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청장 "화이자 공급지연·AZ 효능 논란에도 계획 유지하되,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판단"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이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고령층에 대한 접종 제한이 이뤄지고 있으나, 현재 품목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국내에서는 고령층 접종이 기정사실화됐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법정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고령층 접종을 두고 의견 차가 극심해 그 공을 질병관리청으로 넘겼는데, 질병청에서는 고령층 접종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 효능부분은 조금 부족하거나 확인하기 어려워도 안전성 측면에서는 실 보다 득이 크다는 판단이다.
의료진용 물량인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계약이 지연되면서 2월 중순 국내 도입은 불가능해졌다. 우리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단계기 때문에 1분기 도입 가능성도 어려울 전망이지만, 도입 후 바로 접종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예방접종추진단장)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남재환 교수 등과 8일 코로나19 백신 특집 브리핑을 마련했다.
2월말 들어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남아공변이에 효능 20% 불과?
우선 남태현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의 항체생성률과 지속력에 대해 "국내 도입하려는 5종 중 4종이 90% 이상의 항체생성률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지속력과 관련된 장기면역 자료는 없지만, 일부 mRNA 백신이 4달 이후에도 중화항체가(바이러스 침입 예방 기능)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올해 안으로 정확한 지속기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변이바이러스가 발생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백신 효능 저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남아공변이에 대한 중화항체 방어 능력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백신을 접종해도 감염을 막지 못한다는 의미다.
남 교수는 "바이러스 침입 능력을 대폭 떨어졌으나, 내 몸에 바이러스 들어와도 중증으로 가지 않게 하는 기능은 어느 정도 유지됐다"면서 "특히 얀센과 노바백스 등은 남아프리카 임상이 진행됐는데, 중화항체는 50% 정도지만 중증 발병 전환 예방률은 더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백신의 기능을 완벽하게 회피하는 바이러스 변이가 등장할 수 있는데, 현재 국내사들이 변이에 대응하는 백신을 개발 중"이라며 "일단 접종 대상이 되면 변이여부를 떠나 우선 접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효능이 60%대, 변이주에 대해서는 20%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와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더욱이 고령층에 대한 임상 데이터 부족으로 접종 순서 변경, 대체 물량 확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 교수는 "남아공 변이에 대해 기존 아스트라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것 분명하다. 실제 중화항체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60%대인데, 남아공변이에서 20%로 낮아진다. 이는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능력이 20%에 그친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현재 국내에 남아공변이가 많지 않아서 변이주 효능 여부에 상관없이 백신 접종 차례가 오면 맞는 것이 훨씬 현명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데이터만 부족할 뿐 안전해...먼저 확보되기 때문에 고령층부터 접종"
고령층 논란과 관련해 정은경 청장은 "아스트라 백신은 2월 마지막주에 150만 도즈가 국내에 도착하기 때문에 가장 첫 선을 보이는 백신이 된다. 우선순위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이 먼저 접종한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고령층에서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접종자가 적어서 효과 확인이 어려울 뿐이다. 식약처 중앙약심 등에서도 고령층에 효능이 없다고 한 것이 아니라, 효능을 확인할 데이터가 적어 유의미하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사실상 식약처가 18세 이상 전체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백신을 허가할 것으로 보여서 접종 계획변경이나 물량 대체는 적절치 않다"며 "이번주에 식약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품목허가 관련 3차(최종)회의를 한다. 품목허가가 결정되면 접종 연령 등 계획에 대해 예방접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검토할 것이며, 결정되는대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영국에서 시행한 아스트라 관련 임상데이터가 일부 확보돼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다양한 자료와 논문을 받아 분석을 시행할 것"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아스트라 관련 전문가 회의가 이뤄지는데, 이에 대한 정보도 수집한 후 최종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석 교수도 "아스트라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고령자든 젊은사람이든 안전성과 관련해 다른 양상이 없기 때문"이라며 "전문가들이 문제를 삼는 부분은 효과 측면으로 이는 고령자에서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고령자 임상참여자 수가 적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면역원성, 면역반응 등의 효과에서 고령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향성이 있어 후속 임상 진행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자료 확보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정 청장은 "현재 집단면역 형성과 공급이슈, 변이바이러스 등 불확실성에 따라 추가적인 백신 확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현재 노바백스와 계약을 검토 중에 있으며, 만약 미국 노바백스와 계약이 체결되면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계약을 통해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이와 함께 90% 이상의 효능을 보인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공급 여부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충분히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화이자 11만7000 도즈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 기존 계획 변함 없이 '의료진용'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보다 당초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코미나티주)가 2월 중순께 더 일찍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해당 물량은 국립중앙의료원(NMC)를 비롯 코로나19 전담병원 등 의료진을 우선 접종할 물량으로,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식약처가 해당 백신에 대해 특례수입을 결정했으나, 현재 도입 시기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화이자 도입 시기가 지연되면서 일각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물량부터 접종하는 등 일정에 변동이 생길 것이란 관망이 나왔다. 그러나 정 청장은 "코백스에서 국내에 11만 7000도즈를 배정, 상반기 안으로 해당 물량의 화이자 백신 공급을 확정했다"면서 "이를 위해서 코백스와 화이자 간의 계약과 화이자와 국내 정부 간의 행정절차 등이 필요한데, 이미 국제기구 논의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다했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현재 코백스와 화이자 간의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 코백스-화이자 계약은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절차"라며 "이달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60만 도즈가 공급되는데 이는 고령층 접종에 사용될 예정이다. 화이자 백신은 매우 소량이고 첫 냉동백신 접종이기 때문에 기존 계획대로 의료진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센터와 의료기관 자체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정이 지연되는만큼 국내에 화이자 물량이 도입이 되자마자 접종이 이뤄질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접종 대상자 명단을 파악해서 등록 중이며, 오는 9일 중앙전담병원과 센터, 일부 의료기관 등에서 접종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상급, 대형병원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암환자·만성질환자 3분기 이후? 정은경 "고령층이 더 위험하기 때문"
한편 고령층 우선 접종을 두고 3분기로 계획돼 있는 암환자, 만성질환자, 희귀질환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면역력이 낮아 백신을 빨리 맞지 않으면 치명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해하나,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의료기관, 특히 코로나19 진료하는 의료진과 고령자 등을 최우선순위로 봤다. 코로나 고위험 인자 중에서도 연령이기 가장 위험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사망률만 볼 때 연령이 높을 수록 수십배의 위험이 있다고 보고됐다"면서 "때문에 1, 2분기에 고령자, 의료진부터 접종하고, 이후 백신 확보되는대로 만성질환자, 면역기능저하자 등이 접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청장도 "전문가 의견에 따라 우선순위를 마련했다. 연령이 많으면 치명률도 높아질 뿐아니라 대부분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최우선순위에 해당한다"면서 "백신 공급시기를 더 빠르게 추진해 기저질환자들도 접종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만성질환자와 관련해 접종 순서 뿐 아니라 부작용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졌다. 이상반응이 나타날 때 백신 부작용인지, 기저질환에 의한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보고된 코로나19 백신의 이상사례는 기존의 백신 이상사례와 비슷하다. 주사 부위가 빨개지거나 부음, 전신 쑤심, 열, 몸살기운, 피곤함 등 대부분 경증이며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면서 "mRNA 플랫폼 백신(모더나, 화이자)은 알레르기 반응,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것이 아낙필라시스 쇼크다. 이는 초기에 빠른 진단과 대처시 잘 넘길 수 있으며, 미국에서도 이를 잘 대처해 사망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바이러스벡터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횡단성 척수염이 보고됐는데, 이는 발생건수가 낮고 다른 백신도 면역반응에 따라 길랑바레증후군, 횡단성척수염 발병할 수 있다"면서 "현재까지 드러난 이상사례는 대부분 다른 백신과 비슷한 수준이다. 만성질환자라고 특별하게 유의할 것은 아니며, 기존에 알레르기 등의 반응이 있는 사람이 접종시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도 "가장 우려한 것은 중증알레르기반응인 아낙필락시스다. 이에 대비해 예진과정에서 반드시 알레르기 반응을 물어보도록 했으며, 이 경우 접종 후 20~30분간 의료기관에 머무르며 관찰해야 하다"면서 "이상반응 보상은 신고시 피해보상 요청에 대해 지자체 역학조사관들이 조사한 후 피해보상심의위원회를 거쳐 인과관계가 확인되면 사망보상금, 장례비, 치료비 등의 비용을 보상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최근 미용주사(필러) 후 백신 접종시 피부염증 이슈와 관련, "발생 건수가 매우 적고, 항히스타민, 스테로이드 등 염증반응을 줄이는 치료제로 충분히 치료가 됐다"면서 "미용주사, 마취주사, 영양주사 등을 맞았더라도 백신 접종 금기대상은 아니다. 다만 인과관계 가능성 있기 때문에 백신접종 계획이 있으면 필러로 인한 이상사례 있는지에 대해 모니터링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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