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적신호 켜진 한국 EMR

외국은 의료데이터 표준화…우리는 불통

"고도화된 데이터에 인센티브 제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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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근거중심의학에서 실무기반중심의학의 트렌드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대한의료정보학회는 22일 '인공지능이 바꿀 보건의료 혁명(AI Driven Healthcare Revolution)'이란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의료데이터를 보다 의미 있게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정보학회는 현재 병원마다 사용하고 있는 제각각인 전자의무기록(EMR)을 표준화해 세계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 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고도화된 데이터를 만들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의료정보학회 박현애 회장은 "과거에는 EMR을 자료를 수집하는 목적으로만 썼다면 이제는 진료·연구 목적으로 공유하고 활용해 다시 임상 현장에 피드백하는 것이 트렌드"라면서 "EMR에 기반한 축적된 의료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해 이를 다시 환자 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 같은 프로그램인 '러닝헬스케어시스템(LHS, Learning Health System)'을 구성해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EMR에서 출발해 임상 근거를 찾아내고, 다시 환자를 진료·치료하는 시스템으로, 여러 병원의 모든 자료를 환자의 신원정보만 빼서 함께 연구하고, 해당 자료로 임상실험도 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EMR은 글로벌 표준에 맞춰 사용하고 있으며, 영국, 캐나다, 호주 등도 마찬가지여서 각 나라의 의료데이터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있고, 함께 연구해 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은 벤더(vendor) 중심으로 EMR을 사용하고 있는데, A사가 한 제품을 만들어 다수의 병원에 납품하면 당연히 상호운영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EMR시스템은 벤더 중심이 아니라 병원 중심으로 개발돼 그 양식과 표준도 제각각으로, 많은 의료데이터를 함께 모아 연구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표준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EMR에 담긴 의료데이터를 각 병원이 자신들만의 정보로 인식해 매우 폐쇄적이며, 표준화 되어있지 않은 EMR은 그 데이터 수준도 자체 병원 수준에 머물면서 질이 떨어져 더 큰 부가가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정보학회 유희석 회장은 "우리나라도 EMR 도입 초기 스탠다드를 개발해 각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도록 시도했으나 개발이 무산돼 병원 중심으로 플랫폼이 구축됐고, 그러다 보니 중구난방이 돼버렸다"면서 "각 병원마다 공개하지 않으려는 특성과 개인정보보호법 규제에 따라 적극적인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부 병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데이터 모수가 적다보니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이거나 일반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정보학회 박래웅 이사장은 "병원들이 자신들의 데이터로 한국형 EMR을 구현하려고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한국형은 다른 나라들과 함께 쓸 수 없다"면서 "전 세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아주대 의료정보연구센터장으로 있는 박래웅 이사장은 글로벌 의료 정보 컨소시엄인 오딧세이를 이용해 각 병원의 데이터를 모아 공통데이터모델(CDM) 방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오딧세이 컨소시엄이 각 병원의 비표준화 데이터를 한데 모아 CDM으로 전환해 표준화시키고, 분석 도구와 툴을 제공하면, 병원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데이터를 적용하고 그 결과를 도출해 임상에 적용하거나 다른 연구로 쓰는 등의 작업을 하는 것이다.
 
박래웅 이사장은 "현재 160개 기관과 24개 병원이 오딧세이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했으며, 올해 말 아주대, 가천대 등 7개 병원의 데이터 변환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이렇게 각 병원별로 흩어져 있는 유전체·시그널·영상정보 등이 연계돼야 데이터의 질이 높아지고,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데이터 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박래웅 이사장은 "이렇게 모아진 데이터로 연구를 통해 고도화된 데이터, 의료혜택을 주는 데이터를 만들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대부분 이러한 데이터를 만들면 타인이 이득을 취하게 되는데, 내가 올린 데이터를 다른 의료기관이나 환자가 이용했을 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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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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