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연구회 "원격모니터링부터 지역 제한해서 시작"...복지부 "국민 건강증진 관점에서 사회적 협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원격의료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진 가운데 10일 국회에서는 비대면진료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정부는 이날부터 재택치료자 중 일반관리군은 동네 병∙의원을 통해 비대면진료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대응 여력을 늘리기 위해 비대면진료를 적극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 원격의료에 반대 일변도였던 의료계도 과거 대비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법적 책임 소재, 수가, 대형병원 쏠림 등 실제 시행에 앞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원격의료가 피할 수 없는 미래란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 거버넌스 구축 필요...안전성 검증된 부분부터 도입 타진
발제자로 나선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김성근 회장(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원격의료 관련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선제적으로 도입해 볼 수 있는 범위를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국회, 정부, 의료계, 산업계, 소비자, 학계, 약사회 등이 모두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만들고 ▲원격의료 세부 모형 개발 ▲원격의료 기술 상담 및 지원 ▲원격의료 기술 평가 및 인증 ▲의료인 대상 교육 훈련 ▲개인정보 보호 대책 ▲법적 책임 관련 사항 ▲규제방안(지역별 제한, 환자수 제한 등) 등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다.
또한 김 회장은 “원격의료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성보다 편의성, 산업적 측면이 우선시되고, 다른 나라들이 한다는 이유로 우리도 뛰어들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비대면진료는 어디까지나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이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원격의료 도입 과정에서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어렵겠지만 원격의료 참여 주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길이 열릴 것”이라며 “단지 의료계가 희생해서 받아들이라는 식은 어렵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내용을 전제로 원격모니터링 등 안전성이 확보된 진료 범위부터 도입하고, 지역을 제한해 시작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무너진 의료전달체계에 미칠 영향 고민...수가와 비용은 어떻게
세브란스병원 고위험 산모태아 통합치료센터 한상원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원격의료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꼽았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돼 있다”며 “원격의료 도입이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는 기회가 될지, 오히려 더 망가뜨리는 계기가 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1차의료기관에 도입하더라도 3차의료기관은 1차의료기관에 자문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3차 의료기관이 직접 나서서 환자를 보게되면 1차의료기관은 더 붕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격의료 인프라 구축과 실제 시행 과정에서 의료기관들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어떻게 보전해 줄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충분한 수가가 책정되지 않을 것이란 의료계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 교수는 원격의료 도입으로 수혜를 입는 산업계나 환자들이 추가 비용을 내고 이를 의료계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의학한림원 원격의료연구특별위원회 윤건호 위원장(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비대면진료 도입이 오히려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제고해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세울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위원장은 “일차의료기관에 수가도 더 주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조이고, 대형병원으로 자원을 집중하면서 국민들이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대형병원들이 비대면진료 인프라를 잘 만들어 일차의료기관들이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등으로 지원하면 환자들이 다시 일차의료기관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상과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지불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로는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라며 “결국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에 대해 포괄수가제와 유사한 새로운 수가체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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