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병원장 5명 등 병협 임원 6명 사퇴…사립대병원 전공의 눈치보기 탓?

국립대병원·중소병원·전문병원 등 다수 회원들은 병협 회장 의견 ‘공감...“내부 분열 없다”

지난 12일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회장과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 등이 복지부 김강립 차관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하고 있는 대한병원협회 임원 6명이 최근 사퇴하면서 병원계 내부 갈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병협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리면서 문제가 붉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사립대병원장 일부가 전공의 파업 등을 의식해 임원직을 내려놓은 것일 뿐, 병협 내부적으로 의견 충돌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립대병원장들 사퇴 이유가 전공의 눈치보기?

 
18일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김성덕 중앙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김영훈 고대의료원장, 박종훈 고대안암병원장, 유경하 이화의료원장, 이태연 날개병원장이 병협에 임원직 사퇴를 밝혔다.
 
눈 여겨 볼 점은 사퇴한 병협 임원들이 이태연 원장을 제외하고 모두 사립대병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임원직을 사퇴한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은 최근까지 의료인력 확대를 위한 병협 테스크포스(TF)에서 일해온 경력이 있다. 의대증원 확대라는 병협 기조에 동조하다가 한순간 입장을 뒤집은 셈이다.  
 
최근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3차 단체행동에 이어 무기한 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서울에 위치한 대형 종합병원들이 전공의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전공의들의 장기 파업이 불가피해지면서 병원 내 노조 등 의료진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데다 전공의들을 자극할만한 발언이 이어지자 일부 사립대병원장들이 입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대병원이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업무중단 시, 불이익이 받을 수 있다"는 공문을 발송한 이유가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과중을 염려한 병원노조 등 불만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를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은 지난12일 병협과 복지부 간 간담회에서 나왔다. 이날 병협 정영호 회장은 “의료는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해 의료인력 시장과 민간이 해결할 수 없는 점이 존재한다"라며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라는 어려운 결정을 해줘서 의료인력난 해소에 희망을 안겨줬다. 지금이라도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전공의를 비롯해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교수와 전임의들도 존재한다”며 “사립대병원 입장에서 병협이 지속적으로 정부 정책에 찬성하며 이들을 자극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난 17일 대한사립대병원협회 성명서를 통해 의대정원 확대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고 병원협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사립대병원협회는 이번에 병협 임원직을 내려놓은 김성덕 중앙대의료원장이 이끄는 단체다.
 
사립대병원협회는 병협에 대해 "내부적으로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하지 않고 의대정원 확대에 무조건적으로 찬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협 임원에서 사퇴한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이 이끄는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협의회는 1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현재의 의대증원 계획이 원점에서 재논의돼야 한다"며 "의협과 병협은 현 사태에 관련해 자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함께 임원직을 내려놓은 이태연 원장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이 원장은 동대문의사회장, 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 등 병협 홍보부위원장 외에도 의사회 등에서 다양하게 활동해 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의사회와 병협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퇴 임원은 소수…병협 내부적으로 의견 분열 없어
 
사퇴 임원에도 불구하고 병협 내부적으로 큰 의견 갈등은 없다는 게 병원계 중론이다.
 
실제로 많은 병협 산하 단체 중 의견 대립을 보인 곳은 사립대병원 뿐이다. 국립대병원협회, 중소병원협회, 요양병원협회, 전문병원협회 등 대다수 산하단체들이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병협 입장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병협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직함을 내려놓은 임원들은 대부분 서울에 위치한 대형 사립대병원장들"이라며 "병원들은 일반 개원의들과 달리 병원 전체적인 경영을 신경써야 한다. 파업 등 사안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병협 내 의견 분열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먼저 회장 사퇴 주장이 난무했을 것이다"라며 "사립대들은 의료인력 부족이 체감되지 않는 상황이라 입장이 좀 다르다. 이들을 제외하고 절대 다수는 병협 회장의 견해에 동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방에 위치한 중소병원들은 대부분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에 위치한 중소병원장 B씨는 "지방 병원들의 경우 실제로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예전부터 매우 심각했던 상황"이라며 "크게 봤을 때 이번 기회에 의료인력 증대는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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