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의료현장에 맞게 충분히 검토하고 정교하게 준비해야

[칼럼] 이세라 외과 전문의

비급여 수익 감소 아닌 환자 치료 제한 우려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세라 칼럼니스트] 현재 지인이 위암 말기로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환자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매일같이 필자의 의원에 방문해 무슨 치료라도 받기를 원하고 있다. 필자는 아는 범위 내에서 상담하고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다.   

이 환자는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문제를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암 생존율이 날로 향상되고 있지만, 환자 입장에선 말기 암이라는 진단 자체가 사형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 없어 보였다. 이 환자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치료를 받기를 원하고 생명 연장의 꿈을 말하고 있었다.  

문제는 의사 입장에서 이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데 있다.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하고 싶어도 제한되는 것이 많다. 제한을 모두 풀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제한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문제다. 환자가 원해도 치료를 받을 수 없고, 특별한 치료를 원한다고 해도 의사가 해줄 수 없다. 이런 현실이 현재의 의료법, 건강보험법, 그리고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환자는 수술 이후 수차례의 항암치료에도 퍼져 버린 암세포가 줄어들지 않아서 ‘옵디보' 라는 특별한 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 받길 원하고 있다. 현재의 법률과 규정에 따르면 전신에 위암이 퍼진 이 환자는 약물을 투여 받을 방법이 전혀 없다.

이 약물은 2016년 4월 국내 면역항암제 최초로 PD-L1 발현여부와 관계없이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실패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BRAFV600E 야생형(유전자변이가 없는 형태)이면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악성 흑색종의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다가 2017년 8월 23일 고시에 따라 다학제적 위원회가 있는 대형병원에서만 투약을 받을 수 있으며 기타 병원에서는 투여 받지 못한다. 또 환자가 경제적인 여력이 있고 약물의 부작용을 충분히 이해해도 불가능하다. 환자가 약물 투여를 원하고 심지어 부작용을 전부 동의해도 의사가 약물 투여를 해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많은 암환자들이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 약물 투여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옵디보’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선암치료제로 추가 승인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환자에게는 여전히 먼 이야기에 그쳤다. 이에 실망한 환자들이 가까운 일본까지 가서 약물을 투여 받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의사들은 건강보험 제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건강보험에서 너무 많은 제한이 있다 보니 그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각종 제한을 설명하고 환자를 이해시키는 몫은 오로지 의사들에게 돌아온다.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때마다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의사들은 건강보험의 각종 불합리한 제도가 환자들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로 일컫는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해 환자 치료 제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상복부 초음파의 급여화로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반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해 강한 대정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비급여가 줄어들면서 수입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의사들도 일부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잘못된 규정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거나, 치료를 할 수 있어도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규제가 정도를 넘어 심하게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상복부 초음파 급여 기준을 보면 약 7페이지에 해당하는 것을 외우고 나서 상복부 초음파 급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상복부 초음파의 과잉 검사를 시행했다는 이유로 병의원에 건강보험 청구액을 삭감하면 환자가 낸 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낸 돈을 모두 환수해야 한다. 본인부담률 80%의 급여인 예비급여를 삭감당한다면 환자가 부담한 진료비의 80%와 건보공단에서 부담한 20%를 모두 토해내야 한다. 어떤 노동자라도 일을 하고 임금을 못받는다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가 올해 3월 29일 마지막 의정협상에 참여해 간곡하게 부탁한 사안이 있다. 상복부 초음파를 급여화하더라도 그 중 일부는 비급여로 규정하여 남겨달라고 했다. 이는 예측할 수 없는 추가적인 비용 발생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의료는 환자의 생명과 관련해 많은 복잡성과 다양성이 연결돼 있다. 특히 건강보험이나 실손보험 등 보험과 관련돼 더 많은 복잡성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는 다양하게 변할 수 있고, 미래를 모두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옵디보라는 약물의 경우에서 보았듯, 환자는 생명연장을 위해 다양한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하더라도 환자들을 위해 정교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간을 조금 더 연장해 충분히 검토해달라는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생각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