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간호법 있는 국가 11곳 불과…90개국 있다던 간협 주장 정면 반박

간호법 대신 간호관리료 인상‧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정비 통한 지원 대책 촉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19일 오후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OECD 회원국 간호법 현황조사 보고 및 우리나라 독립 간호법 추진에 대한 문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 중 간호사 단독법을 갖고 있는 국가는 11개 뿐이라고 주장했다. 간호협회에서 간호법을 갖고 있는 국가가 90개국에 달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의사협회는 간협의 견해에 대해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간호법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간호법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식의 여론 호도는 올바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해서라면 간호관리료 인상이나 현행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 정비를 통해 통합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되는 것이 합당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19일 오후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OECD 회원국 간호법 현황조사 보고 및 우리나라 독립 간호법 추진에 대한 문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간호법 보유한 국가도 대부분 면허관리 규정 사항만
 
의료정책연구소는 해외 간호법 현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간호법을 보유한 11개의 국가도 공통적으로 면허관리에 관한 상항만 규정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이날 발표된 의정연의 조사 결과, OECD 회원국 38개국 중 간호법을 보유한 국가는 오스트리아, 캐나다, 콜롬비아,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일본, 리투아니아, 폴란드, 포르투갈, 터키 등 11개로 30%에 불과했다.
 
간호법이 없는 국가는 벨기에, 칠레, 코스타리카, 에스토니아, 프랑스, 헝가리, 이스라엘, 이탈리아, 대한민국,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멕시코, 영국 등 13개 국가였다.
 
의정연 우봉식 소장은 "간호법이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의료법에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며 "14개 국가에선 의료법과 분리된 별도의 보건전문직업법에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정연에 따르면 간호법이 존재하는 국가 중에서도 면허와 자격 규제 등을 규정하기 위한 이유인 곳이 대부분이다.
 
우 소장은 "호주와 덴마크의 경우, 간호법이 존재하나 보건전문직업법이 제정됨에 따라 폐지됐고 이는 국가 면허를 기반으로 하는 보건의료인력 자격, 면허, 규제에 관한 사항을 하나의 법에 통합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 적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의료인력간 체계적인 협업을 권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 간호법은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간호법과 전혀 다르다. 해외 간호법은 공통적으로 면허관리기구의 설치나 구성, 교육, 자격, 면허, 등록, 간호사 환자불만 접수, 징계 등 면허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며 "제정 목적 자체가 엄격한 면허관리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전했다.
 
간호법 있는 국가와 한국 상황 달라…간호사 단독 의료기관 개설 빌미도
 
반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다르다는 게 의정연의 견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력의 면허는 모두 보건복지부가 관리하고 있으며, 이 중 국민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에 관한 사항을 의료법에서 통합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우 소장은 "해외 간호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분석과 의료환경에 대한 비교 없이 단순히 해외 여러 국가에 간호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도 간호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부적절하다"며 "우리나라는 의료인 면허관리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복지부에 의한 통합적인 면허관리 체계가 유지되기 위해선 직역별 단독법을 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실익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의정연은 간호법 제정의 문제점도 설명했다. 현행 의료법과의 체계적 정합성이 부족하고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에 따른 직역 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우 소장은 "간호법안이 담고 있는 대부분의 조항들은 현행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서 차용한 것이다. 특히 의료인의 결격사유, 국가시험, 업무거부금지, 전자의무기록, 정보누설금지, 취업신고, 중앙회 설립 등 다수 규정은 의료인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내용이다. 동일한 내용을 각각의 법률에 중복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법률 낭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간호법은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간호 업무를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대했다"며 "이는 마치 간호사가 기존 ‘진료의 보조’에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의사의 처방에 따른 ‘독자적’ 간호 및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소장은 "간호법으로 인해 간호사 단독 의료기관 개설 시도도 있을 수 있다"며 "과거의 시도에 비춰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추후 미국의 ‘너싱홈(Nursing homes)’과 같은 간호 의료기관 개설을 통한 독립적 의료행위 구축 시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간호사 처우 개선 위해선 수가 개선‧보건의료인력 관리법 통해 문제해결
 
의정연은 결국 열악한 간호사 처우의 근본적 원인은 저수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간호관리료 인상'이나 '현행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정비'를 통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우 소장은 "간호사의 처우개선을 위해선 적정 수준의 간호관리료를 보장하고 간호사에 대한 합당한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간호사 급여 수준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는 간호관리료를 개선하지 않고는 어떤 정책도 간호사의 처우개선에 실질적 해법을 제시할 수 없다. 현재의 원가보전율이 38.4%에 불과한 간호관리료를 최소한 원가보전이 가능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간호사 외에도 의료인, 간호조무사, 약사, 한약사, 의료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안경사, 응급구조사, 영양사 등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기존 법안의 하위법령으로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은 부분은 보완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며"이를 위해 보건의료인력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선행하고 지원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 소장은 " 현재와 같은 면허관리체계가 지속될 경우, 간호법과 같은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부 OECD 국가들에서 제도화가 돼 있는 것과 같이 가칭 ‘보건의료인력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전문성이 담보된 보건의료인력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보건의료인력 전문기관을 설치하고 업무범위나 근무환경, 처우개선 등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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