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협 "비의료인 보건소장 임명, 기계적 형평 논리 악용하는 것"

보건소장 임명 조건 낮출 것 아니라 처우개선·급여인상 등 대안책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보건소장의 의사 임용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공협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지역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소의 주요 기능을 감안할 때 의료법에 따라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는 의사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보건소장으로 임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보건소장 임용 현황을 보면 의사면허 소지자가 아닌 이들의 임용이 늘고 있다. 2021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의사 출신 보건소장 임용 비율은 2017년 42.5%, 2018년 39%, 2021년 41% 가량이다. 

특히 최근 4년 기준으로 충북은 14개 보건소 중 의사 보건소장이 1명도 없었고 강원은 18개 보건소 중 의사 보건소장이 2019년까지 1명에 그쳤지만 2020년 이마저도 0명으로 줄었다.

공중보건의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자칫 보건소장의 전문성이 약화되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공협은 "법원의 법원장직에 대해 법무사, 노무사, 세무사, 일반 공무원 등 법원에서 오래 일한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듯이 보건소장의 역할도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일반공무원 등 보건직 공무원 등으로 단순히 대체될 수 없다"며 "보건소장의 임명을 기계적 형평의 논리를 악용해 역할과 자격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발상은 향후 지역보건의료계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공협은 "보건소장은 특정 공무원들의 승진을 위한 자리가 아닌, 지역사회 보건의료발전을 위한 헌신이 필요한 위치임이 분명하다"며 "그러나 이런 채용으로 인해 보건사업에 대한 기획과 사업평가가 잘 이뤄지지 않고 예산운영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소장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건소장에 대한 처우개선과 급여 인상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대공협은 "타 직군은 감염병 등 주요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부재하고, 이 전문성은 ‘의사’면허에서만 보장될 수 있다. 즉, 보건소장 임명의 우선순위가 '의사'면허를 가진 자로 정해진 까닭은 타 직역 의료인에 대한 차별이 아닌, 의료전반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필요한 사회적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공협은 "의사 보건소장 임용률이 낮은 이유는 격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열악한 처우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며 "보건소장의 자격 요건을 낮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처우개선과 급여인상을 통해 의사면허를 갖은 전문인력이 보건소장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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