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의사 10명 중 4명 응급실 떠나고 싶다"…대구 전공의 경찰수사에 암울한 분위기

의협·응급의학회·응급의학의사회·대전협 공동 기자회견 개최…"의료현장 동요 엄청나, 수사종결 해달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 응급의학의사회, 전공의협의회는 3일 오후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우리나라 응급의학과 의사 중 40%는 응급의학과를 떠나고 싶어한다."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피의자로 전환돼 수사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의료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 응급의학의사회, 전공의협의회는 3일 오후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현장 전문가들은 국내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개별 의료인에게 전가하는 사태에 큰 우려를 표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당시 현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환자는 외상보단 정신건강의학과적 문제가 더 도드라졌다. 이 때문에 정신과 폐쇄병동이 없는 병원 입장에선 전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몇 년전에 해당 병원에서 비슷한 사례로 환자를 받았다가 문제가 됐던 경우가 있어 병원이 책임을 지게 됐다. 전원 결정은 적절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도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해당 전문과목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이런 적정 이송시스템이 원활하지 않다"며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현실적 여건 상 응급환자에게 배후진료나 최종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고질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 원인은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의 제도적 문제와 법적 미비점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로 인해 응급환자에게 신속히 제공돼야 할 진료가 방해되고 결국 이에 대한 피해는 국민들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 김원영 정책이사도 "오랫동안 지적됐던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사건을 오롯이 한 명의 전공의 개인에게 지우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시스템의 문제를 개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개인의 대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 정책이사는 "이런 부당한 조치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응급의료 현장에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응급의료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 붕괴속도가 지금보다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촉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무과실 의료형사차벌의 위험 속에서 필수과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공의 신분을 고려했을 때 어디 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지도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필수의료 수련을 위해선 향후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민 회장은 "미국 응급의학과 전공의의 경우 중도 수련 포기 비율이 1% 미만인데 비해 우리는 10%가 넘어간지 오래됐다. 다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면 응급의학과를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은 90%, 한국은 40%에 그친다"며 "지역완결적 최종치료를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과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보상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에서 나온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Q. 이번 사건에 대한 전공의 사회 분위기는 어떤가?

강민구 회장: 우려가 굉장히 많다.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필수의료 전반에 대한 기피 현상이 만연해 있는데 주당 100시간에 육박하는 근로시간에 더해 무과실 의료 형사처벌 위험이 커진다면 기피과 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식이라면 필수의료를 수련하는 것이 맞는가 싶다. 

Q.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은 무엇인가?

이형민 회장: 지속적으로 경증환자의 상급병원 이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건의하고 있다. 필수의료에 대해서도 자동차보험처럼 책임보험을 만들어 도입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응답이 없는 상태다. 

Q. 수사기관에 부탁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김원영 정책이사: 이번 사건은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강력한 조사가 있었다. 현장 실사조사 과정에서 복지부는 의료진 개인의 책임을 묻기 보단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사는 수사기관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복지부에서 개인의 책임이 없다고 결론낸 사안에 대해 이런 식으로 끌고 간다면 안 되지 않나 싶다. 

또 한 가지 처음 환자가 응급실로 왔을 때 환자가 4층이 아니라 3미터 정도에서 떨어졌다는 히스토리를 해당 전공의가 들었다. 의식도 멀쩡했고 다리만 조금 다쳤다고 들었다. 그 상황이라면 어느 누구도 간단한 경증환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자신의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가 병행될 수 없으니 다른 병원 전원을 의뢰한 것이다. 해당 전공의는 본인 능력 하에 현장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적 처벌이 있게 된다면 응급현장은 너무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도 현장의 동요가 엄청나다. 수사기관에서 빠르게 사건을 종결해서 현장의 동요를 막아줬으면 한다.  

Q. 환자가 바로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바로 이송되면 좋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는?

김원영 정책이사: 쉬운 문제가 아니다. 보통 119 구급대에선 환자와 보호자의 의지에 따라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증센터에 경증환자가 넘쳐난다. 구급대와 의료진 사이에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정보 공유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학회나 복지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지만 시스템이 도입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 

Q.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에 대해 부연해달라.

이필수 회장: 앞으로 응급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응급실에선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환자를 거부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선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때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은 특례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지만 2소위에 계류돼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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