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기업이 머크같은 글로벌 회사와 협력하려면

머크 아태지역 사업개발 및 제휴 총괄 벨깃 라이트마이어 인터뷰…주력 연구분야 및 실제사례 소개

사진: 머크(Merck KGaA) 벨깃 라이트마이어(Birgit Reitmaier)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전세계 제약산업의 패러다임이 자체 신약 개발에서 상호 협력을 통한 혁신물질 개발로 이동하면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 제약기업들도 글로벌 신약을 꿈꾸며 연구개발(R&D)에 박차, 2018년 총 11건, 5조 2000억 원 규모의 신약 후보물질을 해외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로 14번째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19의 주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선도하는 바이오코리아, 기술도약의 원년을 꿈꾸다'였고, 약 50여개국 2만 50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을 찾은 해외 보건산업 관계자들은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한국 회사들은 어떻게 글로벌 회사와의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까.

메디게이트뉴스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바이오 코리아 2019'에 연자로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머크(Merck KGaA) 바이오파마 Head of Access to Innovation APAC 벨깃 라이트마이어(Birgit Reitmaier)를 만났다. 라이트마이어는 '환자를 위해 혁신을 이루는 파트너십(Partnering to innovate for patients)'을 주제로 현재 진행 중인 파트너십 프로젝트에 대한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요소들과 파트너십 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라이트마이어는 발표에서 "머크가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기존 시장에 있는 제품들과 다른, 새로운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와 현재 진행 중인 개발 및 임상연구 속도를 본다. 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빠를수록 시장에 진입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환자를 위한 측면에서도 중요한 파트너십 요소다. 파트너십은 단순히 제조공정에 대한 혁신을 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파트너십을 통해 양사 모두가 가치를 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라이트 마이어를 통해 머크가 추구하는 파트너십 전략은 무엇인지, 현재 한국 제약 시장의 글로벌화 단계, 잠재력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다 자세하게 알아봤다.


 
사진: 머크 벨깃 라이트마이어
-머크 글로벌 사업 개발 및 제휴 관리 부서 업무는 무엇이고, Head of Access to Innovation APAC로서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가. 

현재 머크 글로벌 사업 개발 및 제휴관리 부서는 외부에서 다양한 기회들을 찾아 머크 내부에서 내재화(internalization)하거나 머크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글로벌 파트너들에게 대외적으로 외재화(externalization)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Head of Access to Innovation APAC로서의 업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특화된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과 제휴를 담당하는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찾고, 계약과 협상을 성사시키는 역할을 하며 기술적인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보통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기회나 자산을 발굴하는 이런 활동들은 R&D팀에서 담당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과거 머크는 독일 다름슈타트(Darmstadt) 본사나 미국 보스턴 R&D센터를 중심으로 관련 활동들을 진행해왔다. 반면 아시아는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현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머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한 머크가 원하는 기회를 원활하게 찾아내기 위해 어떤 기업을 대상으로 어떤 분야를 주목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역할이 나의 주요 업무다. 아시아 내 다양한 R&D 계약, 자산, 기술, 사업 개발을 위한 스카우팅 하는 것이다. 

덧붙여 현재 이끌고 있는 팀 소개를 간단히 해보자면 상하이에는 기술 관련 기회를 탐색하는 담당자가 있으며, 도쿄에는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을 담당하는 인력이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팀으로서 한국 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전체 지역들을 관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속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머크 파이프라인에 기여할 수 있을 만한 기회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다. 이후 정기적으로 전화 회의나 화상 회의를 통해 독일 본사와 미국 R&D 센터에 현황을 공유하고 있으며, 해당 회의를 통해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회사들과 이후 계약 및 협상 절차를 준비하는 것도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 중 하나다.
 
 
-최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파트너십을 맺은 사례가 있는가. 
 
현재 진행 중인 파트너십은 전부 비공개로 계약돼 있어 이 자리에서 공개할 수 없다는 점 양해 부탁한다. 과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파트너십을 통해 상업화가 된 사례 중 대표적으로 2018년 얀센과 제휴했던 당뇨병 치료제 '인보카나(Invokana)' 중국 내 판매 협력 사례가 있다. 머크는 중국 당뇨 치료 시장에서 탄탄한 영업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강점이 얀센 입장에서 이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머크 입장에서는 중국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늘어났다는 이점이 있다. 양사 모두 중국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당뇨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었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인보카나 파트너십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중국 내 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상업적인 협력으로 이미 개발된 치료제를 대상으로 한 제휴였으며 지역 또한 중국에 국한된 계약이었다. 실제 Head of Access to Innovation APAC로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이보다 더 앞선 단계인 초기 연구, 개발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연구기관과 진행하는 연구 조사, R&D 협력 활동도 담당 업무에 속하며 이를 글로벌로 확산하고자 하는 이후의 과정까지도 업무에 포함된다.

 
-머크가 추구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의 전략이나 비전은 무엇인가?

머크가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제약 분야의 혁신을 위한 활동과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실제 치료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치료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 협력을 통해 양사 모두 혜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머크와 파트너십 기업이 각각 갖고 있는 두 가치가 파트너십에 더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비전을 바탕으로 등장한 개념이 '인 스콥 (In scope)'이다. 머크가 진행하고 있는 R&D 기술 범위 내에 새로 들어온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는 특정 연구 영역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연구를 진행하는 대상, 관련 R&D 역량을 갖고 있는 대상, 연구 영역에 속하는 것들을 모두 포함한다.
 
앞서 머크 외부의 기술적인 가능성을 포착하는 스카우팅 활동에 R&D팀이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크가 찾고 있는 잠재적인 파트너십 기회가 이미 주력하고 있는 R&D 분야의 어떤 부분과 부합하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종양학에서 항암 연구 그룹이 있다면 각 이노베이션에 따라 그룹 산하에 속하는 다양한 클러스터가 존재한다. 각 클러스터에는 연구자들이 소속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각 프로젝트는 세포 배양(cell culture), 생체내(in-vivo) 연구, 기타 임상 연구와 관련돼 있으며 이는 머크가 기존에 전문적인 R&D 역량을 발휘하고 있었던 분야들이다. 머크가 찾고자 하는 기회들은 이런 분야에 같이 기여할 수 있는 파트너십이다.
 
만약 머크가 전문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은 분야의 경우 파트너십을 통해 추가로 창출해낼 수 있는 가치가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해당 기회나 대상 기업을 벤처펀드로 이관하기도 한다. 해당 기술 영역이 머크가 보유하고 있는 전문영역에 속하지 않더라도, 즉 '인 스콥'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펀딩을 통해서 해당 기술이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고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추가로 머크는 파트너십을 통해 더 많은, 더 빠른 혁신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는 2019년 초 GSK와 맺은 제휴로, 한 가지 치료 제제를 개발하기 위해 양사가 대규모로 협력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 한 가지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두 대기업이 투자할 필요가 있는지 묻는 경우도 있다. 특정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원과 비용, 투자, R&D 역량이 바탕이 돼야 하며 필요한 경우 병용 약물을 활용해야 하는 등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한다. 따라서 환자들을 위해 대규모 협력도 필수적인 활동이라고 본다.

 
-머크가 찾는 주력 연구 분야는 무엇이고, 그 밖에 어떤 영역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머크가 관심을 갖는 주력 연구 분야는 혁신 클러스터에 따라 종양학, 면역학, 면역-항암학 이 세 가지 분야로 나뉜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종양학 위주로 설명을 하려고 한다. 
 
종양학은 4가지 연구 혁신 클러스터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종양성 신호(oncogenic signal)에 대한 분야로 타겟 치료제, 약물을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다. 또한 종양 신호를 파악하기 위한 동반진단 기술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며 특정한 수용체를 가진 환자 집단을 분류하는 기술도 이에 포함된다. 
 
두 번째는 DNA 손상 복구 기술인 DDR(DNA Damage Repair, DDR)이다. 현재 관련해 전임상 단계에 있는 후보 물질이 있으며 임상 단계에 돌입한 물질도 있다. 기존 약물을 활용하는 연구와는 조금 차이가 있는 연구 분야다. 기본적으로 많은 R&D 활동을 기반으로 하며 환자 기저 상태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장 적절한 병용 요법(combination)을 찾기 위해 실행돼야 하는 연구가 많다. 머크는 향후 해당 영역에서도 리더십을 가지기 위해 연구 중이다.
 
세 번째,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두 개의 주요한 파트너십 기술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현재 머크가 연구하고 있는 ADC 기술은 기존의 항체-약물 접합과 다른 차세대 ADC 기술을 추구하고 있다. 차세대 ADC가 더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머크는 해당 분야에서 ADC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들과 협력을 하고 있다. 협력 과정에서 머크는 가장 적절한 항체(Carrier)가 무엇인지, 어떤 톡신(전달체, Payload)을 활용해 접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네 번째로는 종양 가소성(tumor plasticity) 분야다. 해당 분야는 아직 탐색적인 단계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순수 연구 영역이다. 아직 관련 영역에서 가시적인 연구 결과는 없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생체 경로(pathway)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학회나 연구소 등 학계와 연계해 연구 단계를 진척시킬 수 있는 노력을 펼치는 중이다. 학계에서는 타깃 세포가 어떤 것인지, 어떤 신호가 무슨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지 연구함과 동시에 머크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어떤 약제를 개발할 수 있는지, 이를 어떻게 환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이러한 분야들이 머크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종양학과 관련된 '인 스콥' 연구 분야다. 머크는 이 밖에도 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진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으로 두 가지 기술이 대표적이다.
 
첫째는 난임 분야로 디지털 기술이나 인공지능(AI)를 이용해 배아가 갖고 있는 활동성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두번째는 일반의학(general medicine)과 내분비학에 대한 GNE 기술로, 머크의 영업망을 활용해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 외에도 기능적인 측면에서 항체(antibody) 관련 기술, 스크리닝(screening) 기술, 표적항암물질(tumor target) 기술 관련된 R&D 현황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머크가 이미 주력하고 있는 전문 영역 외에 속하는 경우 벤처펀드 투자도 실행한다고 했다. 주로 어떤 영역에 투자하며, 벤처펀드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벤처 펀드에 대한 내용은 관련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하긴 답변하긴 어렵다. 알고 있는 선에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현재 벤처 펀드는 약 총 3억 유로(약 3842억 원) 규모로 조성돼 있으며 머크의 3가지 주요 사업인 바이오파마, 생명과학, 기능성 소재 부문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전략적 펀드다.

투자 대상은 머크가 전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 또는 현 시점에서 상용화되기 어렵지만 미래에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창의적인 연구들이다. 예를 들자면 최근 미국에서 환자 목소리를 분석해 질병을 확인하는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사례가 있었는데 벤처 펀드를 통해 이러한 미래 기술에 투자하기도 한다.

 
-실제 협력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파트너십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이 있는 경우 초기 평가(early evaluation)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연구 담당자들과 다양한 요소들을 평가하며 이후 실사 조사(due diligence)를 진행한다. 이후 머크 글로벌 사업 개발 및 제휴 관리 부서에서 제휴를 위한 협상 조건들을 설정하며 이 내용을 바탕으로 내부 승인 절차를 밟아 계약서를 작성한다. 이 단계는 실질적인 파트너십 실행을 위한 기초 작업이자 시작점에 불과하다.
 
이후 파트너십 기업과 협력 관계를 관리하는 얼라이언스 매니저(alliance manager)와 계약을 관리하는 계약 관리자가 지정되며 그들이 파트너십 계약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 동시에 실질적인 협력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프로젝트 리더도 지정한다. 해당 과정은 상당히 면밀히 이루어지는 편이다.

내부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사업 개발 과정들이 각 담당자간 협조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파트너십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파트너십을 통해 상당한 혜택을 받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모든 파트너십 과정들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도중에 극복해야 할 여러 난관들도 존재하지만 그럴수록 애초 세운 계획대로 천천히 계약 과정을 진행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머크 벨깃 라이트마이어

-관점을 바꿔, 파트너십을 맺는 기업들이 머크와 제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가. 파트너십 과정에 있어 다른 글로벌 제약회사 대비 머크만의 차별화된 특성이나 특장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파트너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파트너십 내용과 특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제약업계나 학계에 속해 있는 각각의 파트너사들이 협력이나 제휴를 통해 양사가 모두 특정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가치는 재무적인 이윤일 수도 있고, 약물 개발에 있어 협력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일 수도 있다.

약물 개발로 제휴를 맺는 경우 파트너십 이전에 머크가 쌓아온 과학적인 기술과 연구 기술들, 약물 상용화까지 모든 단계에 필요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예를 들어 파트너십을 맺은 대학 연구소에서 머크의 고성능 동시대량효능검색법(HTS, High Through-put Screening)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고, Medcam을 비롯해 다양한 분석(assay) 기술과 스크리닝 기술 등 약물 개발 과정에서 머크가 학계와 공유할 수 있는 역량이 굉장히 많다.
 
머크는 협력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으며 '개방과 공유(Open & Share)'라는 기본 자세를 갖추고 모든 파트너십을 대하고 있다. 모든 파트너십 기회에 개방적이고 언제든지 파트너 기업들과 우리의 역량을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는 회사라는 뜻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자세를 통해 모든 파트너십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환자를 위해서 더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결과를 내고자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추가로 머크는 우수한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파트너사들이 관련 분야에서 혜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머크는 바이오 제제, 즉 생물학 제제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제휴 기업들이 충분히 머크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 외에도 머크가 계속 연구하고 있는 화학합성 약물, 저분자 물질 제형 기술, 방출 테스트 기술을 비롯해 머크의 생명과학 유닛 협업 관계도 파트너십에 있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혜택이다. 특히 항체-약물 접합 기술은 제조하기 매우 까다롭다는 조건이 있지만 머크는 해당 분야에서 쌓아 온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 파트너십을 통해 이를 누려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18년 머크 차이나에 이노베이션 허브를 마련해 스타트업이 입주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도 비슷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가.
 
간단하게 설명하면 중국에 있는 이노베이션 허브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현 시점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비슷한 기회를 찾는다면 독일 다름슈타트 본사에 있는 대규모 이노베이션 허브를 권하고 싶다. 사업을 글로벌 단위로 출범하고 싶은 기업들에게 특히 권장할 만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혁신적인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다거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자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장소다. 다만 사업 자체가 아시아 지역에 국한되거나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를 원한다면 머크 차이나 이노베이션 허브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머크와 다른 회사와의 파트너십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현재 진행 중인 머크와 다른 바이오 회사와의 협력 결과를 살펴보기엔 아직 이른 시점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10~15년,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머크가 파트너십을 통해 추구하는 바는 새로운 치료제나 기술을 개발해 기존 시장에 존재하는 치료 옵션과는 차별화된 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유럽에 시판한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클라드리빈(Cladribine)'이 대표적인 예다. 기존 항 인터페론 제제와 달리 클라드리빈은 경구제다. 기존 치료제들은 주사제로 환자들이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투약 간격을 가지고 있었다면, 클라드리빈은 환자들이 스스로 쉽게 복용할 수 있어 복약 편의성이 대폭 증가했으며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다른 하나는 진단 기술 분야에서의 혁신이다. 머크가 진행해 온 기술 관련 계약들 중에는 액체생검(liquid biopsy) 관련 파트너십도 포함돼 있다. 전통적으로는 조직 세포를 떼어 조직 생검을 진행하는 침습적 검사를 통해 환자를 진단했다면, 액체생검은 혈액 단 한 방울을 통해 환자가 필요한 치료제를 처방하고 진단하는 방식이다.

머크가 보유한 치료제 중 '얼비툭스(Erbitux)'는 EGFR-양성, RAS 정상형(wild-type)인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는 항암제다. 환자가 EGFR-양성 및 RAS 정상형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침습적인 조직검사를 거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또한 재발 환자는 생검 과정을 끊임없이 받아야 한다. 액체생검 기술을 적용하면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얼비툭스 처방을 통해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현재 머크가 가장 중점적으로 협력 기회를 찾고 있는 분야는 어떤 분야인가? 이와 관련 한국 기업의 잠재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굉장히 넓은 시야를 갖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보니 특별히 한국 내에서 특정 기술이나 자산을 찾고 있다고 설명하긴 어렵다. 한국기업은 다른 나라와 동일한 선상에 서서 비슷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미국 기업들에게 기대하는 바를 똑같이 한국 기업들에게 기대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제품과 얼마나 차별화되어 있는지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장점을 보려고 한다. 우리는 개량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를 찾는 것이 아니다. 기존 제품과 달라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더욱 높여줄 수 있는 기술과 머크 포트폴리오와 더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진단, 관련 접근법을 찾고 있다.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 특정 제제에 대해 타 회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약물 개발 기술, 항체-약물 접합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파트너십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들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어 더 많은 파트너십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태지역에서 어떻게 파트너사를 모색하는가. 미국이나 유럽 등에 있는 회사와 비교했을 때 아태지역 파트너사가 특히 경쟁력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현재 싱가포르에서 근무중이며 중국과 일본의 담당자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컨설턴트를 고용했다. 바이오코리아와 같은 컨퍼런스에 함께 참석해 각 국 학계와 적극 교류한다. 이를 통해 잠재적 협력 기회를 찾을 수 있는데 그 후에는 글로벌 담당자들과 함께 논의를 진행한다. 해당 파트너십이 다른 잠재적 파트너십 기회와 유사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최종후보자 명단에 올라가게 되고 이 후 적극적 논의를 진행한다. 
 
과학기술은 이미 글로벌화 돼있고 연구진 역시 글로벌 차원의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떤 국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이런 점이 더 뛰어나다'라고 말하기 힘들 것 같다. 다만 어떤 국가에서 법률규제 때문에 특정 분야의 치료제 개발이 더 용이한 경우는 있을 수 있는데, 일본의 재생의학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제약사나 바이오회사가 참고할 수 있도록 실제 협력 사례를 이야기해달라.

최근에 발표된 협력사례로 작년에 있었던 립 테라퓨틱스(Leap Therapeutics)와의 파트너십이 있다. 이는 병용 계약인데, 머크는 특정 암종 적응증에서 립 테라퓨틱스의 GITR 작용제와 화학치료 병용 임상에, 머크의 대표적인 치료옵션인 아벨루맙(avelumab)을 기증했다.

머크의 목표는 다른 임상시험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트너사가 동일한 세팅, 동일한 기전으로 다른 시험을 진행한 경우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보통 병용임상을 진행하면 양 사가 더 자연스럽게 서로의 약물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고, 신규 치료제를 발견할 수도 있는 고유한 세팅을 마련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한 지적재산권은 양 사가 공동으로 소유하게 되며 각자 계약 밖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이외 이러한 파트너십에 대해 제약이나 추가조건이 없으며, 머크는 더욱 다양한 연구 기회에 언제나 열려 있다.

 
-마지막으로 머크와 같은 글로벌 회사와 협력 기회를 찾고 있는 한국의 제약사나 바이오회사에게 팁을 준다면. 

프로젝트가 초기 단계라 하더라도 파트너사에 오픈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손잡으면 단독으로 연구할 때 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고, 양 사 뿐 아니라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파트너십을 추구할 수 있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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