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대통령실, 의료 붕괴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을 것"

서울의대 비대위 "의료파국 책임은 정부에 있어…22대 국회는 의·정 합의 지켜질 수 있게 해달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를 촉구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대통령실을 향해 의료파국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조건 없는 ‘원점 재논의’를 촉구했다. 개원을 앞둔 22대 국회에도 의대증원 중단을 위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라는 제하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허망한 수치(의대증원 2000명)에 대한 집착이 환자와 의사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수많은 병원 임직원들의 생계와 관련 업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걸 정부는 알고 있느냐"며 "정부가 정한 그 수치가 국민의 절망과 우리나라 의료계, 관련 산업의 붕괴보다 더 중요한가"라고 대통령실에 따져 물었다.
 
이어 "우리 의료계는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한다. 앞으로 의료계는 불충분했던 자정 능력을 강화하고 의료공급자로서의 국가적 책무를 되새기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 체계의 누적된 문제를 정부와 국민,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제대로 된 진단괴 최선의 처방을 선택하자고 주장한다. 정부는 조건 없이 대화하자면서도 2025년의 의대정원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며 "원점 재논의가 바로 조건 없는 대화다. 대화의 걸림돌을 치우치 않는 건 정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를 이유로 의대증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숫자는 지난 20년 동안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두 배 이상 늘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훨씬 더 많이 늘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런데 이전에 없던 소아과 오픈런과 응급실과 뺑뺑이가 생긴 이유는 많은 소아과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천직이었던 소아 진료, 응급실 진료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안심하고 소신껏 자신의 전문 분야 진료를 할수 있는 법적 안전망, 환자 교육과 원칙에 따른 치료만으로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한 수가 체계를 만들어주면 바로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대통령실 레드팀에게 요구한다. 의대정원 증원이 지금은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대로 강행된다면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게 될 것"이라며 "의료개혁이 현장의 의료진과 국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올바른 정책이 되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국회에는 지난 2020년 의정합의가 지켜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 의정합의를 통해 의대증원을 원점에서 논의하며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

강 위원장은 "우리는 22대 국회의 개원을 손꼽아 기다린다. 비록 정부의 일방적 약속 불이행으로 지금은 휴지 조각이 됐지만, 2020년 여름의 의료계 공백이 한 달 만에 해결될 수 있었던 건 국회 주도로 의정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임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 정부는 3개월 넘게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협박만을 일삼고 있다. 사법부 또한 의대증원을 멈추는 게 ‘공공복리에 중대한 문제를 미칠 우려’가 있다며 현 의료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흘려 보내고 말았다. 이제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건 입법부, 국회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0년 의정 합의가 이제라도 지켜지도록 해달라. 의료 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국회 내 협의 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히 논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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