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비급여 진료비 보고제도 위헌소송 기각…비급여 설명 의무 역시 '합헌'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기각'…사적진료계약마저 국가 관리 감독에 놓이는 데 '일부 반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헌법재판소가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의무제도'의 근거가 된 의료법과 의료법 시행규칙 및 고시 등이 헌법상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비급여 보고제도가 기존의 표본조사 방법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으로 적절하고, 비급여 실태파악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고 있어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비급여 진료 전 설명의무 조항에 대해서도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합헌이라는 설명이다.

헌법재판소는 23일 비급여 진료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이 제기한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2 제2항 등 위헌확인 소송, 서울시의사회,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가 각각 제기한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 위헌확인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특히 김동석 회장은 의료법과 의료법 시행규칙의 '비급여 보고의무 조항'과 '비급여 진료비 설명 조항' 두 가지에 대해 위헌확인 소송을 냈는데, 헌재는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찬성해 위헌 소송을 기각했다.

먼저 김기영 재판관은 보고의무 조항에 대해 "이 조항은 비급여 진료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용을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보고에 관한 기본적이고 법률적인 사항을 법률에서 직접 정하고 있어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기영 재판관은 "비급여는 그 유형과 종류가 다양하고, 보고의무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하위 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 보고의무 조항의 입법 목적과 개인정보보호 법의 내용 등을 고려한 보고대상인 진료 의료비는 상병명, 수술 및 시술명 등 비급여의 실태 파악에 필요한 진료 정보만 넘기고 환자 개인의 신상 정보는 포함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비급여는 급여와 달리 사회적 통제 기전이 없어, 국민이 비급여의 특성과 비용을 바탕으로 진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체계가 없었다. 그동안 시행되었던 표본조사의 방법으로는 비급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입법 목적에 필요한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관련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고의무의 이행이 의사의 진료 활동에 큰 부담을 줘 과잉금지 원칙에 관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영진 재판관은 비급여 진료 전 설명의무 조항에 대해 "설명의무 조항은 의료법 조항에 명시된 의료기관의 개설자의 비급여 진료 비용 보고 의무의 이행 항목을 구체화하는 것으로서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 내에 있으므로 법률유보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재판관은 "설명 의무 조항은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환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비급여 항목과 비용을 알아야만 지불 능력, 비용 대비 효과 등을 고려해 해당 진료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기관 개설자뿐 아니라 의료기관 종사자도 설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자의 설명 의무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며 "설명의무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비급여 보고의무제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선애 재판관은 보고의무 조항에 대해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의료정보 수집과 정보를 규율함에 있어 입법자가 법률로서 수집되는 의료정보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 보고의무조항은 환자의 광범위한 의료 정보가 포함된 진료내역이 보고 대상이 되었음에도 제공되는 진료내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관해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 재판관은 "보고의무 조항의 입법 목적이나 관련 조항과의 체계적 해석 등을 통해 하위 법령에서 어떠한 경우의 진료 내역을 보고 대상으로 정할 것인지 그 대상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명정보에 관한 규정이 있다고 해서 보고 대상인 비급여 진료 내역의 범위가 이에 따라 규정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진료 내역에 포함되는 상병명, 수술, 시술명은 개인의 정신이나 신체에 관한 단점을 나타내며, 사생활의 핵심을 이루는 비밀"이라며 "비급여 진료에 대한 정보는 매우 민감한 의료정보로써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비급여 치료를 받기도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은애 재판관은 "그런데 보고의무조항은 보고 대상인 비급여 항목이나 진료 내역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은 채 사실상 국민의 비급여 진료에 관한 정보 일체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환자들에게 의료 정보 제공을 거부할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재판관은 "급여 정보와 비급여 정보가 합쳐지면 국민 건강에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정보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개인의 모든 정보가 국가 권력의 감시와 통제 하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국가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요구되는 정부의 적정한 통제 장치도 별도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애 재판관은 "보고의무제도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 한계와 무관한 사적 진료 계약의 영역마저 국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건강보험기관의 건전한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 아니라 오히려 의료 수준이 저하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보고의무제도는 법률유보, 포괄,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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