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전화처방 시행 ‘한달’…대형병원‧의원급 반응 엇갈려

대형병원 하루 200건 “필요한 조치였다” VS 의원 처방 5% 미만 “책임소재 부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 전화 상담과 처방을 지난달 24일 허용한지 한 달여가 지났다. 실제 의료현장에선 해당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전화 상담과 처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구지역을 제외한 대다수 전국 의원급에선 환자 참여율이 5%도 되지 않는다며 실효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대형병원, 하루 평균 최대 200건 전화처방…긍정적 평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빅5병원을 비롯한 전국 상급종합병원 42곳 중 21곳, 종합병원과 병원은 169개 응답기관 중 94곳이 전화 상담·처방을 시행 중이다.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검사가 필요 없는 만성질환자 등이 주요 대상층이다. 각 병원과 과마다 차이가 있지만 시행초기부터 꾸준히 하루 평균 100~200명가량 씩 전화처방이 이뤄진다는 게 병원들의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병원방문이 쉽지 않고 먼 길을 오지 않아도 원격진료를 통해 집에서 처방이 내려진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인 편"이라며 "꾸준히 환자들이 전화진료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확진 환자가 발생해 외래진료와 더불어 응급실이 폐쇄됐던 은평성모병원도 전화처방이 진행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전화처방은 외래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의료공백을 메우는 차원의 정책으로 병원과 환자입장에서 필요한 조치였다"고 봤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도 "재진환자 중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이 되면 전화 상담과 처방을 시행하고 있다. 평균 250건의 전화 처방이 이뤄진다"며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의료진 입장에서도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에서도 원격의료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병원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영진 경기도병원회장은 "이미 원격의료는 세계적인 트렌드로 거부할 수 없는 물결이다. 정부차원에서도 가벼운 경증 환자는 굳이 병원에 오지 않아도 진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가 있다. 도입 과정의 문제점들은 점진적으로 개선하며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원격의료가 이미 도입된 상태로 초진의 개념이 원격의료로 대체되고 있다. 이스라엘도 환자가 열이 나면 의료진이 전화를 통해 대처방법을 알려준 이후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때 내원 하는 등 방식으로 원격의료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도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원급, 환자 요청 5% 미만…큰 실효성도 못느껴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큰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신천지 등으로 인해 대규모 확진 사례를 겪었던 대구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전화 상담과 처방을 원하는 환자 비율이 5% 미만이었으며 큰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송병두 대전시의사회 의장은 "대전과 충청권은 전화처방을 원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던 것으로 안다"며 "의원급에서 전화 상담과 처방 정책은 큰 실효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수원에서 전화로 처방을 원한 환자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전화 처방을 내린 적이 없다"며 "회원들도 대부분 대면진료가 필요하다고 느껴 의원으로 방문해달라고 요청한다는 분위기다. 사례를 평균적으로 볼 때, 전화 상담과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는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 원장들은 원격 처방에 따른 책임소재 문제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강석태 강원도의사회 회장도 "조치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한 번도 전화 상담이나 처방을 원하는 환자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 처음부터 처방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비대면 진료라는 점에서 안전성이 없어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경상남도의사회 관계자는 "전화 상담과 처방을 요청하는 환자도 없을 뿐더러, 요청이 있더라도 대부분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인 판단 하에 내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회원들이 전화처방에 대한 책임소재에 명확하지 않아 부담을 느꼈다. 전화처방은 의료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의 상황은 예외였다. 대구시의사회에 따르면 대구에 위치한 의료인들은 전화처방 시행 초기 큰 도움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는 "대구와 경북은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의료기관 폐쇄 불안이 극도로 치닫는 상황이었다. 전화처방 조치가 초기에 이 같은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최근 질본 지침이 변경되고 의사와 환자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으면 직접 접촉으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의원 폐쇄 위험성이 줄었다. 이에 자연스럽게 전화처방 수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707개 의원급 의료기관 중 72%인 508개소가 전화 상담과 처방을 시행했다"며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으로 인해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는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의료기관도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를 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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