릭 품목이 많기 때문에 1개 제조소에서 다수의 품목을 제조하는 경우가 많아 제품간 상호 교차 오염 가능성 등 GMP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품목수와 제조소 자체가 너무 많아 정부가 실사를 나가기에도 한계가 있으며, 품질문제 발생시 회수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성분당 제네릭이 수백가지가 되기도 하는데도 현재 약품비에서 제네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8%에 그친다. 반면 사용량은  49.7%다. 

OECD 국가 평균 제네릭 약품비는 25%며, 사용량은 52%인 것과 비교할 때 제네릭 약가가 비싼 편에 속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제네릭이 건보 재정에 '낭비적 요인'으로 낙인찍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구팀은 "약품비 지출 효율화를 하려면 제네릭에 대한 약가제도 재설계는 물론, 시장에서 낮은 가격에 대한 수요를 효과적으로 강화하는 정책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제네릭들은 국제 경쟁력도 매우 미흡하다. 현재 미국이 전세계 제네릭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국내 제네릭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가능한 수준의 품질관리가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합리적 가격에 고품질 제네릭 이용하면 건보 재정 절감"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급여상임이사 관할의 보험급여실, 급여관리실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으며, 앞으로 남은 임기 1년을 '의약품 전주기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중에서도 국내 생산 99%(1만 7383품목)이자 국내 약 점유율의 80%인 제네릭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케어를 만든 동시에 현재 건보재정 관리 책임자인 김 이사장은 이전부터 '제네릭 관리' 필요성을 지속 제기해왔고, 이번에 정책 근거까지 나오면서 본격 추진이 가능해진 것이다.

김 이사장은 "국민 건강을 보호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값싸고 좋은' 제네릭이 필요하다"면서 "보험자로서 합리적인 제네릭을 확보하기 위해 양면적 전략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통해 양질의 의약품을 저렴하게 공급할 경우,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향상은 물론 건강보험재정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 이에 더해 규제가 선진화될수록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국내 점유율 확대는 물론 글로벌 진출도 가능해져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도 당장 올해 7월부터 기준요건 충족 수준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를 차등 적용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의 복제약(제네릭)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개정고시안에 따르면, 동일제제가 19개 제품이하로 등재돼 있으면서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자료 ▲임상시험 입증자료 제출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할 경우 약가는 최초등재제품 상한금액의 53.55%를 받는다.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는 53.55%를 받지만 1개만 충족하거나, 충족 요건이 없는 경우 각각 45.52%, 38.69%로 감산된다.

동일제제가 20개 이상 제품이 등재돼 있는 경우 동일제제 상한금액 중 최저가와 38.69%로 산정되는 금액 중 낮은 금액의 85%로 산정한다. 단 동일제제 상한금액 중 최저가 금액이 저가의약품 기준금액 이하인 경우에는 최저가와 동일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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