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재진'부터? 의료계·산업계 엇갈리는 희비

복지부-의협 재진부터 허용에 큰 틀 합의...초진 허용 주장해온 업계는 '비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를 재진부터 허용하는 방식으로 제도화의 큰 틀에 합의한 가운데 의료계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안전성 우려로 재진부터 허용을 주장해왔던 의료계는 원하던 결과를 받은 반면, 초진이 막히면 이용자 수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는 플랫폼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9일 ‘의료현안협의체’ 2차 회의를 갖고 ▲비대면 진료의 대면 진료 보조 수단으로서 활용 ▲재진환자 중심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합의 내용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재진환자를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한 대목이다. 이는 다른 내용과 달리 의료계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이었다.
 
그간 의료계는 안전성 등의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는 것에 반대해왔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비대면 진료 필수 조건 연구’ 보고서에서 “비대면 진료에서 초진을 하게 되면 환자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불완전한 시진과 청진만으로 환자의 질환 혹은 질병에 대해 진단 및 처방을 내려야 한다”며 “우선 안전성이 확보된 재진부터 허용하고 초진은 허용하지 않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실제 의협에서 지난해 실시한 회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초∙재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초진 불가, 재진 허용’을 택한 비율이 71.5%로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재진부터 허용에 합의한 게 아니라 (재진부터 허용이라는) 의협의 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하자는 원칙적 합의를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초진·재진 여부에 대해선 정부와 의협의 공감대가 오래 전부터 이뤄져온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도 해당 사안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초진이 금지될 공산이 커지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플랫폼 업체들은 그간 초진시 안전성 우려에 대해 한시적 허용 후 지난 3년여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며 현행대로 초진부터 허용을 주장해왔다.
 
이들은 초진을 제한하면 환자들의 편의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초진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로 주장해왔다. 현재는 환자들이 내원한 적이 없는 의료기관이더라도 앱 상에서 선택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재진부터 허용할 경우 직접 방문을 했던 병원으로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방문했던 병원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와 제휴하지 않은 곳이거나, 이용자가 비대면 진료 이용을 원하는 주말이나 밤 늦은 시간대에 내원했던 병원이 비대면 진료를 하지 않을 경우도 환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결과적으로 이번 합의대로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 경우, 편의성이 저하되면서 플랫폼 이용자 수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30여년간 시범사업에 그쳤던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논의가 이뤄진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협의에서 진료 대상자를 재진환자 중심으로 한정함으로써 현재 시행 중인 비대면 진료와 달리 실효성이 대폭 축소돼 제도화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만 3년동안 3500만건의 비대면 진료 사례를 통해 일각에서 제기하던 문제점과 위험성이 없다는 게 확인됐음에도 현행보다 환자를 제한하기로 합의한 건 상당히 아쉽다”며 “실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의료접근성 개선 효과를 경험했던 대다수 국민도 합의 내용에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협의로 정책이 확정되는 건 아니며 새로운 법안 발의 등에 따라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업체들 사이에선 재진환자 대상으로 제도화가 될 경우를 대비해 사업 모델에 대대적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운영하는 A사 대표는 “재진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허용되지 않겠느냐”면서도 “일단은 재진 위주의 솔루션으로 거듭나야 할 것 같다. 대면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병원의 유도 하에 우리 플랫폼을 통해 재진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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