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의 완전 급여화…의사들 '멘붕'

가격 후려치기, 삭감 증가, 왜곡 심화 우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대폭 낮추기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9일 발표하자 의료계는 아비규환 수준의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에게 의료비 부담을 낮춰 가계파탄을 막고자 하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정책을 담보하는 근거가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로 전환해 비급여를 통제하겠다는 내용에 의사들은 건강보험제도의 고질적인 저부담, 저급여, 저수가를 해결하지 않고 보장성 강화만 외치는 정책에 참담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30조 6천억원을 투입해 미용과 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MRI, 초음파 등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모두 급여 또는 예비급여를 통해 급여화하며, 효과는 있지만 가격이 높아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는 본인부담률을 30~90%까지 차등해 우선 '예비급여'로 적용하고, 3~5년 후 평가해 급여, 예비급여, 비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예비급여 추진 대상은 3800여 개이며, 전문가 논의를 거쳐 우선순위를 결정해 로드맵을 구체화한다.
 
해당 발표에 의료계는 하루 종일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의사들의 SNS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대한 우려와 분노로 가득 찼다.
 
보험료 인상 없이 모든 비급여를 단기간에 전면 급여화로 전환한다면 건강보험재정이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며, 이는 곧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게 만들거나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비를 최대한 줄여 의사들을 옥죄는 결론으로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전달체계를 고려하지 않고 건강보험 보장률에만 중점을 둔다면 누적된 저수가로 인해 진료왜곡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며, 상급종합병원에서 실시했던 비급여를 커버하는 것만으로도 재정 소요가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 A씨는 SNS에 "가슴이 떨려서 뉴스를 보지 못하다 이제야 봤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면서 "전면 급여화로 인해 심평원의 삭감이 더 심해져 모든 의사들이 일주일에 하루는 이의신청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이것이 환자를 보는 것보다 수익이 많이 날 수 있다"고 자조섞인 글을  적었다.
 
해당 SNS 글에는 '이의신청서 위탁대행 작성 스타트업을 빠르게 차려야 한다', '이쯤 되면 의사를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의사 B씨는 급여화에 제외되는 피부·미용·성형 쪽으로 의사들이 몰리는 부작용도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 C씨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과정에서 만약 정부가 비급여 가격을 상식 이하로 후려칠 경우 의료계가 집단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씨는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한다고 해서 그 행위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투여 인력도, 재료도 동일하기 때문에 가격이 바뀔 이유가 없어 환자가 비용을 지불하거나 건강보험에서 지불하거나 상관할 일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할 때 기존 가격의 절반, 혹은 1/5, 1/10로 후려치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에도 형편없이 가격을 깎는다면 의료계가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C씨는 비급여의 급여화 전제조건으로 저수가를 대폭 조정해 원가 이상으로 상향해야 하며, 보험료 인상이 필수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씨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의료비 총지출액을 건강보험으로 지출하겠다는 것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해야 하는데, 보험료 인상은 국민 개개인 부담뿐 아니라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면서 "이것이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연결된다면 기업도 채용을 줄이게 되고, 물가도 올라 무역수지도 나빠질 수 있다"고 부작용에 대해 경고했다.
 
한편 의사 D씨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가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들의 손해를 불러일으키며, 이는 결코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번 정책발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실손보험 또한 금융위와 협조해 재정립할 것이라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상황.
 
D씨는 "실손보험 상품은 가입자 본인부담금인 비급여를 보장하고 있는데,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민간보험사의 부담으로 제한없이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모든 비급여가 급여항목이 되는 순간 검사와 치료의 방법, 횟수를 정부가 제한하기 때문에 결국 민간보험사의 비용 절감만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D씨는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들에게 실손보험료 일부를 돌려주거나 앞으로 낼 돈에 대해 감액을 해줘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들은 혜택은 혜택대로 받지 못하고, 보험료만 인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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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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