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마커 기반 유전자치료제 가속승인, 바이오젠은 되고 사렙타는 어려운 이유

美FDA, SRP-9001 브리핑문서서 대리 평가변수에 따른 효능과 안전성에 의문 제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사렙타 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의 바이오마커 기반 유전자치료제 가속 승인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 자문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효능과 안전성에 우려를 제기한 탓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FDA는 12일 예정된 세포, 조직 및 유전자 치료제 자문위원회에 앞서 사렙타의 뒤센근이영양증(DMD) 유전자 치료제 SRP-9001에 대한 발표했다.

DMD는 디스트로핀(dystrophin)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희귀 신경근육질환이다. SRP-9001은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기능적 사본을 근육 조직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유전자 치료제다. SRP-9001의 치료 목표는 DMD의 질병 경로를 더 경증인 베커근이영양증(BMD)과 유사한 표현형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승인 시 세계 최초 근이영양증 유전자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렙타는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임상시험 1건을 포함해 임상시험 3건의 데이터를 허가 서류로 제출했다.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1차 생물학적 평가변수인 마이크로 디스트로핀 단백질 발현에 도달했으나, DMD 증상 판단 기준인 노스스타보행평가(NSAA) 총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증가를 보이지 못하며 1차 기능적 평가지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사렙타는 가속 승인을 받기 위해 대리 평가변수로 바이오마커(SRP-9001 투여 후 12주차 마이크로 디스트로핀 발현)를 주요 효과 근거로 활용할 것을 FDA에 제안했다. 이 바이오마커가 '임상적 혜택을 예측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FDA는 브리핑 문서에서 "이 임상시험은 환자에게 SRP-9001이 도움될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며, "비효율적인 유전자 치료제 투여 가능성과 관련된 안전성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FDA는 2021년 8월 9세 환자가 SRP-9001 치료 후 근력 약화로 입원해 호흡기 지원이 필요해지자 사렙타의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에 대해 임상 보류 조치를 취했다.

FDA는 원래 SRP-9001에 대한 자문위를 열지 않겠다고 발표했으나 3월 이를 번복했다.

또한 3월 희귀질환 환자에게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법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도록,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다른 생물학적 지표를 대체해 바이오마커를 사용하는 것을 지원해 가속 승인을 돕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기사=미국 FDA, 희귀질환 유전자 치료제 개발 가속화 위해 적극 나선다]

실제로 바이오젠(Biogen)과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Ionis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루게릭병) 치료제 큐알소디(Qalsody, 성분명 토페르센)도 3상 임상시험에서 1차 기능적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큐알소디로 치료받은 환자에서 관찰된 혈장 신경섬유 경쇄(NfL) 감소를 근거로 4월 가속 승인 받았다.

승인 검토 당시 자문위원들은 9대 0으로 큐알소디가 NfL에 미치는 영향이 임상적 혜택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자문위 개최 전 발표된 브리핑 문서 내용도 낙관적이었다.

그렇다면 SRP-9001과 큐알소디 사례는 어떻게 다를까.

이번 브리핑 문서에서 FDA는 "사렙타의 마이크로 디스트로핀은 새로운 공학 단백질로, 그 기능에 대한 역학적 또는 병태생리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단백질은 BMD 환자의 내인성 단축형 디스트로핀, 그리고 엑손 스키핑(exon-skipping) 약물을 통해 발현되는 내부적으로 절단된 디스트로핀과 중요한 면에서 다르다"면서 "근육 조직에서 사렙타의 마이크로 디스트로핀 수치를 측정하면 질병 경로의 바이오마커에 대한 약리학적 효과에 대한 통찰력보다는 SRP-9001에 의해 형질 전환된 세포에서 형질 전환 제품의 발현에 대한 정보만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임상 데이터와 SRP-9001 투여 후 12주차 마이크로 디스트로핀 발현을 입증한 임상시험 3건을 검토한 결과 현재까지 수행된 임상연구가 SRP-9001이 DMD 보행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FDA는 "신청자가 제공한 데이터만으로는 SRP-9001 이 더 어린 환자에게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거나 나이가 있는 환자 또는 기능 상태가 다소 열악할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합리적으로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더불어 효과가 없는 유전자 치료제의 투여 가능성과 관련된 안전성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FDA는 5월 29일까지 SRP-9001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