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로바이오틱스라는 단어를 알고 있고 상당수가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복용하고 있는 그야말로 프로바이오틱스 전성시대이다. 그래서 최근 진료실에서는 환자들로부터 프로바이오틱스를 꼭 복용해야 하는지, 어떤 제품이 좋은지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문제는 의사들이 질병을 치료하는 전통적인 약물에 주로 관심을 가지다보니 오히려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는 일반인보다 더 어두운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게다가 프로바이오틱스는 여전히 건강식품이라는 모호한 영역에 있기 때문에 분명한 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프로바이오틱스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될 수록 미디어에서 더 많이 다뤄지고 그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는데, 이와 동시에 불명확한 정보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는 형국이다. 서구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 규제부터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까지 여러 단계에서의 혼란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분야의 대가인 Shanahan교수와 Quigley교수는 미국소화기학회지에 서양의 시장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 기고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전문약제가 아니고 건강식품 혹은 식이 보충제의 영역에서 생산 유통되는 근본적 한계로 (1) 기초연구에서 얻어진 결과가 너무 과장되게 해석되어 홍보되는 문제 (우리는 최근 한 우유회사가 이 문제로 주인이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 (2)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효능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임상연구를 수행하기보다는 광고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데 집중하고 있고, (3) 방송이나 신문사 등의 미디어에서는 최근 유행에 편승해 부정확한 정보가 노출되고 있고,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회사에서 후원을 받아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다는 점, (4) 그리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규제기관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여러가지 사항에 대한 결정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혼란의 원인중 하나인데 이는 유럽이나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5) 소비자 역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하게 복용하면 몸에 좋겠지라는 기대심리로 적지않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실제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으로 얻을수 있는 이익과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그림1).
이런 혼란스러운 시장의 순환고리에서 전문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사들이 빠져있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프로바이오틱스가 환자들의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는 의사들도 무관심할 수만은 없다. 특히 국내의 경우 외국과는 달리 의사가 다른 약과 함께 처방할 수 있는 처방 프로바이오틱스라는 독특한 시장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이 분야의 지식을 습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서구에서는 온라인 쇼핑, 홈쇼핑, 약국에서 소비자가 단순 건강식품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구입해 복용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이런 시장외에 마치 약처럼 의료보험 내에서 특정 증상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국내의 독특한 시장체계 때문에 외국의 회사와 논의를 할 때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지난번 소개했듯이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제조 기준은 19종 고시균주 내에서 생균을 100,000,000 CFU/g 이상 함유하면 특별한 제한없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대신 제품에 표기할 수 있는 기능성 내용은 "유산균 증식 및 유해균 억제·배변활동 원활·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제한된다. 한번 집에 있는 제품의 포장을 살펴보면 어느 제품이던지, 광고를 어떻게 하던지 표기 효능이 이 문장으로 다 똑같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일부 제품(균주)은 특정 효과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고 개별 인증을 받아 추가적인 효능을 표시할 수 있다. 이런 건강식품과 의사들이 처방하는 제품의 차이는 처방제품의 경우 "항생물질, 화학요법제 투여 등에 의한 장내세균총 이상의 회복 및 정상화, 정장, 변비, 묽은변, 복부팽만감, 장내이상발효, 궤양성 대장염의 재발방지" 등 특정 효능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기되어 있고 정확한 균주(strain)와 용량이 표기된다는 점이다.
의사들이 이 정도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정보를 안다고 하더라도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어떤 제품을 구매해 복용하면 좋은지 물어볼 때 마땅히 대답하기 어렵다. 필자는 이런 경우 국제 프로바이오틱스 및 프리바오틱스 과학자 연합회(The International Scientific Association for Probiotics and Prebiotics, ISAPP)에서 제공한 그림을 환자들에게 보여준다. 아마도 이 칼럼을 계속 봤던 독자들은 ISAPP이란 단체가 눈에 익을 텐데 바로 프로바이오틱스와 연관된 여러 용어의 정의를 전문가 합의를 통해 만들어 네이처지에 계속 발표해온 전문가 단체이다. ISAPP은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의 혼란을 감소시키기위해 일반인과 연구자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제공과 교육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소비자를 위한 인포그래픽스(Infographics)를 만들어 배포한 것이다.
필자도 이 단체 세미나에 몇 년전 참석한 이후 역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홈페이지의 정보를 살펴보다가 인포그래픽스가 각 나라말로 번역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매우 유용한 정보가 많은 이 내용이 일본어나 심지어 중국어로까지 번역이 되어있었지만 한국어 번역이 없는 것을 보고 아쉬워서 ISAPP에 연락해 번역을 자원했었다. 이때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바로 'Deciphering a Probiotic Label'이라는 인포그래픽스다. 어떤 제품이 좋은 것이냐에 대한 답은 없지만 라벨에 적힌 정보의 질이 간접적으로나마 제품의 신뢰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라벨의 제품 정보를 어떻게 보는지 설명해준 것이다.
원칙적으로 좋은 제품이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여기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기능정보: 제품을 복용함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건강상의 이익, (2) 용법/용량/1회 복용량, (3) 제품에 포함된 용량을 CFU로 표기: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있는 미생물이므로 유통기한동안 수가 감소할 수 있어서 제조시점에 더 많은 양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유통기한 끝까지 보장되는 균수가 아닌 제조시점의 균주를 표기한 제품은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 (4) 프로바이오틱스 균의 속명, 종명 및 균주(strain)명까지 표기하는 것이 좋다. 많은 제품들이 균주명을 표기하지 않고 있는데 프로바이오틱스는 균주에 따른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이 정보가 중요하다. (5) 보관 방법에 대한 정보: 냉장보관을 해야 하는지 상온 몇도까지 보관 가능한지에 대한 정보 (6) 사용기한/유통기한, (7) 회사 이름 및 연락처 정보: 의문사항을 물어보거나 부작용을 보고하기 위한 정확한 연락처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정보가 다 표기되어 있다고 해서 그 효능이 뛰어나다고 말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정보가 부실한 제품보다는 낫다는 말이다. 의학적 관점에서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무작위 위약대조 임상연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건강식품에서 그런 연구가 존재하는지 알기는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 내가 복용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라는 의미이다. 언젠가 어떤 논문에서 이도 저도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그냥 이름 있는 유명한 회사 제품을 선택하라는 내용을 본 적도 있었는데 약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았다.
이 인포그래픽스는 (그림 2). 이 정보가 일반 소비자나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나머지 인포그래픽스도 서둘러 번역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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