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임상 거의 다됐는데, 한국인 불참으로 완료 못해"

유례없는 복지부·식약처 민관 협력으로 빠르게 개발, 내년 치료제 R&D 예산 절반 220억 셀트리온으로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셀트리온이 유례 없는 범정부, 국회의 지원 속에서 활발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정부의 치료제 R&D 추가경정예산 450억원 중 절반인 220억원도 배정받았다.

이 같은 정부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셀트리온은 아직까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임상 3상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한국인 환자 임상 참여의 부족이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17일 더불어민주당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동향 및 임상결과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최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한국인 임상참여를 적극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서 회장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코로나19 청정국이 되길 희망한다. 가장 먼저 마스크를 벗는 나라가 돼서 경제도 회복했으면 한다"면서 "이를 위해 셀트리온 임직원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동시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사전정보를 공유해 임상 프로토콜을 단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회장은 "임상시험 대상자 부족으로 인해 원활하게 임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임상 2상은 300명, 3상은 700명 총 1000명의 임상시험 대상자가 필요한데 현재 한국 17명, 루마니아 118명, 미국 1명 등 136명이 진행되는데 그쳤다. 일단 한국 환자 대부분이 경증이어서 생활치료센터에 있는데 여기엔 의료진이 부족하다. 유럽과 미국은 병원이 마비돼 있는데 그나마 루마니아 상황이 덜해 셀트리온 직원이 투입돼 하루 20명씩 임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한국인, 서양인 유의 차가 없을 정도로 한국인들이 임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으면 한다. 임상 대상자만 확보된다면 2상을 20일까지 종료하고 최단시간에 3상으로 가서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사전임상참여의향서 서명식을 진행하고, 민주당 이낙연 당대표(K뉴딜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배병준 임상시험센터장에 의향서를 전달했다.

이낙연 당대표는 "어제(16일) 모더나가 임상 효과 94.5%라는 축복같은 백신개발 소식을 전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경쟁이 한단계를 벗어났다 넘어섰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이제는 비상한 각오로 다음 단계에 가시적인 뭔가를 내놓으실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기꺼이 임상참여에 서명했다. 이는 14년 전 장기기증 서명했을 때보다 훨씬 체감된다"며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가 개발돼 다른나라보다 빨리 코로나 청정국이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전혜숙 K뉴딜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능력이 충분히 있지만, 개발이 지연되는 최대 난제가 임상시험 참여자 부족"이라며 "셀트리온은 250개의 임상시험 모수가 필요한데 현재 확보 숫자는 96개에 불과해 임상 허가가 안 나고 있으며, 해외에 나가서까지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 공동위원장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지원하는 사전임상시험에 서명하면 코로나19 확진을 받는 경우 우수한 코로나치료제를 우선 투여받을 수 있다, 더 많은 치료제 생산할 수 있는 혈장기증에도 참여하고 백신이 나왔을때도 우선적으로 접종받을 수 있다"면서 "이번 사전 임상시험 참여 서명작업이 전 국민 동참으로 이어져 정상적인 임상시험 진행과 치료제 개발 촉진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적극적인 임상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임인택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개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협력해왔다. 사실상 민관협력을 통한 치료제 개발은 새로운 시도"라며 "임상와 관련해 7개 이상의 회의를 했고,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올해 치료제 R&D 추경 450억원 중 220억원을 셀트리온에 배정했다. 이와 함께 3차 예방임상도 지원 심사를 받고 있는 등 적극적으로 항체치료제 성공에 힘을 쏟고 있으며 (임상)환자 부족 문제도 조속히 해결해 조만간 좋은 성과가 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식약처 이동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도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임상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빠른 허가와 함께 안전성과 효과도 전문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면서 "21명의 전문가로 코로나19 특별허가팀을 구성해 (셀트리온 항체치료제의)허가가 신청되는대로 가장 우선해서 허가심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셀트리온 항체치료제의 높은 효과성에 대한 전문가 발언이 나왔으며, 이 같은 효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많은 환자가 임상에 참여하길 바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인천의료원 김진용 교수는 "코로나19 1번 환자부터 지금까지 인천의 70%의 환자를 보고 있는데, 여름 이후부터 의사로서 아무 치료를 못한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었다. 기존의 약들을 쓰기 어려운 상황인만큼 새로운 약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보건은 안보고, 치료제는 국력"이라면서 "현재 인천의료원은 셀트리온 항체치료제를 비롯해 3개의 치료제 임상을 진행하는데, 셀트리온 항체치료제의 안전성은 물론 효능도 매우 좋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상에서 안전성은 물론 투여 1~2일만에 자연 경과보다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 2상은 더블블라인드여서 의사도 환자도 임상약인지 플라시보(위약)인지 모르는데, 셀트리온 제품은 투여 후 바로 효과가 나타나 블라인드 상태여도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면서 "감염병은 항암치료제나 자가면역질환치료제처럼 장기간 시간을 갖고 임상을 하기 어려운 만큼 조속히 환자들의 임상시험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셀트리온 권기성 연구개발본부장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후 진행 상황을 보면, 1주일이 지난 후 폐에 바이러스 농도가 급격히 증가해 2주일에 최고치를 기록한다. 즉 감염 이후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항체치료제 지금까지 임상에서 안전성은 물론 환자에게 투여한 이후 조기에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록 동물실험 결과이기는 하나 투여 3일 이후부터 패럿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고 폐에 염증도 생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의대 정상택 교수는 "코로나19에 이어 제2, 제3의 팬데믹이 또다시 출현할 것을 보인다. 이에 대해 대비하기 위해서는 셀트리온처럼 조금 더 항체치료제를 빨리 발견해서 개발 플랫폼 연구로 이어지도록 정부 차원의 관심과 투자가 이어져야 하며, 항체 반감기를 2~3배 더 연장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임 국장은 "이번에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범정부위원회를 만들면서 주안점을 둔 것이 기업들의 체질 강화"라며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 감염병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지만, 내년 예산을 별도로 확보하고 질병관리청 산하 감염병연구소, 과기부 산하 기초바이러스연구소 등을 설치, 지원하는 한편 질병청장이 위원장을 맡는 감염병정책위원장을 총리가 맡도록 해서 감염병 원천기술부터 생산, 공급까지 관리하는 체계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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