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참여 전공의 법률적 불이익 가능할까..."행정명령 전달됐다는 사실 입증하고 파업 동참했다는 증거 있어야"

법률 전문가들 "진료개시명령 어기면 복지부 자의적 해석으로 처분 가능...하지만 실무적 어려움으로 경고 차원일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21일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이 시작된 이후 보건복지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 불이익과 형사고발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실제 전공의들의 법률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미 법률적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어 전공의 처벌이 가능하다고 해석했지만, 행정명령이 모든 전공의들에게 전달됐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등 실무적인 어려움으로 처벌까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21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의료법에 따라 오후에 진료개시 명령을 하고 불응 시 형사 고발, 면허 불이익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전협은 "면허 정지가 두렵지 않다. 대한민국 의료가 몰락의 길로 가는 것을 막고자 의사 면허를 포기하고, 우리의 미래를 걸고 거리로 나왔다"며 "정부는 젊은 의사를 억압하려는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국민과 미래를 위해 올바른 의료 정책 수립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진료개시명령 위반‧감염병예방법‧응급의료법상 위반소지 있어

우선 김강립 차관이 언급한 진료개시명령은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명시돼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특히 해당 법률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으로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이유가 있다면 복지부가 업무개시를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없이 해당 법률을 어길 시, 의료법 위반에 따라 면허정지 처분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의료법 제59조에 명시된 ‘정당한 사유’,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 등 뜻이 명확하지 않은 개념들로 법률적 해석을 다툴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최근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행정청이 법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6년 1월 선고된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관련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이 필요한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이나 필요한 수단의 선택은 행정청의 재량에 맡겨진다. 즉, 복지부가 의료법에 따른 추상적인 개념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충분히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전문 변호사 A씨는 "행정청의 판단에 대한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판단이 객관적으로 부당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업에 참여한 의료인에게 처벌이 가해질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결격사유로 인정돼 의료인 면허도 박탈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처벌도 가능하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르면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은 감염병 환자의 진단·관리·치료 등을 위해 복지부 장관과 지자체장의 행정명령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또한 의료인들은 국가와 지자체가 수행하는 감염병의 발생 감시와 예방·관리, 역학조사 업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만약 해당 법률을 어기게 되면 3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응급의료법상 위반소지도 있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의 장으로부터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근무를 명령받게 되면 응급의료 종사자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만약 해당 법령을 위반할 경우, 1차 위반시 면허정지 15일에 처할 수 있고 3차 이상 위반이 가중되면 면허정지 2개월 이상이 처분될 수 있다.

법률적 근거는 있지만 처벌 현실성은 떨어져

그러나 다수 법률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법률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실무적으로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을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우선 전공의 개개인에게 복지부 행정명령이 제대로 전달됐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고 이들이 파업에 동참했다는 증거도 확보돼야 한다. 특히 전공의들이 연차를 쓰고 파업에 동참하게 되면 '집단휴진을 위한 연차'라는 것을 입증하기는 더욱 어려워 진다. 

또한 복지부 모든 인력들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전공의들에게 행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시 말해 복지부의 이번 발언은 '단순 경고'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별 전성훈 변호사는 "현재 복지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 면허 관리를 위한 수많은 서류를 관리할 여력도 없어 보인다"며 "이번 발언은 경고 차원의 언론플레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 변호사는 "원래 당근 이후 채찍은 전형적인 협상책 중 하나"라며 "외부 반응에 예민한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복지부 입장에서 일부 겁을 내는 사람들을 골라내기 위한 모래 빼내기 수법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성훈 변호사는 "일반 전공의들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적지만 예전 의료계 파업 당시를 회상해보면 일부 집행부에게 상징적으로 면허 취소 등 징계가 내려질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최근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한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 김준래 법률사무소)는 "실무적으로 볼 때 행정명령이 모든 전공의들에게 도달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이들이 행정명령을 명확히 받았음에도 파업에 동참했다는 것을 모두 행정청이 입증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형평성 차원에서 일부 전공의만 처벌하고 일부는 하지 않을 수도 없어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전문 변호사 B씨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전공의들이 수련병원 측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도 법률적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얼마나 파업을 할지를 두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의대생의 경우도 정말 국시거부에 참여할지 미지수로 봤지만 당국의 미온적 대처가 초유의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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