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올림픽 연기 이후에 확진자수 급증...이제야 외출금지, 검사는 2만5000여건 불과

"올림픽 때문에 소극적 대처" 비판 쏟아져..."확진자 1387명 보다 훨씬 더 많고 감염경로도 알 수 없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일본 정부가 지난 24일 올림픽 개최까지 연기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일본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수도 도쿄도(東京都)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가 2배 이상 뛰었다. 23, 24일 10명가량씩 증가하던 것이 25일에는 41명, 26일 47명이 증가하는 등 확진자가 대폭 늘어났다. 지역별로 보면 도쿄도 확진자가 222명, 훗카이도 167명, 아이치현 154명, 오사카 149명 순이다.

일본 전체는 27일 확진자 1387명, 사망자 47명이 보고됐지만 실제 확진자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확진자들에 대한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NHK는 "도쿄도는 코로나19 확진자 222명 가운데 105명에 대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올림픽 이후 확진자수 증가, 외출 금지와 재택근무 권고 

일본 정부는 도쿄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정부 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NHK에 따르면 26일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코로나19 만연 우려가 크다고 인정된다"며 대책본부를 승인했다.
 
일본은 지난 1월 말부터 범정부대책본부를 설치해 운영해왔다. 그러나 지난 13일 국회에서 통과된 ‘코로나19 특별조치법’에 의해 대책본부가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책본부는 아베 일본 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26일 공식적인 첫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대책본부는 한국과 중국에 실시하고 있는 입국제한과 비자 제한 조치를 4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 이외에도 대책본부는 미국, 이집트, 이란, 유럽 36개국, 동남아시아 11개국 등 52개국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실시했다.
 
대책본부는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긴급사태까지 선언할 수 있다. 긴급사태가 선언되면 휴교, 외출자제 등이 지시되고 건물의 임시 의료시설 강제 사용, 흥행 시설 이용 제한 등이 가능해진다. 

또한 도쿄도 확진자 급증 사태가 더 위험하다고 분석되는 이유는 주변 도시에서 도쿄로 통학하거나 출퇴근 하는 사람이 하루에 300만명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과 대학 등이 몰려 있는 도쿄 내 감염사태를 막지 못하면 일본 전역으로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일본 정부는 도쿄도와 인접한 수도권 지자체들도 잇따라 이번주 주말을 코로나19의 분기점으로 잡고 외출을 삼가달라고 촉구했다. 25일 고이케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는 외출을 자제하라는 당부와 함께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구로이와 유지 일본 가나가와현 지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번 주말에 외출을 삼가하라"면서 "갑작스러운 감염의 폭발적 증가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후쿠다 도미카즈 도치기현 지사도 "도쿄도민들도 외출을 삼가하는데 도치기현 주민이 도쿄에 가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라며 도쿄와의 교류를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일본 정부 코로나19 초기대응 미온 ‘비난’…검사 수 2만5000건 불과
 
일본 정부가 그동안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미온적이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도쿄 올림픽 연기가 결정된 이후 갑자기 정부 차원의 강경대응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와 관련해 확진자 수를 의도적으로 줄이기 위해 검사 수를 제한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실제로 27일 일본의 코로나19 검사 수는 2만5000여건에 그친다. 동일 기준 36만5000여건 달하는 한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하루에 검사 가능한 건수가 1200~1300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본 정부는 그동안 검사 대상자를 굉장히 제한적으로 선정해 왔다. 일본 검사 대상 기준은 발열 증세가 있거나 14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 저장성을 방문했거나 해당 방문자의 밀접 접촉자로 한정됐다. 이후 감기 증상이 4일간 지속되거나 발열이 4일간 지속되고 몸이 나른하는 등 증세가 보이면 검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조건을 완화시켰지만 검사 수가 크게 늘지 않았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2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감염자 수를 적게 보이려고 했다. 이를 위해 코로나19를 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고 그 사이 코로나19가 확산됐다"고 비판했다.
 
시부야 겐지 킹스 칼리지 런던 교수(전 세계보건기구(WHO) 보건정책실장)는 블룸버그통신에 "일본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곧 폭발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의 정책을 변경해 확진 폭발 국면을 최대한 늦추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비영리의료단체 의료거버넌스 연구소 이사장인 내과의사 카미 마사히로는 지난 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현해 "한국은 일본에 비해 검사 수가 30배에 달한다"며 "일본은 의도적으로 검사를 늘리지 않고 있다. 검사 대상도 소극적으로 잡았는데 이는 콜레라 등 전통적인 전염병 검사 방식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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