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부는 비대면 진료, 약사회 '반발' 변수

약사회 "비대면 진료 한시 허용 즉각 폐지" 주장...원격의료업계, 약 배송 허용 여부 '촉각'

사진=닥터나우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힘을 실으며 원격의료업계에 훈풍이 부는 가운데 약사회의 거센 반발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약사회는 약 배송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코로나19를 거치며 의료계와 정치권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 낸 원격의료업계로선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약사회, 인수위에 비대면 진료 즉각 폐지 요청...TF 구성해 적극 대응 나서

21일 원격의료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최근 대한약사회가 비대면진료 법제화 시도를 중단하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하자 향후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약사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 고시의 즉각 폐지를 인수위에 요청한 데 이어 19일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에 대응하기 위한 TF를 구성하고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약사회는 조제약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기형적 약국 등에 대한 실태조사∙징계∙법적고발 조치 등과 함께 기존에 가입된 플랫폼 제휴 약국 대상 탈퇴 요청, 신규 가입 방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약사회가 문제 삼는 것은 비대면 진료 자체보다는 비대면진료에 이어 행해지는 약 배송이다. 약 배송이 오배송, 약물 오남용 문제 등을 초래해 국민 건강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다.

약사회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급조되다 보니 불법 복제약 배달, 오배송 문제 등 여러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애초에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점에서 더 이상 비대면진료를 허용할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약 배송이 허용되면 향후 대형 온라인 약국∙유통업체가 등장해 오프라인 동네 약국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약사회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실제 약 배송이 허용된 중국의 경우 대형 유통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약 배송 반대 관철 시 업계 타격 불가피...원격의료업계는 약사회와 대화 의지

원격의료업계와 약사회 간 갈등은 골이 깊다. 닥터나우(당시 닥터가이드)가 초기 ‘배달약국’이란 이름으로 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2020년 3월부터 합법 논란이 불거졌고, 약사회는 닥터나우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닥터나우와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약사들의 거센 반발은 의료계의 변화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의료계는 지난 2020년 파업 당시 원격의료를 4대악 정책 중 하나로 규정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내과의사회 등은 원격의료 TF를 꾸리고 있으며, 서울시의사회는 원격의료연구회를 통해 원격의료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의료계의 분위기 변화는 코로나19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원격의료업계가 지속적인 설득 노력을 해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반면, 약사회 등과는 갈등 일변도였는데 결국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 되는 시점에서 약사회의 반대가 업계 입장에선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가령 약사회의 반발로 약 배송은 제외한 채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 경우, 업체들로선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편의성이 비대면 진료의 장점 중 하나인데, 약 배송이 제외돼 약국을 방문해야 할 경우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택할 유인이 하나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오수환 공동회장은 “개인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약 배송과 꼭 일체화 돼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약 배송이 환자들의 편의성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제외된다면 업체들로선 굉장히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사분들은 특히 대형 온라인 약국 등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질서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는데 이는 조제 건수, 배송 건수에 상한을 두거나 지역 제한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며 “오히려 비대면 진료로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이 높아지면 약국의 조제 수입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 공동회장은 “협의회는 언제든 약사회와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며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과 관련된 큰 그림에 약사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싶은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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