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신설 주장 계속, 법안까지 나왔지만…"현실은 쉽지 않아"

정부 의지도 부족한데다 의정합의 재개 시점인 '코로나19 종식' 아직 멀어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발의한 '전라남도 내 의과대학의 설치 및 공공의료인 양성을 위한 특별법안' 내용.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야당을 중심으로 재차 공공의대 신설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 상황에선 법률 제정에 드라이브가 걸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의 의지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9.4의정합의 내용에 명시된 코로나19 종식이 당장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3일 국회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 전라권 국회의원들이 공공의대 신설 의제를 다시 공론화시키고 있다. 

그 핵심 인물은 순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민주당 소병철 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전라 동부권 의대신설 국회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 1일 전라남도 의대 설치와 공공의료인 양성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소 의원은 전라권 내 동부와 서부 지역의 유치 갈등을 의식한 듯, 공공의대를 150명 범위에서 전라도 동부와 서부권에 각 캠퍼스를 두거나 공동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발의안에 담았다.  

특히 의대를 통해 배출된 의사는 10년간 전남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 또는 공공보건의료업무에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하는 ‘공공의료과정’으로 선발하도록 해 사실상 논란이었던 '지역의사제'의 내용이 그대로 포함됐다. 

그러나 법안 발의와 별개로 당장은 법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공공의대 신설을 주요 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이재명 전 대통령 후보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신설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공공의대가 별도로 존재하면 지속가능성이나 지역 연계성이 떨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공통된 입장이다. 

의료계와 협의 이후 의대 신설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던 2020년 9.4의정합의 내용도 관건이다. 의료계와 정부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의대 신설 문제를 재차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토착화돼 주기적으로 재유행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논의 시기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많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의 '공식적인 종식 선언'이 있어야 의정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앞서 2021년 2월 의정협의체 제7차 회의 도중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이제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보건복지부 측 발언에 의협이 강하게 반발하며 협의 자체를 중단한 사례를 고려하면 재차 의대 신설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야당 관계자는 "그동안 의대 신설 논의가 큰 진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2020년 정부의 공공의료확충 방안에 '의대 없는 지역의 의대 신설' 내용이 포함됐고 당시 정책의장 백브리핑에서 해당 지역이 전남을 염두해둔 것이라는 발언까지 나왔었다"며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의대 신설 관련 정책 기조도 확 바뀌었다. 윤 대통령이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 자체가 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상황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도 "민주당 내에서도 당장 의대 신설이 가능하겠느냐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전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장은 계속되지만 우선순위에서 내려간 아젠다를 유지하는 정도의 움직임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그동안의 의대 신설 논의가 위기인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열렸던 의대 설립 관련 국회토론회에서도 야당 내 이 같은 위기의식이 감지됐다. 

목포 지역 의대 신설을 주장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이날 "위기다. 그동안의 희망이 사라지기 직전이다. 윤 정부를 설득하려면 전남권이 합심하고 힘을 합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언급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증가해 의료진 부담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의사증원과 의대 신설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전 의협 집행부와의 합의를 요식행위 정도로 치부하는 보건복지부의 태도도 매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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