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교수님, 중환자 의료진의 노력을 폄훼하지 말고 현장의 전문가들이 정책을 이끄는 풍토를 만들어주십시오"
[칼럼] 김제형 고려대 안산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무임소이사
[메디게이트뉴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지난 11월 30일 제29차 한국과총-의학한림원-과학기술한림원 “코로나 감염, 올겨울 난 괜찮을까?” 에서 “정부의 감염자 관리 문제점과 대책’이라는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해당 발표의 상당 부분이 국내 중환자 진료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과 자의적 해석 및 판단을 근거로, 중환자 진료에 전념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과 소속 중환자 전담의료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1.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들이 병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위해 병상을 내놓지 않은 것이 실체적 진실”이라는 의견은 환자 진료에 헌신했던 병원과 의료진의 노력을 폄훼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전염성 질환인 코로나19 환자를 비코로나19 환자와 동일한 병원 건물에서 진료하기 위해서는, 전염을 차단하기 위한 시설, 공조, 동선 분리 등의 제반 조치가 필요합니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1차 대유행은 의료기관들이 준비할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도 없이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지역내 모든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들은 병상의 여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병상에서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즉각적인 진료가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구동산병원이 비코로나19 환자를 소개하고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코호트 격리 병원으로 운영된 바 있습니다. 또한 당시 대구 경북의 거의 모든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은 응급으로 시설 및 인력을 정비해서 코로나19 일반환자 및 중환자의 진료에 전념했습니다.
전염성 질환인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을 도외시한 위의 의견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열악한 조건에서도 환자 진료에 헌신했던 지역내 병원과 소속 의료진의 노력과 수고를 폄훼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더군다나 발표 자료에 '훈련된 인력부족 및 코로나 진료를 위한 병동 준비 미비 등으로 유휴 병상이 있음에도 미활용'이라는 부제를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병상을 내놓지 않은 것이 실체적 진실'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2.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중환자병상을 전체 중환자병상 중 최고 70%, 현재 21%를 사용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최고 11%, 현재 6% 정도의 중환자병상 만을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제공하고 있다”는 의견은 유럽의 의료체계 붕괴에 따른 적절치 않은 비교입니다.
국가나 지역사회의 코로나19 확진자와 경증, 중등증 및 위중증 환자의 발생 수 및 비율은 방역의 효과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 차이에 따라 기존 의료체계에 대한 부담 역시 다릅니다.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방역이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급증하는 환자로 인해 기존 의료체계가 붕괴되거나 혹은 붕괴 직전의 상황이 초래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국가들은 비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일상적 진료를 제한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중환자실을 불가피하게 거의 전면적으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발표에서 제시된 유럽 국가들의 코로나19 중환자병상 비율은 비코로나19 환자 진료를 극도로 제한하거나 포기한 상황에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수치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에 반해 한국은 효과적인 방역으로 코로나19 중환자의 발생이 적었고, 비코로나19 환자 진료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중환자에 대한 진료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이런 현실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이를 단순화해서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으며, 더 나아가 국내 병원들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중환자병상 제공에 소극적인 듯이 주장하는 것은 자료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해석에 근거한 자의적 판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3.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중환자실 환자 중 15~30%가 비응급-비중증 환자이고, 이 환자들을 퇴실시킬 경우 1500~3000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은 현실을 반영하거나 고려하지 못한 산술적 추산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 중환자병상 동원령 후 약 1년이 지난 후 진행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대책과 관련한 주제발표에서 제시된 자료가 코로나19 이전 혹은 코로나19 이후 병상 동원령 이전의 것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의견을 드립니다. 일선 중환자 진료의로서 제시된 자료가 실제 중환자들의 중증도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코로나19 중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중이며, 일부 환자들이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진료 중입니다. 제시된 자료를 근거로 한 의견에는 두가지 오류가 있습니다.
첫째, 제시된 자료의 수치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중환자실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의 양과 질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상급종합병원 비코로나19 중환자들의 중증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중환자 중증도 차이는 수가코드 등으로 단순히 추산되거나 비교될 수 없을 뿐더러, 실제로 현장의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이전이나 이후에 체감하는 상급종합병원의 비응급-비중증 환자의 비율은 제시된 자료보다 매우 낮습니다.
또한 정부의 코로나19 중환자병상 동원령으로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비코로나19 중환자병상 규모는 상당히 축소돼 의료진이 체감하는 실제 중증도는 역대 최고인 상황이고, 즉시 퇴실시킬 수 있는 비응급-비중증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상급종합병원의 비응급-비중증 환자를 퇴실시키더라도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병상은 현실적으로 극히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설사 비응급-비중증 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비코로나19 중환자병상을 즉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듯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환자를 비코로나19 환자와 동일한 중환자실에서 진료할 수도 없을 뿐더러, 기존 중환자실에서 비코로나19 중환자를 소개하고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를 한다고 할지라도, 전염 예방을 위한 격벽, 공조, 시설 등을 할 경우 확보할 수 있는 추가 병상의 수는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비응급-비중증 환자를 퇴실시켜 즉시 1500~3000 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은 코로나19 중환자 진료현장 및 코로나19의 현실과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고려하지 못한 단순한 산술적 추산에 불과합니다. 이를 마치 수천개의 병상을 즉시 확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이 적극적이지 않다고 해석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한 개의 중환자병상이 시급한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들이 상당수의 응급하지도 중하지도 않은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퇴실시키지 않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중환자 진료에 전념하고 있는 병원과 의료진을 폄훼하고, 더 나아가 의료진과 환자, 의료계와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발언입니다.
4. “정부지원금으로 채용대기, 기존 중환자실 근무, 교육 후 배치 가능한 경력 간호사를 중환자 간호인력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은 중환자 진료 의료진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간호사가 독립적으로 중환자 진료를 책임지기 위해서는 최소 1개월에서 수개월의 교육기간을 이수해야 합니다. 정부지원금으로 공간, 시설, 장비가 갖춰진 코로나19 중환자병상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신규로 채용된 간호사가 즉시 중환자 진료를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인건비가 확보되면 간호사를 채용해서 즉시 중환자병상을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은 중환자 진료 의료진의 전문성과 특수성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도외시한 결과입니다.
정부의 병상동원령에 따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들은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신규 간호사가 아닌 기존 중환자실 간호사들을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코로나19 중환자 간호인력의 공백을 막기 위해 신규 혹은 경력 간호사들을 채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과중한 중환자실 근무에 대한 기피 등의 이유로 인해 인력 확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채용이 가능하더라도 중환자 진료를 수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많은 병원이 동시에 동일한 인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상황에서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조정을 위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원금을 충분히 줄 테니 개별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정부와 관계 당국의 책임을 도외시하는 것입니다. 의료계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중환자 의료인력 특히 간호인력의 확보 및 교육이 최대의 관건임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대책 마련을 역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은 없었습니다.
5. “일부 전문가들의 체육관 병원, 전담병원 지정 주장이 누가 체육관 병원을 운영할 지, 어느 병원을 전담병원으로 지정할지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는 것이라면 무책임한 것이다”라는 의견은 오히려 전문가단체가 먼저 제안했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난해 12월 7일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목전에서 대한중환자의학회를 비롯한 11개 전문학술단체는 '코로나19 급증에 따른 중환자 진료체계 구축을 위한 전문학술단체 성명서'를 통해 거점전담병원 기반 대응안 및 대형임시병원 구축 병행 대응안(체육관 컨벤션 등 활용) 등의 단계적 대응 방안 수립을 촉구하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대구 경북의 1차 대유행은 준비 없이 닥친 재난상황에서 지역내 의료진과 자원 의료진의 헌신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향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있었고, 정부는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공표한 바 있습니다. 국민들이 방역에 적극 협조하고 이에 따른 희생을 감수함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발생할 대유행과 이에 대비하는 중환자 진료체계에 대한 정부와 관계 당국의 준비는 매우 부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차 대유행 시 심각한 중환자병상 부족 사태를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경험과 시행착오에 근거한 실효성 있는 논의와 대책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3차 대유행을 맞게 되었고 정부의 대책이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전문학술단체들이 본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논의 끝에 가능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거점전담병원 및 대형임시병원 안입니다. 거점전담병원은 메르스 사태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돼 논의되고 추진됐던 '감염병전문병원'의 개념을 코로나19 사태에 맞춰 조정한 것이고, 대형임시병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운영을 한 바 있는 재난대응 체계 중의 하나입니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전문가 집단은 최대치의 문제 제기를 하고 가능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의 대안이 항상 구체적이고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담을 수 없는 것은 상식입니다. 정부는 11개 전문가 집단이 입을 모아 한 목소리로 대안을 제시했을 때 이의 무게를 고려해 논의한 후에 타당할 경우 시행을 결정하고, 당연히 정부와 관계 당국이 주체가 되어 기관 지정, 운영 및 인력 동원 등의 제반 사항에 대한 실행안을 만들고 수행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집단의 공동 의견에 대해 적절한 고려나 논의 없이 대안을 제시한 쪽에게 '누가 운영, 인력은 어디에서'라고 반문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 실행안이 없다는 이유로 '무책임'하다고 언급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각계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 고려하고 논의해 결정해야하는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정부와 관계 당국의 잘못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제시한 쪽에게 구체적인 실행안을 요구하며 무책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문가 집단의 건전한 의견 개진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병상을 동원하고 코로나19 중환자를 분산 치료하는 정책을 채택했고, 이 상황에서는 거점전담병원이 지정되고 운영돼도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 진료인력을 동원할 수 없어 적절한 운영이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해 더 이상 관련 의견은 개진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항상 미국, 유럽과 같은 재앙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표한 바 있고, 모든 국민 역시 그 가능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절대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유사한 상황에서 정부와 관계 당국이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시행된 바 있는 대형임시병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쪽에서 실행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려나 준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향후 중환자 진료의 세계적 흐름은 상시적으로 기존의 일반 중환자 진료와 감염성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를 병행해야 하는 체계로 확대 재편성될 것이며, 한국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병상동원령으로 인해 갖춰지는 중환자 진료 체계는 국내 미래 중환자실의 전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같은 격변기에 정부와 의료계는 일반 중환자와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를 가장 효율적으로 병행하기 위한 공간, 시설, 인력 기준 등의 요건과 수가체계와 관련한 생산적이며 발전적인 논의를 시급히 시작해야 합니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김윤 교수의 논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의료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는 의견 개진에는 신중하시길 바랍니다. 의료 현장의 전문가들이 의료정책을 함께 이끌어 갈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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