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한방 난임지원사업, 실제 성공률 1.25%…임신 전후 독성 위험까지

바른의료연구소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될 때까지 사업 보류하거나 중단해야"

▲한약 복용으로 태아의 이상반응이 나타난 실제 사례가 논문에서 보고됐다. 자료=바른의료연구소  

한의협 주장에 재차 반박, "한의협, 논문 왜곡에 의료인 연구윤리 부정까지"   

바른의료연구소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한의사협회의 반박은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사실을 왜곡했다.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전까지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최근 열린 한방난임 토론회에서 2017년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한 28개 지자체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 한방 난임 사업은 8.4개월 동안 임신성공률이 10.5%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문헌검토를 통해 한방난임치료의 양대 축인 한약과 침술의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난임치료에 사용하는 한약에 임부와 태아에 위험한 한약재들이 함유됐다고 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한의협 손정원 보험이사는 “난임시술 임신성공률이야말로 저조하며 한약은 임신 전 복용이라 위험하지 않다. 한약의 효과를 증명하는 SCI논문도 있고 동물실험 결과를 사람에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한의협 이사의 첫 번째 주장은 주기당 임신률에 대한 개념을 전혀 모르고 주장한 것이며, 두 번째 주장은 임신의 기본적인 과정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주장에 불과하다. 세 번째 주장은 의도적이고 편향적으로 논문내용을 왜곡한 것이며, 네 번째는 의료인으로서 기본적인 연구윤리를 부정하는 주장이다”라고 재차 반박했다.  

①주기의 개념조차 없어...한방난임 임신성공률 실제 1.25%   

한의협 이사는 “2014년 복지부 난임지원사업 실태조사에서 인공수정 시술의 임신율은 13.5%라며, 그렇다면 이 역시도 자연임신율에도 못 미치는 참담한 결과”라고 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난임치료의 유효성을 객관적으로 등등하게 비교하기 위해 각 치료의 시술 횟수나 시술기간이 동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인공수정 시술의 임신율 기준은 1주기인데 반해 2017년도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율은 8.4개월 동안 즉 8.4주기 동안의 결과다. 따라서 지자체 사업의 1주기당 임신성공률은 1.25%에 불과하다"고 했다.  

연구소는 1998년 'FERTILITY AND STERILITY' 학술지에 게재된 '원인불명 난임 치료의 유효성' 논문을 인용해 "원인불명 난임여성의 1주기당 자연임신율을 1.3~4.1%로 보고했다. 결국 한방난임사업의 1주기당 임신성공률 1.25%는 1주기당 인공수정 임신율 13.5%의 11의 1에 불과하고, 난임여성의 1주기 당 자연임신율보다 낮다”고 밝혔다.  

2011년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에서 시행한 한방 불임 치료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한 박사학위 논문에는 25명의 피험자 중 5명이 임신에 성공하자 6주기 내 임신성공률을 20%라고 보고했다. 연구소는 “한의계 일부에서도 주기당(per cycle) 임신율 개념을 갖고 있는데, 한의협 이사는 아직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②임신 전 독성은 물론 임신초기까지 영향 미쳐 

한의협 이사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은 임신 중에 한약을 쓴 것이 아니라 임신에 도움 되기 위한 것이다. 임신 전까지 한약을 쓰는 사업이므로 안전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2011년 Human Reproduction지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임신 중 흔히 쓰이는 백출의 생식독성 조사한 결과 임신 초기에 상용량의 백출에 노출된 생쥐에서는 태아성장지표의 유의한 감소, 착상 후 손실의 유의한 증가 등이 확인됐다. 고용량에서는 선천성 근골격계 기형이 나타났다. 

또한 2012년 Human Reproduction에 게재된 논문에선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중국에서 절박유산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한약재 20종의 생식독성을 조사했다. 산모의 산전 및 산후 사망이 관찰됐고, 산모의 체중증가, 배아 성장 및 산후 체중증가가 유의하게 감소했다. 태아흡수나 근골격계 기형 역시 유의하게 늘었다. 
 
연구소는 “주요 장기가 만들어지는 기관형성기(수정 후 3-8주, 임신 5-10주)는 기형유발물질에 가장 취약하다”라며 “한약은 3-5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복용한다. 만약 난임한약에 생식 및 발달독성이 있는 한약재가 함유됐다면 아무리 빨리 임신반응검사를 한다고 해도 착상이 되는 3주 후반~4주 초반부터 임신이 확인되는 5주 초반까지 최소한 1주 이상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7년도 울산남구 한방난임사업에 대상자로 선정된 한 명이 임신초기인 것을 모른 채 한약을 복용하다가 도중에 임신이 확인돼 중단한 사례가 있다. 

연구소는 "생식 및 발달독성을 일으키는 한약 성분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시간이 길거나 산모 체내에 축적되는 경우 임신하기 1~2달 전에 한약복용을 중단해도 태아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예를 들어 임신 중 복용한 경우 약 25-38%의 태아 기형이 보고되고 있는 여드름 치료제 아큐탄(isotretinoin)이다. 임신을 시도하기 최소 1달 전에는 아큐탄 사용을 중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중추신경계, 심혈관계 그리고 근골격계 등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건선치료제 아시트레틴(Acitretin)은 임신을 시도하기 2-3년 이내에 약물을 중단해도 태아에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소는 “생식 및 발달독성이 있는 한약 성분 중 체내 대사속도나 체내 축적 가능성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생식 및 발달독성이 있는 한약을 임신 전에 중단한다고 해서 임부와 태아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③SCI 논문 부정적인 결과 빼고 의도적 왜곡 

한의협 이사는 “임신 전 한약 복용의 위험성을 반박하는 SCI급 저널에 실린 논문이 있다. 이 논문을 빼고 결과를 왜곡해서 발표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한의협 이사가 밝힌 Wiebrecht 논문은 앞서 임신 중 한약을 복용의 위험을 밝힌 논문이 국제조화회의(ICH)의 지침과 다르게 쥐가 아니라 생쥐로 실험했고, 실험 표본 수도 적다"고 지적했다. 또한 "태아의 특정 발달단계에만 투여한 경우 근골격계 기형이 나타나지만 임신 전 기간 투여했을 때는 기형이 나타나지 않아 일관성이 없다"고 했다. 

이 논문은 총 32편의 관련 논문을 선정했고, 이 중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은 9편, 준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1편, 대조연구 2편, 증례보고 20편 등이었다. 연구결과 절박유산 중재실패율은 의학적 치료군(프로게스테론 등)보다 중약군에서 유의하게 낮았고, 두 군 간에 부작용 및 독성발생과 임신 및 주산기 부작용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소는 "논문에서 저자들은 분석 대상 논문들이 연구디자인, 중재, 결과변수 등에서 너무나 다르고 논문의 질이 매우 낮다고 했다. 분석 대상 논문들의 90% 이상에서 부작용을 결과변수에 포함시키지 않아 확실한 결과는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했다 

연구소는 “논문은 위약(placebo) 대조군을 둔 임상시험이 없어 절박유산 치료에 사용되는 중약의 안전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중약의 잠재적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철저한 과학적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했다. 

연구소는 "한의협은 한약 복용의 기형발생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논문에서 기형이 한 건(발생률 0.9%) 있었고, 뇌전증과 지적장애가 한 건씩(발생률 0.3%) 보고됐다"고 밝혔다.  

④동물실험에서 위험하다면 임신 중에 사용하지 않아야 

한의협 이사는 “일부 동물실험 논문만 근거로 삼으면서 난임치료 한약이 위험하다고 단정했다. 학술적으로 이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동물실험에서 임신 중 한약투여가 임부와 태아에 각종 생식 및 발달독성을 유발한다는 것이 확인되면 정도는 다르더라도 당연히 사람에서도 동일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사람 대상 연구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한약이 아니라면 동물실험에서 위험성이 밝혀진 한약은 임신 중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진정 학술적인 것이며, 의료인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했다. 

연구소는 “지자체 한방난임 사업은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확보될 때까지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며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과학적인 근거에 충실한 반박이 이뤄지는 문화가 조속히 자리잡길 바란다”고 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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