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에 '파업 시 엄정 대응' 경고한 복지부, '업무개시명령' 타당한가

대전협 단체행동 참여 86% 설문 결과 공개하자 복지부 파업 시 업무개시명령 가능성...헌법 보장 저항권 제한 지적

지난 2020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며 의사 가운을 벗는 세레모니를 진행한 전공의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공의·의대생 등 젊은의사들의 단체행동 가능성에 정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지난 2020년 복지부가 파업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발동했던 업무개시명령 이슈가 다시 의료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정원 규모 확정을 위한 마지노선인 4월이 다가오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단체행동 예열에 들어갔다.
 
그간 신중한 행보를 이어오던 대전협은 22일 55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단체행동 참여 여부 설문조사 결과를 전격 공개했다. 해당 설문에 따르면 전공의 4200여명 중 86%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20년과 같은 전공의들의 대규모 파업이 어려울 것이라던 당초 관측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동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이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실제 복지부는 4년 전 의료계 총파업 당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명령에 불응한 전공의 10명을 고발하는 강수를 뒀지만, 이후 의·정 합의가 이뤄지며 고발을 취하했다. 

헌법 보장 '저항권' 제한…영국·프랑스 등 해외선 의사 파업 보장
 
윤석열 정부도 지난 2022년 화물연대 파업 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전적이 있다. 전공의 파업에도 같은 방식으로 강경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법조계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의사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오킴스 조진석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 자체가 직업수행의 자유의 침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무엇보다 의사들의 파업은 정부의 일방적인 보건의료정책에 저항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이런 측면에서 업무개시명령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저항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도 의사의 파업이 잦은 해외 사례 등을 근거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영국 전공의들은 지난 3일부터 임금 35% 인상을 요구하며 엿새간 파업하기도 했다.
 
고대의대 안덕선 명예교수(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는 ”업무개시명령은 말이 명령이지 사실상 유신시대 긴급조치같은 초법적인 것“이라며 ”영국, 프랑스 등에선 의사들이 날짜를 미리 예고하고 응급실, 분만, 신장투석 등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파업이 이뤄진다“고 했다.
 
의사면허취소법도 '부담'…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면허 취소 가능성엔 전망 갈려

의료계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의사면허취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은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조진석 변호사는 ”최근 정부의 노선을 봤을 때,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의사들에 대해선 의사 길들이기 목적으로 실제 면허취소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변호사 A씨는 “법리상 형평성을 고려할 때,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형벌 이외의 제한이 부과될 경우 판사들은 더욱 고민하게 된다. 의사면허취소법으로 금고형 이상이 내려지면 면허가 취소되기 때문에 재판부도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말로 심각한 악결과가 대량으로 발생한 정도가 아니라면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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