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아스트라제네카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허가 "고령자, 의사 판단에 따라 신중 사용'"
검증단·중앙약심 등 의견 분분했으나 최종점검위원회 65세 이상 포함 품목허가 결정...2월 26일부터 접종계획 이행 가능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품목허가가 이뤄졌다. 유럽 등에서 고령자 접종 논란이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포함해 18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접종 가능하도록 했다. 대신 의사가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백신접종으로 인한 유익성을 충분히 판단해 결정하라는 의미로 '65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주의사항 문구를 넣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최종점검위원회를 열고,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한국아스트라제네카코비드-19백신주'에 대해 추가 임상시험 결과 등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결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항원 유전자를 침팬지에게만 감염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어 배양·생산한 후 사람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바이러스벡터 백신이다.
전달된 코로나 항원 유전자는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을 합성해 중화항체의 생성을 유도하게 되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했을 때 바이러스를 중화·제거한다.
효능‧효과는 18세 이상에서 코로나19(COVID-19)의 예방이며, 용법‧용량은 0.5 mL씩 4~12주 이내에 2회 근육주사하도록 했다.
이는 국내 제약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에 위탁제조하는 제품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받는 코로나19 백신이다. 현재 유럽(EMA), 영국, 태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 등 50개 국가에서 조건부 허가 또는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65세 이상 포함 조건부 허가까지 어떤 과정 거쳤나?
앞서 식약처는 지난 1월 4일 한국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코로나19 백식 품목허가 신청을 접수받았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철저한 심사를 진행했다.
허가 신청 이전에도 심사가 가능한 자료부터 사전 검토를 진행하는 등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하는 기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식약처 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허가전담심사팀이 비임상·임상·품질 등 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집중 심사했으며, 특히 품질과 관련해 제조방법 자료, 특성 자료 등 기본적인 품질심사 자료 외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에 위탁 생산한 제품(원액 및 완제)과 유럽 등에서 생산한 제품 간의 품질 동등성 여부 등을 평가했다.
제출자료 심사와 동시에 제조소 현장조사(1.18~1.20)를 통해 제조 시설과 관리체계가 품질을 유지하면서 생산 가능한지도 평가했다. 이외에도 임상시험 대상자 안전과 시험결과의 신뢰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임상시험의뢰자(한국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실태조사(2.2~2.3)도 시행했다.
내부적인 검토 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3중의 자문도 진행했다. 우선 약사법에 따른 식약처의 법정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와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검증자문단), 최종점검위원회를 추가로 구성해 자문 절차를 강화한 것이다.
식약처는 지난 1월 31일 검증자문단, 2월 4일 중앙약심 등을 개최, 임상자료 등 아스트라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신청된 백신의 투여용량, 투여간격, 65세 이상 고령자에서의 투여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
이어 오늘(10일) 오전 10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품목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최종점검위원회 회의를 개최했으며,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생물의약품분과위원장 등 외부 전문가 3인과 식약처장 등 식약처 내부 5인이 참석했다.
검증단·중앙약심 의견 대립에도, 최종점검위 '고령자 포함'키로
최종점검위원회는 식약처 심사 결과와 앞서 실시된 검증단·중앙약심의 두 차례 자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고, 고령자 효능에 의구심을 제기한 중앙약심의 자문의견을 존중해 현재 미국 등에서 진행 중인 3상 임상시험 결과 등을 허가 후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 허가(조건부허가)를 결정했다.
최종점검위는 "임상시험을 비롯해 비임상시험, 품질, 위해성관리계획, 제조‧품질관리 등 허가심사에 필요한 자료에 대해 각 분야의 심층적인 심사와 현장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정해 품목허가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예방효과는 백신군과 대조군에서 코로나19로 확진받은 사람이 백신군 27명, 대조군 71명이 각각 발생해 약 62%를 나타냈으며, 이는 WHO 등 코로나19 백신 효과평가와 관련된 국내외 기준(예방효과 50% 이상)을 만족하는 결과이기 때문에 효과성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영국(2·3상)·브라질(3상) 등 2건의 임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음성인 18세 이상의 8895명(백신군 4440명, 대조군 4455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다.
최종점검위는 "백신 투여용량과 투여간격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앞서 실시한 두 차례의 자문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계획된 임상시험에서 효과성을 확인한 표준용량(0.5 mL)으로 4∼12주 간격으로 2회 투여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가장 논란이 됐던 '고령자 효과성'과 관련, 최종점검위가 '신중 결정'을 전제로 최종 승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종점검위는 "효능·효과는 65세 이상을 포함한 18세 이상으로 허가했다. 다만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65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기재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안전성과 면역반응 측면에서 문제가 없지만, 예방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고령자 임상 참여자가 660명(7.4%)으로 통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의사가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백신접종으로 인한 유익성을 충분히 판단해 결정하라는 의미다.
안전한 약물이라고 판단되나 '횡단성 척수염' 등 모니터링 필요
또한 최종위는 현재까지 보고된 이상사례를 검토한 결과, 대부분 백신 투여와 관련된 예측된 이상사례 등 전반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안전성 평가는 영국(1·2상, 2·3상)·브라질(3상)·남아프리카공화국(1·2상) 등 4건의 임상시험에 18세 이상 대상자 총 2만 3745명(백신군 1만 2021명, 대조군 1만 1724명)에 대해 이뤄졌으며, 65세 이상 고령자는 8.9%(2,109명) 포함됐다.
매우 흔하게(10% 이상) 나타난 이상사례는 주사부위 통증, 압통, 멍, 온감, 발적, 피로, 두통, 근육통, 권태, 열감이었으며, 증상은 대부분 경증에서 중간 정도 수준이었고 백신 접종 후 며칠 내에 소실됐다. 백신 투여 후 과민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반응과 코로나 증상 악화 등의 이상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65세 이상 고령자도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이상사례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예측되거나 예측되지 않은 이상사례 발생률은 성인군(성인 87.7%, 39.2% vs 고령자 82.4%, 24.6%)과 비교했을 때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최종위는 "면역매개반응으로 인해 척수에 발생한 염증으로 인해 생기는 '횡단성 척수염'을 포함한 신경계 관련 이상사례 발생에 대해 허가 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보고되는 이상사례에 대해서는 허가사항 등에 추가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신부와 수유부는 예방적 조치로 임신 기간 중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으며, 수유부에 대해서는 ‘이 약이 모유로 분비되는지는 알 수 없다‘를 사용상 주의사항에 기재하도록 했다.
식약처는 "아스트라 백신이 허가된 후에도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가 가능한 빠르게 제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관련 부처와 협력해 예방접종 후 이상사례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한 신속한 이상사례 대응체계를 구축해 국민에게 백신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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