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적 결과에도 '거액의 배상 책임' 묻는 현실…산부인과학회 "분만 인프라 붕괴 초래"

뇌성마비 분만 의사에 12억 배상 판결에 반발…"불가항력적 의료 결과, 국가 차원의 제도적 보완 촉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법원이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을 놓고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산부인과의사회의 반발에 이어 학회도 1일 성명을 발표하고 의료인이 선의의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인에게 거액의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은 산부인과 의사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사기를 저하한다며 재판부에 공정하고 합리적 판결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학회는 분만이라는 의료행위에는 본질적으로 내재된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산모나 태아의 사망 혹은 신생아 뇌성마비 등 환자가 원치 않던 나쁜 결과가 일정 비율로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뇌성마비는 뇌의 비정상적 발달이나, 성장하는 뇌의 손상 등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사건의 산부인과의사가 태아의 이상을 발견한 즉시 선의의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배상 책임을 묻고 가혹하게 처벌했다.

이에 대해 학회는 "이는 지금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분만 현장에서 불철주야 애쓰는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을 위축시키고 사기를 저하시킨다. 저출산 시대의 '필수의료 살리기'는 공허한 외침이 돼버리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분만에 대한 낮은 수가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분만병원 운영이 어려워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가항력적인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재판부의 판결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진료실과 분만실을 오가며 건강한 생명의 탄생을 위해 헌신해 온 산부인과 의사들을 개탄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결국 분만이라는 의료행위를 중단하게 해, 분만 인프라 붕괴라는 재난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회는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의료분쟁을 담당하는 재판부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 줄 것을 호소한다"며 "선의의 의료행위 후에 발생한 일부 나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담당 의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누어 감당해야 할 몫이므로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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