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의 생활치료센터 파견, 관련 학회·수련평가위원회 동의 없었다면 전공의법 위반

[칼럼]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대표변호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2월부터 경기도 성남시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 총 340병상의 생활치료센터를 개소해 코로나19 경증·무증상 환자를 격리 치료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이 생활치료센터에 파견을 나간데 이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까지 이달 25일부터 본인들의 동의 없이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위해 파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 제77조 제1항은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로서 전문의가 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련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자격 인정을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는 전공의가 수련기관 외의 다른 의료기관에 겸직 근무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복지부 장관이 감염병,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해 긴급하게 의료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의료기관 또는 보건관계 기관에 겸직근무가 가능하도록 3월 2일 개정됐다. 

만약 서울대병원이 개정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에서 '전공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전공의 동의 없이 성남시 생활치료센터 파견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2조 제4호는 '수련환경'이란 전공의 수련을 위한 시설·인력·장비·진료실적 등 수련병원등 및 수련전문과목의 지정기준에 해당하는 사항, 수련시간·휴식시간 등 수련규칙 사항, 전공의 수련 교과 과정 및 보수 등 전공의 처우에 관한 사항 등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같은 법 제6조는 이 법은 수련환경에 관해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은 전공의 수련환경에 관해서는 의료법에 우선해 적용된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9조에 따른 수련규칙 표준안 제28조 제1항은 병원장은 '수련교육의 목적'으로 소속된 전공의를 국내외 기관에 파견하거나 해외연수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학회 및 파견 대상기관의 장'으로부터 동의를 얻어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모자협약 미체결 수련병원은 원칙적으로 전공의 파견이 가능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전공의 수련교육을 목적으로 해당 학회 동의 및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수련병원 지정기준에 적합하다고 인정한 병원에 한해 이뤄질 수 있다. 

코로나19 치료가 전공의들의 '수련교육을 위해' 모자협약 미체결 기관에 파견을 해야 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그렇다면 서울대병원이 관련 학회 동의 및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불법적인 파견계획으로 보여진다.

또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에서 전공의로 하여금 다른 직무를 겸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취지에도 어긋난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 인정을 받기 위한 피교육자 지위에 있어 다른 직무를 겸하거나 수련병원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진료행위를 할 경우 본래의 수련과정을 수행함에 있어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방지하기 위하도록 했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이 아닌 생활치료센터에서 수련업무 시간 외에 야간에 당직 근무를 수행할 경우 피로누적 등으로 인해 본래의 수련 과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함에 있어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단독으로 환자들을 진료한 후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은 의료관계법령 위반 소지도 있다.

서울대병원이 공익을 위해 전공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관료주의적 사고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관료주의는 위계적 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전문적 관료들의 체계인 관료제가 지배하고 있는 국가의 행정기관이나 사회집단 등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행동 양식과 의식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관료주의라 하면 관료제를 강조하는 사상적 입장이나 주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관료제의 역기능으로 인해 야기되기 쉬운 기능적 장애 및 병리적 현상, 즉 독선적 권위주의, 형식주의, 무사안일주의, 책임전가의 태도, 규칙만능주의 등을 가리킨다. ‘공익’이 ‘개인’에게 자비로워지려면 ‘공익’을 주장하는 자 역시 ‘개인’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자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익’은 ‘개인’에게 ‘악’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않는지 우려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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