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제약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국민 보건복지 신약개발 반드시 해야 한다

[칼럼]한국아브노바연구소 배진건 소장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공공제약사' 설립에 제약계가 관심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업 범위를 침해 당할까 걱정하고 있다.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지난 6월 13일 국회에서 발의 된데 이어, 보건복지부는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및 관리를 위한 공공제약 콘트롤타워 도입 세부실행 방안 연구' 과제를 6월 29일까지 공모해 오는 11월 30일까지 연구기간을 가진다고 한다.

이렇게 공공제약사 설립이 구체화가 되고 있지만 어떻게 의견이 개진되고 수렴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저 문재인 대통령 선거 공약에 있었다고 의견이 공론화 안 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이 분은 토론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유진룡 전 장관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엘리트 교수 출신인 안종범, 문형표 등도 전문가적인 의견을 내지 않고 부정한 독단적 권위에 획일적으로 순종했다.

'공공제약사'가 어떤 모습으로 설립되어야 하는가?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 제약계는 그저 근심만 하는 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관용을 인정하고,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전제한다.

필자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 제3기 단장에 응모한 후 지난 2016년 11월 15일, 관련 정부 3개부처 과장을 포함한 평가위원들과의 발표평가에서 "KDDF 3기 이후에는 국민 보건복지신약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향으로 다음과 같은 분야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첫째는, 항암제 개발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가적 항 PD-1/PD-L1 항체 프로그램(National anti-PD-1/PD-L1 Antibody Program)'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지미 카터(Jimmy Carter) 전 미국 대통령의 피부암을 완치하며 유명세를 탄 'PD-1 차단제(Blockers)'는 면역관문 항암제인데, 전세계적으로 이미 3종의 항PD-1/PD-L1 항체가 (임상)허가를 받았고 수십여 개가 추가로 개발 중에 있다. 면역관문 항암제는 기존치료제와 병용해 환자의 반응율 증가 및 시장 확대성 극대화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2017년 현재 병용 임상시험은 총 1천 여개가 진행 중이고, 10년 후에는 항암제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 이렇게 항암제 개발의 글로벌 트렌드가 면역항암제 위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초기 개발단계에 와 있는 수준이다.

이 '괴물'이 괴물화 되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아니 이 '괴물'을 가지고 어떤 의사 선생님은 "혁신적인 치료도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1억 5천만 원의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암 환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고민을 토로한다.

따라서, '공공제약사' 설립을 통해 국내 연구진이 개발하는 면역항암제의 빠른 개발을 위한 전략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제안하는 바이다. 상대적으로 싼 값에 공급할 수 있는 국내산 면역항암제와 국내산 표적항암제의 병용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항암제를 개발하는 생태계 조성을 이루는 것이다. 이름 지어 '국가적 항 PD-1/PD-L1 항체 프로그램(National anti-PD-1/PD-L1 Antibody Program)'이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되는 '희귀질환 생물학적치료제(Biologics)'의 예는 솔리리스(Soliris®)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치료제인 '솔리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환자 1인당 연간 소요비용으로 따지면 일년에 5억이 되는 약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PNH 환자는 2010년 기준으로 239명이며, 이 중 10% 정도가 보험급여 적용 대상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면 나머지 90%는 어떻게 되는가? 표면에 나타나지 않은 환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구 상에서 가장 비싼 약을 그냥 방치할 것인가? 이는 '공공제약사'를 설립해 해결해줘야 한다. 희귀의약품이 국가 필수의약품으로 선정돼야 한다.

세 번째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분야는 현재 한국파스퇴르연구소(IPK: Institute Pasteur Korea)가 주도해 연구하고 있는 분야다. 가난한 나라에 만연되는 질병이라 부자를 타깃으로 하는 글로벌 제약사는 연구 개발에 관심이 없다. 부자 나라인 대한민국이 글로벌 협력을 위해서도 이 분야에 뛰어 들어 가난한 세계인들에게 봉사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공공제약사'의 모습은 크게 세 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축은 이미 언급한 '국민 보건복지 신약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두 번째 축은 '우수한 가상회사가 되는 것(Being an Excellent Virtual Company)'이다. 공장을 세우고 모든 과정을 자체 내에서 처리하는 회사의 모습이 아닌,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 국가항암개발사업단(National OncoVenture),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Bio),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DGMIF) 등 각 사업단, 제약회사, 벤처 그리고 창업투자사들과의 긴밀한 협조 속에 의견을 모아 Dry Lab으로 공공제약 개발회사가 되는 것이다.

세 번째 축은 이미 지난 14일자 칼럼 '리드디스커버리센터(LDC) 방문기'에서 언급한 대로 혁신신약개발을 계속 선도하기 위해 '인큐베이션(Incubation)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학계와 글로벌제약사 사이의 문화 공백(cultural gap)에서 기인하는 '발견 병목현상(Discovery Bottleneck)'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 기초연구의 성과물들이 시장에서 빛을 볼 수 있도록 좋은 스크리닝 툴을 만들고 리드를 찾아 그것을 최적화해 후보물질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전략이다.

필자는 공공제약사를 통해 '국민 보건복지 신약개발'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 없는 사람이 암과 희귀질환으로 죽어가는데 이 '괴물'을 써보지도 못하고 죽는다는 것은 참 억울할 것 같다.

정의(正義)?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한가?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온 이병헌의 대사가 머리를 스쳐간다. 달달한 것을 '공공제약사'에서 제일 먼저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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