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큰 코로나19 후유증…정서적 문제에 뇌 신경·폐 손상까지

[코로나19 1년] 회복기 환자 늘어나면서 후유증 연구 활발…3~6개월 단위 수년간 장기적 추적관찰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부산대 기계공학과 박현 겸임교수는 지난해 2월 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신의 투병 과정과 퇴원 후 후유증 등을 생생하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했다. 이 기록들은 큰 관심을 받아 책으로도 출판됐는데 책의 부재는 코로나19 후유증, 그 230일간의 기록'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그는 집중력과 기억력이 감퇴되는 브레인 포그 현상과 가슴과 복부 통증, 만성피로, 피부 변색 등 후유증을 겪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1년이 넘어가면서 완치 판정을 받은 뒤 환자들이 겪고 있는 후유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왔던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에 따른 후유증 연구가 빈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고 후유증을 경험한 연구표본이 적었던 탓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연구를 통해 밝혀진 코로나19 후유증과 외국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국내 사례: 피로감‧폐 기능 저하 등 다양한 후유증 호소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후유증 관련 연구는 지난해 9월 경북대학교 김신우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가 최초다. 김 교수는 온라인을 통해 대구 지역 코로나19 완치자(15~70세) 57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응답자 965명 가운데 후유증이 최소 1개 이상 있다고 답한 인원은 879명으로 91%에 달했다. 주요 후유증은 피로감이 26.2%로 가장 많았고 집중력 저하가 24.6%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후각과 미각 손실, 심리적·정신적 후유증도 더러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완치 후 6개월 이상이 지났음에도 다양한 후유증을 호소했으며 특히 스트레스와 관련해 불안감이나 기억력 장애 등 증상도 보였다.
 
그러나 해당 연구는 온라인을 통한 문답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의학적 소견이 포함된 검진이 배제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에 현재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은 공동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임상적 후유증'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14일 밝힌 해당 연구의 중간 결과에 따르면 연구진은 코로나19 확진 후 입원한 성인 환자 40명을 3개월마다 검진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완치 후 3개월이 지난 환자군은 탈모와 운동 시 숨이 차는 증상이 많이 나타났으며 6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피로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일부 환자에게서 폐 기능 저하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긴 했지만 폐 CT 검사 결과에 따르면 3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폐 염증이 상당 부분 남아 있는 것이 관찰됐다. 6개월 시점엔 염증은 상당 부분 좋아졌지만 일부이긴 하지만 폐 섬유화 소견도 발견됐다.
 
폐 기능 저하는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이거나 중증인 환자군에서 많이 발견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외에도 신경정신과적 후유증으로 우울감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증상도 나타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우울감은 줄어든 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양상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는 “빈도상으로 후유증이 동반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정신과적인 피로감이나 기억장애, 불면, 우울, 불안 등이 나타났고 경북대 연구는 기초자료 조사 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신과적 후유증이 나타나는 이유로는 생물학적으로 바이러스가 뇌세포에도 들어간다는 연구도 있고 낙인효과 등 사회적 요소도 반영될 수 있다”며 “이외에도 특히 호흡곤란 같은 폐 손상 후유증도 중요하게 봐야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 진행되는 연구는 표본 숫자가 많지 않은 것 같다. 향후 표본을 늘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다양한 행동과학적 후유증의 변화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며 “폐기능 검사와 CT, 엑스레이 등 추적도 3개월에서 6개월 간격으로 장기 계획을 갖고 추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폐 손상이 진행된 환자. <사진=국립중앙의료원>

해외 사례: 여성 3분의2 만성피로 경험…뇌 신경세포 감염 가능성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던 유럽과 미국 등에선 수개월에 걸친 코로나19 후유증 연구가 좀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외국의 후유증 사례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이탈리아 제멜리대학이 미국 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코로나19 후유증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회복기 환자 중 87.4%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두달 간 최소 1개 이상의 후유증을 경험했다.
 
해당 연구는 19세부터 84세 사이 다양한 연령대 143명의 회복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이 주로 보인 후유증은 권태감(53.1%)이었다. 이어서 폐 손상에 따른 호흡곤란이 43.4%, 관절통이 27.3%로 뒤를 이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도 코로나19 증상 추적 앱을 이용하는 400만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한 결과, 회복기 환자의 12%는 후유증이 3주 이상 지속됐다. 3달 이상 증상이 지속된 환자들은 2%였다.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에게서 만성피로가 매우 흔하게 보고되며 특히 여성이 후유증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도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 세인트 제임스 병원의 리암 타운샌드 박사 (Dr. Liam Townsend)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9월 코로나19와 만성피로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피로도를 측정하는 피로지수검사(Chalder Fatigue Score)를 활용해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128명을 대상으로 10주간 피로도를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절반 가량이 만성 피로를 호소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3분의 2가 만성 피로를 후유증으로 경험했다. 다만 코로나19 증상의 심각성과 피로도의 정도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환자들의 뇌 신경세포를 감염시켜 신경 세포 시스템을 이용해 자기 복제를 촉진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미국 예일의대 이와사키 아키코 교수 연구팀이 지난 12일 '실험 의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뇌에 들어간 바이러스는 뇌혈관에 변화를 일으켜 뇌 조직이 필요로 하는 혈액 공급이 교란될 수 있다.
 
동물 실험 결과, 생쥐의 중추신경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침투하게 되면 폐만 감염됐을 때보다 치명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특히 연구팀은 실제로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의 뇌 조직 중 대뇌 피질 신경세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 부위가 감염되면 혈액 공급 감소로 신경세포 파괴나 허혈성 뇌경색이 진행될 수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신경학적 증상이 뇌 신경세포 감염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외국 후유증 사례에 대해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보다 완치자가 많은 외국의 경우 후유증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일례로 중국은 회복기 환자 76%가 한가지 이상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 연구에 따르면 근육약화나 수면장애가 대표적 후유증 증상"며 "미국은 기저질환 환자들의 사망률 증가와 함께 회복된 환자들의 지속적 후유증 증상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 염준섭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가장 심각한 것은 사회적 스티그마(낙인)로 인한 정서적인 문제라고 본다"며 "특히 감염병 상황에서 스티그마가 남게되면 재차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치료와 관찰, 추적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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