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Needleman의 신약개발 10계명

[칼럼] 한국 아브노바 배진건 소장

각 단계에서 올바른 의사결정 내려야

사진: (왼쪽부터) 니들만 박사(Dr. Needleman), 배진건 박사 (출처: 배진건 박사 제공)

신약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드는 사업이다. 단계 단계마다 올바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여러 면에서 손실이 적어진다.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의 교수였던 니들만(Needleman) 박사는 COX-2(Cyclooxygenase)를 제일 먼저 클로닝(cloning) 했다.

연구를 실용화하기 위해 학교를 떠나 제약회사로 옮겼고, 몬산토(Monsanto)와 설(Serle)에서 COX-2 억제제를 연구개발해 1998년 세레브렉스(Celebrex)가 FDA 허가를 받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어 파마시아(Pharmacia)의 연구개발 총책임자로 근무했는데, 필자가 쉐링플라우(Schering-Plough)에 근무할 때 과학자문위원(Scientific Advisory Board, SAB)으로 모시고 3년 동안 자문을 받으며 그의 신약 개발에 대한 오랜 경험을 가깝게 목격했다.

오늘은 Needleman 박사가 알려준 신약개발 10계명을 소개하려고 한다.

"There’s only one Nobel prize…"
노벨상은 하나밖에 없다.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

물론 제약회사 연구도 과학에 기초해 결정을 내리지만, 우리 인류에 대한 가장 중요한 공헌은 임상적인 '개념증명(PoC: Proof of Concept)'을 보여주고 새로운 약을 만들어 환자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결코 환자를 치료하는 약을 만들지 않는다. 제넨텍(Genentech)을 공동창업한 보이어 박사(Dr. Boyer)는 노벨상을 포기하고 미국 바이오벤처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Phenomenology is very different than pharmacology.”
약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기전(mechanism of action)을 알고 거기에 따라 논리적인 구조활성 상관관계(SAR: Structure Activity relationship)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표현형 검정(Phenotypic screens)은 시작하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어떻게 그 물질이 작용하는지 약리를 알기 위해 디콘볼루션(deconvolution) 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이 계명을 한국인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동의보감에 있는 물질이라는 것만 가지고 약을 개발하기는 너무 어렵고 힘들다.

"Anything put on hold is dead."
연구개발 중이던 과제가 여러 이유로 중단되어 선반에 놓여진 것은 잠시 쉬는 것이 아니라 죽은 과제로 여겨야 한다.

연구인력, 시간, 투자는 항상 제한적이기에 중단된 과제를 다시 살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선반에 놓여지고 시간이 지체되기 전에 관심 있는 다른 회사나 기관에 빠르게 넘기는 것이 자기를 위하는 길 뿐만 아니라 환자를 위하는 길이다.

"Define and do the Killer experiments."
과제가 진행되기 위해 결정적인 실험을 디자인하고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

연구자의 피(blood)는 차가워야 한다. 결정적인 실험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과제는 과감하게 죽여야 한다. 결정적 실험을 디자인할 때 도달해야 할 목표(bar)를 너무 과하게 잡는 것도 좋은 프로그램을 죽이는 지름길이기에 목표 설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3~4년을 애지중지하며 자식 같이 애정을 쏟았던 과제를 죽이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죽을 과제가 죽어야 새 과제가 살아난다. 죽어야 산다는 역설이 진리이다.

"If you don’t know where you are going, all roads will get you ther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Cheshire Cat)의 명언을 니들만 박사는 인용했다.

전략적인 방향과 명확한 결과물이 무엇이 될지 미리 알아야 한다. 결과물에 대하여 명확하게 예측하고 있지 않다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기에 당연히 길을 잃게 된다.

"Make sure it’s doable in my lifetime." 
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mechanism of action)를 알고 거기에 따라 논리적인 SAR을 통해 만들어져야 하는데, 신빙성 있는 생물학적인 마커도 없고 특별한 아이디어나 방법이 없으면 일찍 그만두고 다른 과제를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연구가 계속 늘어질 수만은 없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연구를 끝내야 한다.

"Find the shortest route to heaven."
신약개발의 연구 단계에서 알려진 모든 모델들을 테스트하며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다. 몇 개의 모델에서 확신이 서면 빠르게 환자에게서 PoC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아무리 판매 쪽에서 불평이 있어도 먼저 좁은 범위 임상에 주력해 그 범위에서 빠르게 임상을 진행해 허가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가장 빠르게 천국에 올라가서 그 곳에서 다른 적용증을 넓히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천국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을 찾아야 한다.
 
"I’m from Missouri… show me data." 
무엇보다도 확신이 서는 데이터가 최고이다. 파워포인트에 말을 많이 써넣고 손을 저어가며 설명을 어렵게 할 필요가 없다.

니들만 박사는 미주리 주 출신이다. 그 주의 별명이 'show me state'이다. 미주리 출신 답게 '나에게 데이터를 보여 확신 시키라'는 것이다.

"In god we trust, all others must bring data”. 미국 동전에는 'In God we trust' 라고 쓰여 있다. 신 앞에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은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설명하는 것뿐이다.
 
"Mechanisms should become lifecycle management platforms."
새로운 생물학적 영역을 연구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하지만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분명히 밝히게 되면 한 연구자의 평생의 업적이 될 것이다.

새로운 타겟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없이는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약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15년 이상 고혈압을 앓게 되면 심장에 이상이 오게 된다. 베타 차단제(beta-blockers)는 심장에 이상이 오게 되는 것을 최대한으로 지연시킨다.
 
"The world belongs to finishers."
연구를 끝내는 것,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허가를 받아 시장에 내놓는 것은 집중과 훈련이 필요하다.

몇 가지 질문을 정한 후에 그것에 대한 분명한 답을 창출해야 한다. 신약개발에 있어서 연구자들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정해진 기일 안에 끝내는 것보다 새로운 '돌'에 관심을 돌려 힘을 분산하고 싶어한다.

물론 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연구자를 흥분시키고 뛰어들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지만 진행하던 연구를 끝내기 위하여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람을 돌보는 역량, 또 위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끝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한 물질을 PoC를 거쳐 결국 마켓에 내어 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끝내는 자만이 세상을 소유할 수 있다.
 
* 이 글은 브루스 부스(Bruce Booth)가 2013년 포브스(Forbes)에 기고한 것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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