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마주할 병원들...무턱대고 뛰어들면 의사도 환자도 낭패

서울성모병원 김헌성 교수 "병원 특색만들고 대학병원은 1차병원 백업...환자 교육으로 지속적 건강관리 돼야"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헌성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현재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비대면진료가 법제화를 통해 전격 시행된다면 의료기관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헌성 교수가 이에 대한 답을 내놨다. 

김 교수는 7일 대한내분비학회 학술대회에서 ‘비대면진료를 위한 권고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현재 한시 허용된 전화상담 수준의 비대면진료가 아닌 여러 기기 및 플랫폼을 활용해 건강관리를 해주는 비대면진료가 허용된 상황을 가정하고 이번 권고안을 만들었다. 미국의사협회(America Medical Association)의 원격의료 플레이북(Telehealth Playbook), 미국 51개 주의 관련 법령 등을 참고했다.

김 교수는 먼저 “모든 레퍼런스에서 비대면진료는 보완적인 것으로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제1원칙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비대면진료에서는 시진∙청진∙촉진∙타진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혈당측정기, 심전도기 등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기기가 중요해지지만 기본적으로는 대면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도 공통점이었다. 이 환자가 정말 비대면진료에 적합한지 여부를 대면진료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초진도 허용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 비대면진료 시 환자의 동의를 구하고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기나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구두나 이메일, 플랫폼 등을 통해 수술하는 것과 마찬가지 수준으로 동의를 얻고, 이를 기록해둘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비대면진료 서비스에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것인가를 사전에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정 질환의 환자만을 볼 것인지, 단순 상담만 제공할 것인지 약 처방과 사후 관리까지 제공할 것인지 등을 미리 명확히 해둬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것들에 따라 환자도 설정하고, 소요 시간도 설정하면서 비즈니스 모델로 가야한다는 것”이라며 “휴일 오전, 휴일 오후 등 시간을 설정하거나, 특정 질환에 특화하는 식으로 병원만의 분명한 특색을 갖고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환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지를 결정하면 그에 맞춰서 각종 기기나 플랫폼을 선택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가령 고혈압 환자를 보겠다고 하면 혈압기와 연동하는 플랫폼, 당뇨병 환자라면 혈당기와 연동하는 플랫폼 등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교수는 관련 기기와 플랫폼의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질 경우, 오히려 환자 예후를 악화시킬 수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3년 서울성모병원에서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관리를 위해 스마트폰 앱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문자나 전화 등으로 피드백을 주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당시 연구에서 사용한 앱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환자군에게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 잘 맞지 않고,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지면 앱을 쓰지 않으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최근 디지털헬스, 디지털치료제 업계에서 일부 산업계 위주로 진행되는 부분에 대해 분명히 직시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 시 1차의료기관들과 대학병원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비대면진료를 시행하게 되면 진료 측면 외에도 환자들에게 앱이나 기기 사용법을 설명해야 하는 등 신경을 써야할 것들이 많아지는데 이 부분에서 대학병원이 1차의료기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AMA에서는 병원들 간 연계를 권장한다”며 “국내 대학병원의 경우 3분진료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는 비대면진료로는 수익 구조가 안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비대면진료를 하기보다는 비대면진료를 하는 1차 병원들을 백업해주는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 진료 측면에서는 사전에 다양한 상황을 상정한 환자 관리용 프로토콜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학병원들이 백업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대면진료 시 치료 원칙이 대면진료와 달라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면진료에 적용되는 치료 방침이 비대면진료에서도 최우선이 돼야 하고, 언제든 문제가 생기면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했다.

비대면진료는 단발성에 그치치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는 만큼, 환자 대상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김 교수는 “환자들은 비대면진료를 건강관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병원에 오는 게 귀찮고, 약만 처방받고 싶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일 수 있다”며 “이런 환자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따라오게 할 것인가도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끝으로 “여러 기술이 발달하면서 환자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그렇다고 디지털헬스를 적용하면 다 좋아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며 “비대면진료가 활성화 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때를 대비해 환자들에게 시스템적으로, 또 개인 의료인으로서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환자들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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