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기업만 700곳, 스위스 바젤이 유럽 제약바이오의 메카가 된 이유

연구개발에 유리한 세제혜택과 글로벌 탑티어 기업들과의 네트워킹이 큰 장점

사진: 스위스 바젤 투자청 오봉근 한국 대표(오른쪽)가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1에서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스위스 북부에 위치한 바젤은 작은 도시지만, 지정학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데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과 접해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로슈(Roche)와 노바티스(Novartis)의 본사가 위치해있으며, 유럽 최고의 생명과학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는 화학과 제약 산업의 중심 도시 역할을 하고 있다. 바젤은 어떻게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심지가 됐으며, 한국 기업들은 이곳에서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스위스 바젤 투자청 오봉근 한국 대표가 27일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1 컨퍼런스 선진국가 바이오산업 정책이슈 및 투자현황 세션에서 '유럽 내 1위 바이오 클러스터, 스위스 바젤의 정책 및 투자 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오 대표는 "바젤은 유럽 내 최대 시장인 독일과 프랑스를 동시에 커버하면서 미국 시장 등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생명과학 인재 3만 2000명 이상이 상주하고 있다"면서 "해외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유럽시장을 겨냥할 때 염두에 두는 곳이다. 로슈와 노바티스, 론자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제약바이오사들이 바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본사가 다른 곳에 있더라도 유럽 내 본사를 바젤에 두는 업체도 굉장히 많다"고 소개했다.

오 대표에 따르면 바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제약바이오기업만 700곳이 넘는다. 로슈나 노바티스와 같은 빅파마의 육성을 받고 있는 향후 유니콘 수준의 다국적 제약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스타트업도 33곳에 이른다. 현재 임상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도 350개가 넘으며, 노벨상 배출 기관을 포함해 1000여개 이상의 제약 및 바이오 분야 연구 기관이 집적돼 있는 등 여러 치료 영역에서 선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오 대표는 바젤 지역의 특징적인 정책으로 ▲과학적 연구 성과에 대한 확실한 세제 혜택 ▲글로벌 탑 제약사 주도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정책 ▲집중 분야에 대한 전세계 혁신 스타트업 소싱 등 3가지를 꼽았다.

오 대표는 "바젤 지역은 경쟁력있는 법인세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특히 지적재산권(IP) 등록에 따른 세제 감면은 많은 생명과학 회사들에게 큰 혜택이 되고 있다. 연구 중심 기업에는 최대 10년까지 면세기간을 준다"면서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고려할 때 인허가 승인절차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법인세와 관련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연구 개발에 유리한 세제 혜택은 바젤 지역을 임상 및 전임상 중심지로 만들었다"면서 "많은 기업들이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와 임상비용을 비교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질환 영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바젤이 환자 1명을 모집하는데 드는 비용이 훨씬 저렴한 경우도 있어 엄밀히 비교해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대형제약사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활성화 정책의 대표 사례로 바젤런치(BaseLaunch)를 꼽았다. 바젤런치 파트러노는 로슈, 로이반트(Roivant), 존슨앤드존슨(J&J), CSL베링(CSL Behring) 등이 있다.

오 대표는 "바젤런치의 스폰서들은 220여개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을 검토, 연간 4개 정도의 유망 업체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면서 "선정된 회사들은 연간 50만 달러 가량의 현금을 지원받고, 빅파마로부터 멘토링을 받아 육성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글로벌 선도제약사들이 노하우를 직접 공유하는 행사들도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젤런치로 2018년 첫 스타트업을 선별한 이후 3년간 18개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했고, 8개 회사는 유럽 내 최고 수준의 투자사로부터 2400억원을 유치했으며, 1개 회사는 인수합병(M&A)를 통해 엑시트(exit)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 대표는 "디지털 헬스와 같은 집중 육성 분야의 경우 데이원(DayOne)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전세계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노을(Noul) 등을 포함해 전세계 혁신스타트업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바젤 클러스터에 참여하고 성장하고 있다. 선정되면 클러스터의 모든 이점을 활용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스위스 이노베이션 파크(Swiss Innovation Park)를 통해 실험실과 사무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기업에 제공하고 있는데, 외국 기업도 일정 절차를 거치면 이용할 수 있다. 단 혁신적인 연구를 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파크에 입주하면 탑 수준의 글로벌 제약사와도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파크에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상주하고 있는데, 이 매니저의 중요한 역할이 상주기업들의 니즈(needs)에 따라 여러 네트워킹을 주선해주는 것이다. 예를들어 입주한 한국 기업이 노바티스의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와 미팅하고 싶다고 하면 1~2일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오 대표는 "한국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진출한 빈도가 높지 않고, 스위스 시장에 대해 심리적인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향후 유럽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이 있다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세제혜택이 얼마나 좋은지, 인허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자신과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들이 많이 있는 곳은 어디고 그들은 왜 그곳을 선택했는지 등이다. 바젤은 보통 물가가 비싸다고 인식하지만 보스턴과 비교했을때 임대료나 인건비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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