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살리던 병, 앞으론 당연히 죽는 병 될 것"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흉부외과 종말 수순…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도 명맥 끊긴다"

이주영 의원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대란 관련 정부의 전향적 대책을 요구했다. 사진=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우리가 원하는 건 나의 일에 대해 자율성을 갖고 용감하게 일하며,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현실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이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면 굶어 죽진 않게 해주겠다는 적선이나 전문가적 자부심을 말살하려는 통제가 아니다."
 
"전공의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적절한 환경과 미래의 전문가로 양성되는 과정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안전 장치이지, 적게 일하는 것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는 제대로 배우고 싶다. 적절한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배우지 않고도 진급하거나, 공부하지 않고도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겠단 건 특혜가 아니라 우리 일에 대한 모욕이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전공의, 의대생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의원은 최근 전국 각지를 돌며 전공의, 의대생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의원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정책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진 지 벌써 5개월이 지나고 있다"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충분한 협상과 회유를 했다고 반복해서 말하는데 어째서 협상한단체, 회유되는 사람 1명이 없을 수 있나. 소통의 부재, 정책의 실패이자 정부의 무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들의 손발을 묶고 시키는대로 하게 만들겠다는 가성비 심평의학, 현장 실정 하나 모른 채 눈 가리고 아웅하는 필수의료 지원책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책이냐"고 했다. 

이 의원은 “오늘 이런 얘기를 전하는 이유는 어제 한 통의 절규 어린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조사 결과, 의정 갈등 이후 병원에 남은 흉부외과 전공의가 전국에 12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올 2월까지도 힘들고 어려운 동시에 위험하고 보상조차 높지 않은 걸 알지만, 그럼에도 재밌고 보람 있는 일이라 흉부외과를 선택했던 전공의들이다. 아무도 그들에게 강제하지 않았고 정부와 국민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던 전공의들”이라며 “빛 좋은 개살구를 넘어 독이 든 성배와 마찬가지인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파괴적 규모의 무대책, 무근거 증원이 발표된 후 107명 중 남은 사람은 고작 12명”이라고 했다.
 
이어 “심지어 그중 절반은 내년이면 병원을 떠날 졸업 연차들이다. 2025년이면 전국에 흉부외과 전공의가 6명 남는다”며 “우리나라에서 연간 2만 건 넘게 시행되는 수많은 심장질환, 폐질환, 혈관질환, 선천성 심기형과 심폐보조시술들은 명맥이 끊기고 남은 의사들은 빠르게 은퇴한다. 어제 최선을 다해 살리던 병들이 내일은 당연히 죽는 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또 “이 일은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것이다. 정부가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에 국민들의 피가 뿌려진다”며 “오늘의 주치의들은 이 시간에도 환자 곁에 있다. 개인의 미래를 다 걸지 않는 것까지 책임감의 영역으로 비난한다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착각하지 마라. 전문의와 PA 중심 병원은 교육을 포기한 병원이란 말과 다르지 않다”며 “흉부외과의 종말, 국민의 심장이 멈추고 골든타임은 몇초도 남지 않았다. 국민을 위하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정부는 대책 마련을 위해 신속하고도 전향적 변화를 즉시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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