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진료 '우수' 일차의료∙정신질환 진료 '미흡'...OECD 의료 질 비교 결과

활동 의사 적지만 병상수∙장비∙의료이용 많은 편...국내 질병부담 높은 질환 치매∙자해∙간암∙갑상선암∙위암 등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우리나라 의료 질이 암 진료∙급성 진료 분야에서는 우수하지만 일차의료와 정신질환 진료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천 명당 활동 의사 수는 적지만 의사 증가율은 높은 편이었고, 병상수∙장비∙의료이용은 많았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에 비해 질병부담이 큰 질환은 치매, 자해, 결핵, 간암, 갑상선암, 위암 등이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속가능 보건의료체계 구성에서 NECA 역할 확립에 관한 연구’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PARC(Position Value for Relative Comparison) 지표를 활용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현황을 의료 질, 보건의료 수요∙공급, 의료접근도, 의료비 측면에서 OECD 국가들과 비교∙진단했다.

PARC 지표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1부터 1사이의 값을 가진다. -1에 가까울수록 우리나라 보건의료 수준이 OCED 국가들의 중앙값보다 낮은 것이며, 1에 가까우면 그 반대다.
 
자료=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일차의료∙정신질환 '미흡'∙암 진료는 뛰어나...의사-환자 '소통' 개선 필요

먼저 의료 질의 경우 전반적인 질(0.160)은 좋은 편이나 일차의료, 정신질환 진료 부분에서는 OECD 중앙값보다 낮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일차의료의 경우, 2019년 기준 입원 관련 복합 지표가 -0.182을 기록했다. 특히 천식 입원율, 당뇨 입원율의 상대적 위치가 각각 -0.579, -0.978로 나쁜 편이었다.

처방 관련 일차의료의 복합 지표는 -0.420으로 입원 관련 일차의료의 질보다 상태가 더 좋지 않았다. 특히 항생제 처방(-0.762) 측면에서 문제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진료의 경우 복합 지표는 -0.626이었으며 특히 양극장애의 초과사망률(15~74세)은 -1.000으로 관련 자료를 OECD에 제출한 7개국 중 가장 나빴다. 조현병의 초과사망률(15~74세)도 -0.875로 좋지 않았다.

반면 암진료에서는 복합 지표가 0.616을 기록하며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특히 대장암, 직장암, 위암 5년 생존율 지표는 모두 1.000으로 관련 자료를 제출한 34개국 중 1위였다. 다만,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4년 생존율은 -0.103이었다.

급성진료 부분 역시 복합 지표가 0.372로 OECD 중앙값을 상회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수치가 갈렸다. 출혈성∙허혈성 뇌졸중 30일 사망률 지표가 0.732를 기록한 반면, 급성 심근경색 30일 사망률 지표는 -0.121로 중앙값에 미치지 못했다.

환자경험(0.108) 부분의 경우, 비용 측면에서는 매우 우수했으나 의사-환자간 관계와 관련된 항목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비용으로 인한 방문 포기율(1.000), 비용으로 인한 약 구입 포기율(1.000) 등은 최상위에 위치했다. 반면, 의사 설명 이해율(-0.629), 의사 진료시 질문 가능률(-0.372), 치료방법 결정 참여율(-0.149), 의사 진료시간 만족률(-0.096) 등은 좋지 않았다.

환자안전의 경우, 종합지표가 0.764로 좋았으며 특히 복부 수술 후 패혈증 지표는 0.835로 매우 우수했다. 하지만 시술 중 이물질 잔존율, 고(슬)관절 지환술 후 폐색전증∙심부정맥 혈전증 등 아직 OECD에 제출하지 못한 항목들이 많았다.

전반적인 의료 질 관련 항목의 PARC 지표 추이를 보면 복합지표는 2011년 0.116에서 2019년 0.160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일차의료의 질은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임에도 2011년부터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었으며, 정신질환 진료의 질 수치는 2011년 이후 오르는 듯 하다가 최근 다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 의사 적지만 증가율 높은 편...병상수는 최상위에 장비도 많아

보건의료 수요 부분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건강수준 복합 지표가 0.359로 좋은 편이었다. 특히 출생시 기대여명 지표가 0.560으로 가장 높았고, 영아 사망률(0.273), 표준화 사망률(0.244) 등도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좋았다. 알코올 섭취량(0.119), 흡연율(0.028), 비만율(0.934) 등으로 구성된 건강결정요인도 종합지표가 0.360으로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좋은 상태였다. 다만, 연구진은 비만율의 상대적 위치가 악화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보건의료 공급 부분의 경우 보건의료인력 복합 지표는 -0.397로 나쁜 편이었다. 특히 활동 의사수 지표가 -0.981, 의대 졸업생 수 지표도 -0.975로 매우 낮았다. 다만 연구진은 44세 이하 총의사율이 50%, PARC 지표가 0.291로 젊은 의사가 많은 편이고, 연간 인구대비 의사 증가율 지표도 0.516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보건의료시설 지표를 보면 천 명당 총 병상수가 0.957로 매우 많은 수준이었으며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총 병상수가 많았다. 급성기 병상수의 상대적 위치도 0.858로 매우 높은 편이었고, 장기 병상 수, 노인 대비 장기 병상 수는 상대적 위치가 모두 1.000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재활 병상수의 상대적 위치는 -0.933으로 매우 낮았고, 공공병상 비율은 -1.000으로 가장 낮았다.

보건의료장비는 복합지표가 0.244로 다른 OECD 국가들이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방 촬영기(0.932)의 상대적 위치가 매우 높았고, MRI(0.429), PET(0.302), CT(0.221)도 OECD 중앙값을 상회했다. 그에 반해 치료방사선기와 감마카메라는 각각 -0.191, -0.230으로 낮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의원에서 우리나라 유방 촬영기의 61%를 보유하고 있으며, 치료방사선기, 감마카메라는 각각 0%, 2%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의원이 고가의 장비 없이 운영이 어려운 현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의료이용 최상위권...질병부담은 치매, 자해, 결핵, 간∙갑상선∙위암이 높아

접근도 부분은 예방접종, 건강검진, 의료이용 등으로 나뉘었다. 접근도 복합지표의 경우 지난 2004년 -0.128로 OECD 중앙값보다 낮았지만 2007년 이후 지속 상승하며 2019년에는 0.635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예방접종의 상대적 위치는 종합지표가 0.765로 높았다. B형 간염 예방접종률, 65세 이상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이 모두 1.000으로 최상위를 기록했으며, 홍역 예방접종률(0.556), DPT 예방접종률(0.505)도 우수했다.

건강검진에서도 복합지표가 0.210으로 국가 단위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OECD에 결과를 제출하고 있는 20여개 나라들 중 높은 편에 속했다. 특히 유방암 검진(0.420), 자궁경부암 검진(0.269)이 OECD 중앙값보다 높았다. 하지만 대장암 건강검진은 -0.058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이용 항목에서는 종합지표가 0.931로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었다. 특히 외래 방문은 17.2회로 OECD 평균 6.6회에 비해 크게 높아 PARC 지표가 1.000을 기록했다. 입원일수(0.600), 평균 재원일수(0.537) 등도 높은 편이었다.

끝으로 의료비 항목에서는 종합지표가 -0.172로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경상의료비 증가율이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01~2010년 경상의료비 증가율, 2011~2019년 경상의료비 증가율이 각각 9.1%, 7.1%로 PARC 지표가 0.583, 0.701을 기록해 OECD 중앙값보다 매우 높았다.

연구진은 DALY(장애보정생존연구)와 PARC를 이용해 우리나라가 OECD 국가보다 더 많은 부담을 갖는 일반질환, 암종도 확인했다.

그 결과, 일반 질환 중에선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0.499), 자해(-0.424), 결핵(-0.419), 급성간염(-0.290), 간질성 폐 질환(-0.220) 등이 OECD 국가들에 비해 질병부담이 높았다. 특히 상위 10개 일반질환 중 치매, 그 밖의 정신질환(-0.203), 조현병(-0.133) 등이 포함돼 정신질환 질병부담이 컸다. 암의 경우에는 간암(-1.000), 갑상선암(-0.884), 위암(-0.771), 담낭∙담도암(-0.378) 등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질병부담이 높은 암종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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