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뇨 증상 있다면…소변 URD 검사로 생검·현미경 없이도 사구체신염 진단 가능

[만성콩팥병 인식 캠페인] 사구체신염 자칫 만성콩팥병 위험...URD 검사 다기관 연구논문 출간 예정

대구가톨릭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창호 교수.
메디게이트뉴스-시스멕스코리아 공동 만성콩팥병 인식 캠페인

현재 지구상에는 약 6000~8000개의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새로운 희귀질환이 의학계에 계속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전체 질환의 약 6% 남짓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치료제가 있음에도 질환이 잘 알려지지 않아 유병률에 따른 예측 환자 수보다 치료받는 환자 수가 현저히 적거나, 진단이 어려워 정확한 유병률조차 파악되지 않는 질환도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진단·치료를 받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선 진료현장에서 마주치기 드물고 환자가 내원했을 때 반드시 의심해야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가 치료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호전이 없는 등 처음과는 다른 질환이 의심될 때 떠올릴 수 있는 질환을 알 수 있도록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①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연구소 나은희 소장
②대구가톨릭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창호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신장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이상이 생겨도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성콩팥병이 진행해 말기신부전이 되면 혈액투석 또는 신장이식 외에는 다른 치료방법이 없다.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지난 9월 있었던 대한신장학회 국제학술대회(KSN 2021)에서는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2.1배 높다는 장기추적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만성콩팥병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17년 대한신장학회가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3명은 만성콩팥병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낮은 인식은 조기 진단과 적시 치료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말기신부전 유병률과 혈액투석 필요 환자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신장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2019년 말기신부전 등록사업’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말기 신부전 유병률은 2019년 1만6000명의 환자가 발생해 전 세계에서 여섯번째일 정도로 높다.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수도 지난 10년 사이에 두 배가량 늘며 10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치명적인 만성콩팥병의 3대 원인질환 중 하나가 사구체신염이다. 나머지 두 질환인 당뇨병, 고혈압과 달리 사람들에게 생소한 질환이다. 신장 내 사구체라는 기관에서 염증과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치료없이 방치할 경우 만성콩팥병과 말기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창호 교수를 만나 사구체신염과 그 진단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전 교수는 사구체신염의 주요 증상 중 하나가 혈뇨라며 주기적인 소변 검사로 조기진단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Q. 사구체신염은 어떤 질환이며 국내 유병률은 얼마나 되나?
신장에 있는 사구체란 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사구체는 혈액내 과다한 체액과 노폐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데 염증이 생기거나 파괴가 되면 이 같은 기능이 손상된다. 국내 유병률은 해외에 비해 특별히 더 많지는 않으며, 10만명 당 0.5~2.5명 정도로 드문 질환이다.

Q. 사구체신염의 원인은 무엇인가?
사구체신염은 1차성, 2차성으로 나뉜다. 1차성은 면역반응이 사구체에 발생하는 것으로 체질적 문제라 예방이 어렵다. 2차성은 몸에 생긴 염증이 만성화 돼 신장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다. 따라서 전신성 감염을 신속하게 치료해서 과도한 면역반응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연쇄상구균으로 상기도감염이 있었던 환자에게서 사구체신염이 발생하기도 하며, 사슬알균, 심내막염, HIV나 B형·C형 간염의 바이러스 감염도 원인이 된다. 이 외에도 원인 면역질환으로는 전신홍반루프스가 있으며, 약물, 악성종양 등으로 인해 사구체신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Q. 사구체신염의 증상은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혈뇨가 가장 확인이 쉬운 증상이며, 그 외에 얼굴이 붓거나 피부 탄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신장은 이상이 있어도 침묵하는 장기다보니 객관적 증상이 나타날 정도라면 이미 병이 꽤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시스멕스의 자동화 요침사 분석기 UF-5000은 RBC, Non Lysed RBC 등 총17가지의 파라미터를 기본 측정한다. 전창호 교수가 UF-5000을 통한 URD 검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구체는 한 번 파괴될 시 재생이 불가능하며 진단이 늦어지면 만성콩팥병에 빠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만성콩팥병의 원인중 사구체신염이 차지하는 비율이 20%에 달한다.

전 교수는 “사구체는 양쪽 신장에 각각 100만개씩 존재하는데, 간 등과 달리 손상을 입으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며 “만성콩팥병 예방을 위해선 사구체신염을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구체신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혈뇨다. 하지만 혈뇨는 사구체신염 외에도 결석, 종양, 외부 충격에 의한 신장 또는 요도 손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어 감별이 필요한다. 원인 감별을 위한 대표적 진단검사 방법으로는 신장조직검사(생검), 소변 현미경 검사, URD(Urine RBC Distribution) 검사 등이 있다.

생검은 혈뇨가 지속돼 콩팥병이 의심될 경우 작은 바늘로 콩팥 조직의 일부분을 떼어내 현미경으로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소변 현미경 검사와 URD 검사는 소변으로 배출되는 적혈구(RBC) 중 비정상적 형태를 가진 이형 적혈구(Dysmorphic RBC)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신장에 이상이 있을 경우, 이형 적혈구의 비율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각 검사는 장단점이 있다. 신생검의 경우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지만 침습적 시술이라는 특성상 환자들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소변 현미경검사는 의료진이 직접 이형 적혈구를 하나 하나 관찰해야 하다보니 제한점이 따른다. 현미경을 통한 검사는 적혈구 모양을 평가할 때 불가피하게 개별 의료진의 주관이 들어가게 되는 점 역시 한계다.

전 교수는 “병원에서 하루에 소변검사를 하는 환자가 약 3000명에 달한다”며 “의료진이 직접 현미경으로 이 모든 소변검사를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URD 검사는 소변검사를 거쳐 장비를 활용해 일관된 결과를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URD 검사 실시 환자중 70~80%의 환자는 추가로 생검을 실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정확도 역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URD 검사는 소변내 적혈구의 양이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보다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최근 서울, 대구, 부산 소재 5개 의료기관에서 URD검사에 대한 다기관 연구를 진행했으며 곧 논문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해당 연구를 통해 전 교수는 URD 검사의 유용성을 입증했으며, URD 검사 적용이 가능한 최소한의 적혈구 수 및 사구체성 질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이형 적혈구의 비율 기준치 등을 제시했다.

그는 “URD검사 적용을 위한 기준과 검사의 정확성에 대한 연구였다”며 “그간에 있었던 유사한 연구들과 달리 다기관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URD 41.3%를 기준으로 79.1%의 민감도를 나타냈다.

이 같은 URD 검사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진들 사이에서 인식은 높지 않은 편이다. 전 교수는 “신장질환은 개원가에서 환자를 가장 먼저 접하는 경우들이 많을텐데, URD 검사를 알고 있는 비율이 얼마되지 않을 것”이라며 URD 검사에 대한 인식 제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환자들에겐 소변검사가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큰 부담이 없는 만큼 정기적 검사를 통해 사구체신염이 만성콩팥병으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전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도 URD 검사는 소변에서 배출되는 적혈구의 원인을 저렴한 보험수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며 “주기적인 소변 검사를 통해 사구체신염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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