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대형병원·대기업 배불리기 논란에서 벗어나려면...진료비 인상과 선택분업 도입을

[칼럼]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부는 의료기관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감염 차단을 위해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전화 진료를 도입했다. 여기에 원격화상진료 도입 가능성도 제기됐다. 비록 한시적이라고는 하지만 전화진료로 원격의료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의료계는 오진 위험 등을 들어 원격의료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병원을 찾기 힘든 만성질환자 등에게 원격의료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4월 12일까지 이뤄진 전화 진료는 3072개 의료기관에 걸쳐 총 10만3998건에 달한다. 대학병원 같은 상급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의원급에서도 6만건이 넘는 전화 진료가 이뤄졌다고 한다.

전화 진료의 편리성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하려고 한다면 생각해볼 문제가 너무 많다. 원격의료가 시행되려면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얼마 전 발표된 경상남도의사회 최상림 의장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1. 진료비 인상과 충분한 진료 시간 확보   
2. 원격의료 환자에 대한 선택분업
3. 진료정보의 보관 체계 구축과 지원
4. 대형병원과 대기업의 편법 원격의료 참여 금지, 독점 시스템 금지 

우선 원격의료에 앞서 진료비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진찰료를 포함해 정상적인 진료비를 현재보다 2~3배 이상 상향해야 한다. 진찰료를 상향한 만큼 의료계는 진료시간을 늘리고 진료환자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지금처럼 3분 진료로는 환자들에게 만족스런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진찰료 인상 외에 일당 처방료 부활도 필요하다. 365일을 처방하는 것과 단 하루를 처방하는 것이 같은 가격이라면 그만큼 병원 방문이 왜곡될 수 있다. 

원격의료 환자에 대해 선택분업을 허용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진료를 한 다음 직접 약을 배송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진찰 외에 약까지 배송 가능해야 진정한 비대면 의료서비스 취지에 해당한다 . 

원격의료를 시행할 때 진료정보의 녹음과 보관을 위한 시설, 장비 등에 대한 비용과 행정적, 법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그만큼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가 이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원격의료의 수가를 형편없이 낮게 측정한다면 원격의료가 단지 의료비 절감과 대형병원과 대기업 배불리기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현재 의료법 제34조2항에 원격의료를 행하거나 받으려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현재 복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시설과 장비는 아직 제대로 규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나아가 대형병원이나 대기업이 원격진료를 독과점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법률을 정비하고 원격의료 시스템을 대형병원과 대기업이 독과점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본인을 포함한 의사들은 전화진료 허용 기간에 지인들의 건강문제를 상담하는 일이 많았다. 이것이 진료인지 상담인지 불분명하지만, 일단 진료로 인정받는 것은 긍정적이다. 국민들이 원한다면 무조건적인 반대만 하고 있는 것도 의료계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의료계가 원격의료에 대해 한 발 문을 열어둔다면, 정부도 여기에 맞춰 문을 열어야 한다. 정부는 원격의료 외에도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환자진료정보 공유, 분석심사 등 각종 의료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하는 사업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지금처럼 정부가 의료 문제 전반에 대해 의료계와 대립만 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뿐더러 자칫 보건의료체계의 왜곡을 불러일으킨다.  

정부가 의료계의 협조를 얻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전향적인 자세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 왔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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