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처방 200만건 시대, 원격진료 확대되려면 산적한 해결과제 '산더미'

[의대생 인턴기자의 생각] 약 배달 문제·오진 위험성·의료전달체계 붕괴 우려 등 충분한 고민과 논의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은별 인턴기자·원광의대 본1] 흔히 원격진료와 원격의료가 혼용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원격의료는 원격진료 뿐만 아니라, 원격으로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나 원격 수술 및 판독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알려져있다.

기존 의료법 상에서는 원칙적으로 원격의료를 동료 의사간의 협업에 한해서 가능하며,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에는 대면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한시적으로 전화 처방을 허용했다. 허용 초기에는 대면으로 초진을 한 경우에 한해 재진을 할 때 전화처방을 허용했다. 현재는 초진을 꼭 해야만 전화처방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지 않아 의사의 재량에 따라 전화처방의 범위가 확대된 상태이다.

이에 따라 이미 전화처방을 받은 사례가 200만건을 돌파하고, 그 중 절반 이상이 1차의료기관을 활용하는 등 활발히 원격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객관적인 촉진이나 검사가 꼭 필요한 경우 의사가 원격보다는 대면 진료를 권하겠지만, 이렇게 전화처방이 익숙해지면 환자가 그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해 원격 진료를 고집하는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원격진료는 환자의 주관적 문진, 제한적 시청각적 판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대면 진료가 어려운 지역이나 환자군에 있어서 원격진료를 보조적 방안으로 활용하는 등 원격 진료가 허용되는 범위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원격진료에 있어서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약 배송에 있어 약물에 변질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가 정해져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약 수령 방식으로 배달받는 것을 선택한 환자가 약물 파손 및 변질에 대해 책임을 지고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이 안전하게 환자에게 배달될 수 있도록 구체적 배송 방식이 마련돼야 하며, 그에 따른 의약품 전문 배송 서비스가 확립돼야 한다. 배송 서비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약국이나 환자의 의견을 반영한 의약품 배송 가이드라인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아직까지 특별히 문제가 되는 전화처방 부작용이 보고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진과 의료사고의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디지털 기술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께서 원격 진료를 통한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미국과는 달리,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 빠른 시간 내에 가까운 곳에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방의 환자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질병의 경중에 상관없이 수도권의 대형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 따라서, 1, 2, 3차 의료기관 및 환자 거주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원격진료의 범위에 대한 규제를 정해야 한다.

보다 안전하고 의료의 질이 보장되는 진료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사항들을 포함한 여러 요소들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및 반영이 이뤄진 명확한 원격진료 가이드라인과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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