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외과 의사들의 사투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의 30시간-①편

[신년기획 현장취재]

©메디게이트뉴스

중증외상환자의 골든타임을 위해 출범한 권역외상센터.
 
교통사고, 추락, 자살 등으로 심한 외상을 입은 환자를 1시간 안에 치료하는 것이 목표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6발의 총상을 입고 위급했던 석해균 선장을 이국종 교수가 치료하면서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국종 교수는 2005년부터 줄곧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석해균 선장의 사건이 터지자 중증외상센터 설립이 급물살을 탔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16곳의 의료기관을 권역외상센터로 지정했으며, 올해 17곳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현재 운영하는 권역외상센터는 9곳이다.
 
그러나 최근 13개 대학병원이 전원을 거부하고, 6시간이 지나서야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한 '2살 김민건 군 교통사고 사건'으로 권역외상센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큰 예산을 들여 권역외상센터를 만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비난이 들끓었고, 실제로 김 군을 거절한 13개 병원 중에는 권역외상센터인 전남대병원과 을지대병원이 있었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의 30시간
 
이국종 교수는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외상센터가 World Standard(세계적 기준)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예방가능사망률이 2% 미만인 미국 UC샌디에고 Trauma Center(외상센터) 모델을 그대로 가져왔으며, 작년 공식적으로 센터를 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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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이 실제로 어떻게 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는지 최근 현장을 찾았다. 
 
경기 남부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기자는 정확히 32시간 동안 함께하며 중증외상환자의 생사를 목격했다. 
  
오전 9시 50분, 이국종 교수가 병동 환자 회진을 위해 바삐 움직였다.
 
ICU(중환자실)에서 증상이 호전돼 병동으로 옮긴 중증외상환자들을 보기 위해서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중환자실은 40베드, 병동으로 구성된 4, 5층은 60베드로 총 100병상을 가지고 있지만 자리가 부족할 땐 본원 병동에도 종종 환자를 입원시킨다. 
 
중증외상센터를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의 환자들은 그야말로 중증외상을 경험한 환자들이다.
 
회진에서 첫 번째로 만난 환자는 총상을 입은 60대 남성이었다.
 
이 환자는 산탄총 오발 사고로 인해 온몸에 20개 이상 총알이 박혀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로 오게 됐다. 이국종 교수는 환자의 몸에서 총알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마쳤고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회진을 돌며 환자를 보고 있는 이국종 교수

뒤이어 만난 환자는 6m 높이에서 추락한 70대 여성 환자, 2번의 수술과 함께 중환자실에서만 160일을 있었던 만큼 중증 환자였지만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실로 이동했다.
 
이외에도 이국종 교수를 따라가자 교통사고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 4개의 병원을 거쳐 이송된 환자 등 다양한 외상환자들을 마주했다.
 
숨 가쁜 응급상황
 
"기자님, 이국종 교수님 현장으로 출동하세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2시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응급환자를 이송한다는 콜이 왔다.
 
간호사 전화에 기자는 부랴부랴 출동을 준비하는 통제실로 뛰어갔다.
 
통제실, 출동할 때 쓰이는 물품들을 보관하고 있으며, 모니터에는 랑데뷰 포인트가 보인다.

먼저 통제실에서 구조복과 두건, 고글을 갖춰 입었다. 무전기를 들고 메디케이션과 트라우마 백(bag)을 카트에 실은 의료진과 함께 헬기가 도착하는 랑데뷰 포인트(착륙장)로 향했다.
 
대기중인 의료진

그렇게 10분을 기다리자 경기소방 헬기가 아주대병원 랑데뷰 포인트에 안착했다.
 
응급중증외상환자는 교통사고 당시 조수석에 앉아있던 70대 여성으로, 심정지(카디악 어레스트)와 복강 내 출혈이 의심돼 2차 병원에서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로 이송을 요청했다.
 
환자의 상황이 워낙 위급해 이국종 교수가 직접 현장으로 출동을 결정했다. 이국종 교수가 외상센터 송미경 간호사와 함께 헬기에 올라타자 바로 이륙했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기다리자 이국종 교수와 환자를 태운 헬기가 곧 아주대병원으로 도착한다는 연락이 왔다. 상공에서는 전화가 잘 터지지 않을 때가 있어 출동 시에는 의료진들이 카카오톡과 무전기를 사용한다.
 
대기중인 의료진

연락을 받고 의료진과 함께 이동침대를 가지고 랑데뷰 포인트에서 대기했다.
 
이내 헬기 소리가 들렸고, 이국종 교수와 환자를 태운 경기소방 헬기가 랑데뷰 포인트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이국종 교수와 환자가 보였고, 이국종 교수는 이미 헬기에서 응급수술을 진행한 상황이었다.
 
헬기에서 응급수술을 한 이국종 교수와 환자의 모습

환자는 사고가 난 후 처음으로 이송된 병원에서 심정지를 보였고, 의료진은 16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한 결과 환자는 자발순환 회복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국종 교수가 도착했을 때 환자는 이미 한차례 더 심정지가 온 상태였고, 이국종 교수는 결국 헬기에서 환자에게 오픈 카디악 마사지(개흉 후 심장을 직접 마사지)를 시작한 것이다.
 
의료진은 119 구급대원들과 함께 환자를 헬기에서 베드로 옮긴 후 외상센터로 뛰기 시작했다.
 
한시가 급한 환자는 이국종 교수와 의료진을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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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로 이송되는 환자는 외상소생실이라는 트라우마 베이(Trauma BAY)로 옮겨져 상태를 살피고 X-ray, 초음파 등의 검사를 거친 뒤 수술실이나 ICU로 옮기지만 이 환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환자는 바로 수술실로 향했다. 이미 수술실에서는 혈액과 각종 수액이 준비된 상태였고, 환자가 들어오자 순식간에 마취과, 흉부외과, 외과 전문의 4명이 환자 앞에 섰다.
 
의료진의 그늘이 지지 않도록 만들어진 조명기인 무영등이 환자를 비췄고, 이내 파란색의 소독포 드랩이 깔리자 흉부외과 문종환 교수와 외상외과 조자윤 교수가 응급 수술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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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준비하는 이국종 교수

복강 내 출혈로 부풀어 오른 환자의 배를 가르자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의료진은 급하게 거즈로 환자의 복부 양쪽 위아래 4곳에 패킹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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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환 교수는 계속해서 환자의 심장을 마사지했으며, 조자윤 교수는 패킹 후 상태를 지켜보다 거즈를 제거하며 출혈부위를 찾았다.
 
이내 조자윤 교수는 출혈이 소장의 장간막 파열로 인한 것임을 확인하고 바로 봉합에 들어가 출혈을 잡았다.
 
그러나 환자의 심장은 여전히 뛰지 않았다.
 
이국종, 문종환 교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심장은 수술 2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환자는 소장장간막파열에 의한 과다출혈로 심장에 쇼크를 일으켜 사망했다.
 
조자윤 교수는 "환자가 고령인데다 전원을 한번 거치면서 시간이 조금 지체됐다"면서 "출혈은 잡았으나 심장이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이국종 교수

한편 환자가 소생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쯤, 이국종 교수는 보호자를 수술실로 불렀다.
 
보호자의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이국종 교수의 설명에 따라 떨어지는 고개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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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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