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인제의대 교수노조 위원장 "파업권 없는 의대교수노조…연합체 구성∙법 개정 필요"

[인터뷰] "2~3명만 노력하면 노조 설립 가능...교섭과정서 대응 수단 마땅찮아 '한계', 임단협 결과 작동 확인은 성과"

인제의대 교수노조 김대경 위원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최근 인제대 의과대학에는 국내 최초로 의과대학 교수노조 사무실이 생겼다. 몇 평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지난 2021년 5월 국내 2호 의대교수노조로 출범한 인제의대 교수노조가 학교 측과의 지리한 교섭 끝에 얻은 결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제의대 김대경 교수(인제대부산백병원 순환기내과)가 노조 결성에 나서게 된 건 학교와 병원 측이 구성원인 교수들을 진정한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고 느껴서였다. 의대교수회 회장인 그는 그간 동료 교수들이 받는 부당한 일에 대해 학교, 병원 측에 항의할 때마다 좌절감을 느꼈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노조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인제의대 교수노조는 2021년 10월부터 시작해 최근 마무리 된 학교 측과 교섭에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신 단체협약과 임금협약 모두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놓은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김 교수는 동료·선후배 교수들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의대교수노조가 궁극적으로는 사회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교수들이 과잉 진료 등의 압박을 느끼는 업무 환경에서 벗어나, 적정하고 필요한 진료를 하는 의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것이다. 그는 병원별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전공의들에게도 응원과 연대 의사를 보냈다.
 
다만 그는 지금처럼 파업권도 없는 상태에서 단위노조 형태의 의대교수노조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향후 노조 연합체 구성과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합리한 일에 대응코자 노조 결성…파업권 없어 교섭 과정서 어려움
 
- 노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교수협의회 회장으로서 학교, 병원 측과 대화 시도를 하면서 좌절을 느낀 게 계기가 됐다.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협조문 형식으로 항의를 해도 수용 불가하다는 답변이 오면 달리 대응 방법이 없었다. 동료들이 기관장 평가에 의해 승진에 탈락되거나, 직종 간 갈등에 의해서 수술방 출입금지 조치를 당해도 도와줄 방법에 한계를 느끼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결국 노조를 결성했고, 현재는 전임교원 700명 중 150명이 노조원으로 가입한 상태다.
 
- 노조 설립 후 학교 측과의 첫 단체협약·임급협약 교섭이 최근 마무리됐다. 교섭 결과를 평가해달라.
 
교원노조법에 의해 의대교수노조가 만들어 졌지만 임단협의 성과에 대해 나 스스로 의심할 때가 있었다. 임단협의 결과가 미미하지만 실제 반영되고 작동한다 것을 확인한 게 가장 큰 성과다. 반면 사측에 끌려다니면서 많은 시간을 소진해 우리 요구를 관철할 시기를 놓친 건 아쉽다. 단체협약에서 해결 할 것과 임금 협약에서 해결 할 부분들을 구분하지 못했고 사측은 이를 이용한 측면이 있었다.
 
- 교섭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뭐였나.
 
사측이 살라미 전법을 운운하며 일괄타결을 주장 할 때 파업권이 없는 노조로서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중재를 여러 번 갔다 왔지만 중노위가 과연 노동자나 근로자 편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많았다.
 
- 다음 교섭에서는 어떤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인가.
 
임금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현재 규정에는 대학 교원으로서 보수 규정, 의대 교원으로서 보수 규정, 취업 규칙 등에서 다르게 적용되는 부분이 많다. 또 임상 교원의 임금 인상률이 보건의료노조의 임금 인상률과 연동되고 있는데, 의대교수 노조가 생긴만큼 별도의 인상률을 만들고자 한다. 의대 소속 기초 전임교원과 임상 전임교원의 임금 인상률이 다른 부분도 해결이 필요하다.

사측은 기초 전임교원은 교비 회계, 임상 전임교원은 병원 회계에서 임금이 지불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우리는 교비 회계든 부속병원 회계든 결국 한 주머니라고 생각한다. 사립대학이 대학 등록금만으로 의대를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속병원이 수익사업으로 운영되는 측면도 있다. 임금체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세 번째 교수노조∙전공의 노조도 기대…연합체 구성 및 법 개정 필요

- 아주의대, 인제의대 이후 세 번째 의대교수노조는 탄생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뭐라고 보나.
 
(앞서 시작한 노조들의) 임단협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대별로 처한 상황이 많이 다르고 교수협의회조차 구성돼 있지 않은 학교도 있다. 각 학교의 역량에 따라 가장 부담 없는 단계인 교수협의회를 만들고, 이를 학칙 기구인 교수회로 발전시켜야 한다. 여기에 더해 노조를 만들어 서로의 역할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의대교수노조를 설립하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주저하고 있는 곳도 있을 것 같다. 먼저 노조를 설립하고 교섭을 진행해 본 경험자로서 조언을 해달라.
 
2~3명 정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다면 어렵지 않고 이미 아주의대와 인제의대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임단협 진행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아주의대 교수노조가 단과대별 노조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1심에서 취소 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단위노조를 설립하기 보다는 이미 만들어져있는 전국의과대학 교수노조의 지회신청을 통해 활동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노조를 만들어 의대 교수를 많이 참여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가입 대상을 의대 교원으로만 제한하지 않으면 법원의 판결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본다.
 
-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도 병원별 전공의 노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공의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공의 근무 환경을 생각해 봤을 때 너무 당연한 움직임이다. 선배의사들이 앞서서 해결하지 못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앞으로 의대교수노조와의 연대도 기대한다.
 
- 기득권으로 비춰지는 의사들이 노조를 만드는 데 대해 외부에서는 부정적인 시선들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노조는 궁극적으로 사회 공동체 발전을 위해 복무하는 의사를 길러내려고 한다. 특히 의대교수노조는 대학 교수노조와 의사노조와는 결이 약간 다르다. 대학병원은 의사,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기관이고, 책임 감독기관은 교육부다. 의대생, 전공의, 임상 강사, 간호사 등을 교육하면서 진료를 통해 수익을 만든다.
 
현재 젊은 의사들 중에 대학에 남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평생을 헌신하려 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이들이 개업 대신 교수가 되는 길을 택하도록 설득하려면 임금체계와 평가 방법이 개선돼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이 병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탑(Top) 의사를 내세우며 능력 중심의 엘리트주의를 강조한다. 이런 평가 방법은 대학병원에 어울리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궁극적으로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의료비 상승을 유발한다.
 
정부도 적정한 수가를 보전해야 하며, 학생 교육과 전공의 교육을 위해 더 많은 부담을 해야 한다. 의료계도 투명하고 공정한 회계로 의사 교수를 설득해야 한다. 의대교수노조는 이러한 사측 요구에 맞서면서 교육·연구에 헌신하며, 적정하고 필요한 진료를 하는 의사를 길러내는 목표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의대교수는 학생교육을 담당하지만 병원 진료에 대부분을 투자한다. 지금까지의 소송 결과를 보면 법적으로는 병원 근무를 학생 교육과 연구의 연장선으로 파악하는 것 같다. 사측은 인사나 경영을 비교섭대상으로 주장하며, 중노위도 이에 대해 동조하는 분위기다.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단위노조로서 한계를 느낀다. 연합체를 구성하고, 국제노동기구의 국제 협약에 맞는 법 개정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언론과 정치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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